[여현덕의 AI Thinking] 투자·기술개발 여전한 인공지능… ‘AI의 겨울’은 기우다

2024. 8. 1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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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월가서 ‘AI 버블론’ 고개 들어
기술력 한계와 투자 중단 겹쳤던
과거 ‘AI 겨울’과 지금은 상황 달라
혁신의 질주 잘 보살펴 ‘가을’ 맞길

인공지능(AI)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AI의 겨울’이 다시 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투자 대비 성과가 미미하여 투자자들의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실적 발표 후 생성형 AI 투자의 타당성 논쟁이 촉발되었고, 수익 창출에 대한 회의론이 증시를 강타했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 테크기업들에게도 질문이 튀었다.

AI에 다시 겨울이 오는가. 되돌아보면 AI의 겨울은 AI 기술력의 한계, 과도한 기대와 열기의 냉각, 투자자금의 중단 등이 겹치면서 불황기를 맞을 때 왔다.

1940년대 뉴런 개념과 튜링 사고법을 이어받아 1950년대 앨런 튜링이 ‘컴퓨팅 기계와 지성’을, 프랭크 로젠블라트가 ‘퍼셉트론’을 발표했다. 2차대전에서 독일의 암호를 해독한 튜링 머신에 더하여 딥러닝의 맹아라고 할 수 있는 퍼셉트론이 등장하자 언어번역, 지문 인식, 투자 결정, 나아가 인간을 닮은 일반지능의 길이 열렸다는 등의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많은 투자가 이뤄졌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없었다. 1969년 MIT의 마빈 민스키, 시모어 페퍼트 두 교수가 퍼셉트론의 한계를 지적하자 AI에 대한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투자금도 멈췄다. 이때부터 1980년까지 AI는 첫 번째 겨울을 맞았다.

1980년대 ‘전문가 시스템’의 등장으로 AI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특정 분야 전문지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문답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 개발되자 사람들은 신기하게 생각했다. 인간에 직접 입력한 규칙에만 작동하던 AI였지만,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 시스템은 비용 과다, 적용 영역의 제한 등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그러던 중 1980년대 후반 개인용 컴퓨터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전문가 시스템은 설 땅을 잃었다. 그렇게 ‘두 번째 AI의 겨울’(1987-1993)을 맞았다.

1990년대 후반 IBM의 딥 블루가 체스 챔피언을 꺾으면서 AI의 불씨가 살아났다. 게다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스스로 규칙을 찾아 학습하는 머신러닝의 시대가 열렸다. 또한 2000년대 들어 심층신경망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나면서 웹에서 수집한 대량의 데이터를 활용하니, 효능은 높아졌다. AI는 사람이 못 본 규칙을 찾아냈다. 나아가 2012년 이미지넷 딥러닝, 2014년 GAN 모델, 2016년 알파고, 2017년 트랜스포머, 그리고 2022년 이후 챗GPT 생성형 AI시대가 열리면서 언어번역, 패턴 분석, 맥락 파악, 스타일 전환, 멀티모달(이미지, 음성, 텍스트) 등 여러 면에서 다재다능해졌다. AI 기술은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질주하고 있다. 호랑이의 등을 탄 형세, 기호지세다. 멈출 수 없다. 그런데, 왜 새삼 ‘AI의 겨울’이 언급되는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 AI 코파일럿에서 필자가 생성한 이미지 ‘인공지능(AI)의 겨울’(왼쪽 사진)과 ‘AI의 가을’.


그 우려의 진원지는 바로 월가다. AI에 대한 과잉 투자 우려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해에만 239% 상승했다. AI칩 수요의 급격한 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AI 관련 자산 규모가 급상승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AI에 대한 열기에 더하여, AI 스타트업들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도 그 열풍만큼 증가하고 있다. 2024년 미국 AI 스타트업들은 전년도 대비 57%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다(뉴욕타임스 2024년 7월 3일). 전통 기업들도 저마다 ‘AI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주가 상승효과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환이 실제 기업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열광에 힘입어 월가에 거품이 부풀어 올랐고 향후 얼마간 미국 주식이 다른 나라 주식을 계속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결국은 AI 버블이 터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AI에 겨울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호황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역사를 반추해볼 때, AI의 겨울은 열기가 식고 투자의 불길이 꺼지는 기간에 발생했다. 현재는 투자와 기술개발이 지속되고 있다. 구글 등 주요 테크기업들은 AI에 수백억 달러를 증액해 AI 모델 개발, 컴퓨팅 파워 확대, 데이터 센터 구축, 이를 위한 부동산 확보 등에 투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0배 규모의 슈퍼컴퓨터를 구축 중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과잉 투자가 과소 투자보다 더 낫다고 말한다. 2030년까지 빅테크 기업들은 AI에 1조 달러(약 136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블룸버그, 번스타인 보고서 등). 전문가들은 기술개발과 인프라 투자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AI의 열기는 여전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AI 겨울 논쟁’은 과거와는 결이 달라 보인다. AI의 겨울을 거치면서 현재 수준까지 오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또다시 AI의 겨울을 맞을 수는 없다. 투자에 비례해 기술은 발전한다. 빅테크 그룹은 물론이고 오픈AI, 앤트로픽, 미스트랄,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딥엑스 등 국내외 스타트업들도 투자금에 힘입어 불을 피우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은 꺼지지 않는 불씨다. 투자는 불씨를 살리는 현실적인 에너지가 된다. 인공지능은 다재다능한 재주를 부리면서 쉼 없이 발전하고 있다. 기술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 현실적인 사업에 응용이 가능해지고, 동시에 다양한 기회도 생겨난다. 새로운 혁신을 향해 달려가는 길에 넘어지지 않게 돌봐야 한다. 열매를 감싸고 있는 껍질은 단순한 껍데기가 아니다. 과실의 성장과 보호에 필요하다. 입추를 맞으면서 필자는 ‘AI의 가을’을 상상해 본다.

여현덕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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