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대선 출마 가능성 50%→51%로…"정권창출 역할할 것" [김현기의 직격인터뷰]
서울올림픽 유치, 대선 출마의지 밝힌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과 인터뷰를 한 날은 지난 주말 10일. 그가 페이스북에 '2036년 서울올핌픽' 유치 의지를 SNS에 올리기 바로 전날이었다.
오 시장은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서울은 올림픽 관련 인프라가 대부분 확보돼 있어 돈이 추가로 많이 들지 않고, 프랑스 파리와는 달리 국민들의 올림픽 개최 찬성 비율이 70%가 넘는다고 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으로부터 매우 우호적 반응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오 시장은 파리 올림픽 시설들을 현지에서 둘러보며 "성공적으로 서울올림픽을 치를 구상을 다 마쳤다"고 했다.
사실 오 시장에 듣고 싶었던 얘기는 올림픽 보다 다음 대선이었다. 최근까지도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에 나설 확률은 50대 50" "(서울시장) 임기 절반도 안 됐는데 대선 얘기를 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관철해왔다.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날 오 시장은 작심한 듯 "임기 반환점(지난 7월 1일)이 지났으니 이제 조금 진전된 말씀을 드리겠다"며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문지기든 주인공이든 마다치 않겠다"고 했지만, 표정이나 표현에선 후자(주인공)로 기울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유력 경쟁자인 한동훈 대표를 향해선 "상대적으로 행정은 내가 훨씬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퓰리즘과 팬덤 정치가 판을 치는 현실이지만 "다음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은 그런 게 아니라 '포용'의 리더십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인터뷰는 한남동 공관에서 3시간 가량 이어졌다.
■
「 "문지기건, 주인공이건…", 임기 반환점 지나 입장 진전
한동훈에 없는 나의 경쟁력? "행정은 내가 훨씬 잘할 것"
2036년 서울 올림픽 100% 흑자 자신…이미 구상 끝냈다
차기 지도자의 시대정신은 포용의 리더십, 약자와의 동행
김경수 전 지사 복권에 우리가 모르는 깊은 뜻 있을 수도
」
파리보다 잘할 수 있다
Q : 파리 올림픽 열기가 예상보다 뜨거웠다. 2036년 서울 올림픽은 가능하다 보나.
A : 88올림픽 때 만든 시설이 많고, 잠실 주경기장까지 이미 리모델링 중이라 유치만 하면 100% 흑자 올림픽을 치를 수 있다. 선수촌아파트 건립이 유일한 과제인데, 임시로 쓰고 분양하면 되니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파리올림픽을 보며 힌트를 많이 얻었다. 앵발리드 광장에서 양궁 시합이 열린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다. 센 강보다 훨씬 수질 좋은 한강에서 수영 경기, 비치발리볼도 가능하다. 하계올림픽을 두 번 이상 치른 국가가 6곳인데, 대부분 50년 간격이었다. 우리도 1988년 이후 48년 만이니 명분이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강력한 경쟁국이다.
Q : 2036 올림픽 개최지는 언제 결정해 발표하나.
A : 내년 말 아니면 내후년 봄이 될 것 같다.
Q : 그럼 시장의 향후 (대선)행보와 연관시켜 해석하는 사람들이 나올텐데.
A : 그거야 당연히 나올 것이다.
이재명 후보 가능성 50% 안 돼
Q : 한동훈 대표가 63%의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가 된 걸 어떻게 해석하나.
A :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반영된 것이라 본다. 하여튼 한 대표는 이제 시작이다.
Q : 야당이 계속 국회에서 강공을 취하는데.
A : 국민이 용인해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 아니냐. 국민의 눈은 무섭다. 어느 순간 타협하지 않으면 지지율이 무너질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 연말이 지나면 다음 지방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자멸의 길로 스스로 걸어가는 정당은 없다. 지금이 피크다.
Q : 이재명 대표가 결국 야당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보나.
A : 그 가능성은 50%가 안 될 것으로 본다. 사법 리스크가 현재화되는 순간 많은 대안들이 나올 것이다. 그게 불안해서 지금 저렇게 1인 사당화를 하고 있는데, 결국 그 귀책사유는 이재명의 몫이 되고, 많은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다.
Q :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찬성하나, 반대하나.
A :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 우리가 미처 모르는 깊은 뜻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우리 당의 주요 지지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른 범죄도 아니고 선거범죄였다.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였다. 또 김 전 지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속시원하게 자백을 한 적도 반성의 말을 한 적도 없다. 그런 상태에서 복권까지 시켜 다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게 지지자들 입장에선 쉽게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Q : 대선 출마 의지는 아직도 50대 50인가.
A : 임기 반환점이 지났다. 이제 조금 진전된 말을 하자면, 다음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기여를 해야겠다. 어떤 역할이건 하겠다. 김구 선생님이 옛날에 임시정부에 '우리나라가 독립을 하면 평생 우리 정부의 문지기로 족하다'란 표현을 쓴 게 기억이 난다. 내 역할이 문지기 역할이 됐건 주인공 역할이 됐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지금 이렇게 민주당이 엉망으로 하는 걸 봤을 때 그들이 집권하게 되면 이 나라가 정말 어디로 갈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Q : 그동안 50대 50이었던 게 51대 49가 된 걸로 봐도 되겠나.
A : 괜찮다. 그렇게 말하니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웃음)
Q : 자, 그렇다면 한동훈에는 없는 오세훈의 경쟁력은 뭐라고 보나.
A : 난 약자와의 동행을 통해 포용과 통합을 강조해왔다. 흩어진 보수의 힘을 한 곳에 모아 확장해야 한다. 그래서 난 통합의 리더십, 확장 가능성이 큰 정치를 지향해 왔다. 인간은 실존적으로 감각의 존재이므로 경험치가 무의식적으로 사고와 판단을 지배한다. 윤석열·한동훈은 주로 수사의 영역에서, 오세훈은 주로 종합행정의 영역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 성장해 왔다. 아마도 이 지점에 차별점이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행정은 내가 훨씬 잘 할 것이다.
Q : 한 대표는 지구당 부활을 공약하는데, 선거법을 바꿔 지구당 폐지를 주도한 당사자로서 의견은.
A : 동의할 수 없다. 그걸 없앴을 때는 다 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외국 사례도 없다. 한 대표가 (그런 입법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길 바란다.
'파이터'가 되야 하는 슬픈 현실에 고민
Q :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포용의 리더십'을 꼽은 이유는.
A : 포퓰리즘과 팬덤 현상의 위기는 포용의 리더십만이 그 출구를 제시할 수 있다. 한국 같이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 수준의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정치적, 경제적, 지위적 양극화는 희생과 포용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극복하지 못한다. 국민소득도 5만, 10만달러로 나아가지 못한다. 특히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을 일궈낸 이들일수록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성공이) 밤잠 안자고 열심히 일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솔직히 밤잠 안 자고 일하는 사람들은 많다. 더 겸손한 마음으로 공동체에 감사하고, 경쟁대열에서 뒤쳐졌거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약자를 포용하고 동행하는 정책을 찾는 것이 시대정신이라 믿는다.
Q : 팬덤 정치가 뉴노멀이 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A : 한국 정치의 대세는 파이터다. 이 파이터가 다른 파이터를 때리고 그 과정에 팬덤이 생겨나고 이 팬덤이 다시 파이터를 극단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게 한국 정치에선 흠이 안 되게 된 게 더 큰 문제다. 파이터의 세상이 됐는데, 정치적 승자가 되지 못하면 내가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사회, 나라를 만들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순간 나도 파이터로 변하게 된다. 그게 제일 슬픈 거다. 사실 (선거전) 6개월 열심히 상대방을 때리고 투쟁적 언사를 내놓으면 된다. 하지만 그런 전략이 옳은 것인지, 늘 합리성을 추구해 온 나마저 고민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Q : 흔히 오 시장은 중도 세력을 끌어들일,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 불리는데 그렇다고 보나.
A : 중도란 실체는 없다. 다만 선거 때 당시 상황에서 이 국면에선 여기에 힘을 실어줘야 하겠다고 생각해 표를 던지는 합리적 결정을 하는 이들을 일컫는 것이지 본질적으로는 그들이 중도가 아니다. 본질은 합리성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보는 기준을 국민의 시각에 둔다. 그들로부터 합리적이라는 평을 들으려 한다. 그들에게 신뢰를 쌓으려 하는 것이다. 2년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서울의 25개구, 425개동에서 모두 이긴 것도 그들이 나의 합리적 이미지, 신뢰감을 평가한 것이라 본다.
청계천보다 '일상 혁명'으로 승부
Q : 서울시가 도입한 9988 손목닥터 운동이 선풍적 인기인데.
A : 도입하자마자 1000만 서울시민 중 120만 명이 가입했다. 효자 정책이 됐다. 걷기 습관이 없던 분들이 다 지금 걷고 있다. 하루 8000보에 200원의 포인트를 드리는 게 위력적이다. 노인질환의 원인이 되는 당뇨병·대사증후군 등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한 3년에서 5년만 지나도 그게 통계적으로 입증될 것이라 생각한다.
Q :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 버스 전용차로에 필적하는 업적으로 '일상 혁명'을 주창하는데.
A : 이제는 우리 생활 바로 곁에 있는 일상의 혁신이 중요한 시대다. 월 6만5000원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가능한 '기후동행카드'도 이제 거의 매일 50만명이 쓰면서 20년생 나무 110만 그루를 심은 것과 맞먹는 효과를 얻고 있다. 난 그런 소프트웨어 혁신이 훨신 더 중요하다고 본다.
Q : 광화문에 100m 높이 태극기 계양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유보했는데.
A : 오는 15일에 시민의견을 수렴한 계획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6.25 한국전쟁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예술성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난 이번 일이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릴 때 유연성있게 포용하고 절충하는 새로운 리더십의 상징이 될 것이라 본다.
Q : 지난 8일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는데.
A : 관리되지 못한 훼손지 같은 보존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그린벨트 지역을 풀 것이다. 거기에 신혼부부가 전세로 입주한 뒤 아이를 한 명이라도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게 해주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지을 생각이다. 여기에 1만 가구 가까이 공급하게 되면 신혼부부 입장에선 대박이다. 젊은이들이 열광할 것이다. 저출산 대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의 행정 콘텐트 발전 인상적
Q : 우리 사회의 특권, 세습세력에 대한 반감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A : 나 또한 유복하게 자라지 못해 성장기에 결핍, 좌절이 있었다. 다만 극복할 수 있는 정도의 결핍은 사람을 발전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재벌이 뭐 이뻐서 그들에게 재량을 주고 상속을 허용하겠는가. 상속을 허용하되 충분히 그들에게 받아내고 이용하면 된다. 무엇이 국리민복을 위해 기여하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되면 된다. 다만 우리 사회의 무한경쟁이 합리화되려면 포용, 그리고 약자와의 동행이 반드시 전제되야만 한다. 그것 없이 승자독식을 한다면 많은 국민이 동의할 수 없다. 소외계층 학생들이 비용부담없이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서울시의 교육정책 '서울런'이 그렇다. 청년들에게 '적어도 스타트라인에는 공평하게 서서 경쟁해서 좋은 대학 갈 수 있게 하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올해는 유독 더웠다. 이제 기후변화 대응은 정치나 행정에서 최우선 과제가 됐는데.
A :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일자리 창출이다 집값 잡는 게 우선이었다. 가치가 충돌하면 일단 기후변화를 희생시켰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미래 세대를 위해 기후대응이 최우선이다. 예컨대 신혼부부용 20년 장기전세주택(가칭 '미리내집')에 가장 효과적이고 친 환경 에너지인 지열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하니 민원도 많고 공기도 길어지고 돈도 많이 든다. 옛날 같으면 절약해야 하니 증간에 '지열 시스템 그만두자'고 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늦어져도 되니 지열로 해'라고 한다. 최근 중국에도 다녀왔는데, 어떤 변화를 느꼈나.
A : 베이징 공항 면세점이 80%가 문을 닫았더라. 경기 침체가 분명 있다. 다만 경제가 어렵다하지만 각종 행정 서비스나 여러 분야의 콘텐트가 눈에 띄게 발전한 게 인상적이었다. 현지의 기업들을 만나보니 양국 정부 간 관계 개선을 절실히 원하더라. 접촉면과 빈도를 늘려야 할 것이다. 미 대선 이후를 어떻게 예측하나.
A :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의 연설이 인상적이다. 어느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건 잘 준비해야 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특히 북핵 문제 대응에 있어 우리의 잠재적 핵능력을 적어도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7~8년 전부터 해왔는데, 다음 출범할 미 정부에 이런 주장을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강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김현기 논설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과 10범 전청조 자백 이끌다, 그 검사의 '과자 6봉지' | 중앙일보
- '베드신 몸매 보정' 거부한 여배우, 이번엔 뱃살 당당히 드러냈다 | 중앙일보
- 죽을 때까지 정자 써먹는다…여왕벌 '철권 리더십' 비밀 | 중앙일보
- 하늘에 뜬 구름, 혹시 대지진 전조? 日발칵 뒤집은 괴담 진실 | 중앙일보
- '가장 잘생긴' 소림사 스님…21세 나이로 돌연 사망, 무슨 일 | 중앙일보
- 박혜정 "화 많이 났다"…용상 3차, 10여초 남기고 급히 입장한 이유 | 중앙일보
- 후진하다가 10m 아래로 '쿵'…70대 몰던 차, 난간 뚫고 추락 | 중앙일보
- 조국 딸 조민 비공개 결혼식…야권 인사 총출동, 하객 누가 왔나 | 중앙일보
- 과즙세연 "방시혁, 친언니와 알던 사이…우연한 만남 아냐" | 중앙일보
- [단독] 16세 귀화, 16년간의 기다림…'한국인' 전지희 키운 탁구스승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