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의 글로벌 포커스] 중립국 스위스보다 턱없이 부족한 핵 대피 시설, 대대적 확충해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 등을 살펴보면 무인기와 로봇 등을 사용해 군사작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경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무인기는 미사일의 5분의 1에서 50분의 1수준으로 비용이 낮다.
적진에 들어가지 않고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서 군인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 즉, 군인들은 인공지능(AI)과 우주력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인 체계를 전쟁에 십분 활용하는 추세다. 이를 이용한 전장 분리를 통해 군인들의 최대 약점인 공포와 두려움을 최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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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쟁 교훈
전시엔 군인보다 민간인 희생 커
일본 규모의 대피시설론 태부족
지하도시형 이중용도 시설 필요
」
그러나 정작 군인들이 보호하는 국민이 겪어야 할 공포와 두려움에 대한 대책은 거의 무방비 상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군인이 전쟁에서 이겼더라도 국민이 없는 국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민간인 사상자가 훨씬 많아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 하마스 전투에서 군인들보다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그들의 국민 또는 주민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개전 초기 100일 동안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는 최대 2만7000명에 달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추산했다. 반면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우크라이나 군인 전사자는 최소 5500명, 최대 1만 1000명 수준이었다. 민간인 사망자가 3~5배 정도 많았다는 추산이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의 피해는 더 처참하다. 전쟁 개시 때부터 하마스는 이스라엘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해 약 1300여 명이 사망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여성과 아이들 2만4000명(지난 4월 말 기준)이 숨졌다고 보고했다.
여기에 부상자 8만5000여 명을 추가하면 개전 6개월 만에 가자지구 전체 인구(220만 명)의 5%에 해당하는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셈이다. 하마스 사망자(약 1만3000명)보다 민간인 사상자가 약 8.4배 많다.
북의 ‘병행 도발’ 가능성에 대비 필요
이처럼 전쟁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양산된다는 현실은 사전에 국가가 전쟁 준비와 함께 국민 보호를 위한 방호 대책을 철저히 마련하고 꾸준히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북한이 지난 5월 28일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대한민국을 겨냥해 11차례나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심지어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 앞마당에까지 떨어졌다. 오물풍선 살포와 함께 북한은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황해도 강령과 옹진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한국의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을 노리고 1482회 공격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런 행태에 대해 ‘남·남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회색지대 도발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이 전시에 직접 파괴보다는 무력화에 중점을 둔 ‘소프트 킬(Soft Kill)’ 공격과 함께 비전통적 방식으로 화생방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방증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봐야 한다.
다행히 이번 오물 풍선 도발에서는 화생방 오염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평시나 위기 고조 단계에서 우발적 핵·미사일 공격 또는 장사정포와 풍선 등을 이용한 화학·생물학 무기를 동원한 공격을 병행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준일 것이다.
스위스, 핵 대피시설 100% 확보
정부는 북한의 오물 풍선 테러를 지목해 “북한의 주민들도 부끄러워할 저열하고 몰상식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한국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만약 오물 풍선에 의해 인적 피해가 발생하면 무력 행위로 간주하고 북한의 도발 원점을 타격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천명했다.
아울러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을 지속해서 확대하며 북한의 다양한 공격 양상에 대비하고 있다. 문제는 한·미 동맹의 북핵 대응 전략이 한·미 군을 중심으로 한 적극방공의 개념에만 함몰돼 있다는 점이다.
2014년 일본의 ‘핵셸터(Shelter·대피 시설)협회’에 따르면 인구당 핵 대피 시설 보급률은 스위스와 이스라엘이 100%였고 노르웨이 98%, 미국 82%, 러시아 78%, 영국 67%, 일본은 0.02%였다. 한국의 핵 대피 시설 보급 현황은 일본과 유사한 수준이거나 그보다 다소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핵 대피 시설 보급률이 낮다는 사실은 북한이 핵을 비롯해 대량살상무기(WMD)로 공격할 경우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국민을 보호할 방안이 극히 미흡하다는 뜻이다. 정부의 관심과 투자의 대상이 아니란 의미로 볼 수 있으니 매우 우려스럽다.
한국의 방호시설 중에 핵·WMD 상황에서 유효한 것은 1등급 대피 시설뿐인데, 전국에 고작 15개소다. 수용 가능 인원도 약 1만2000명 정도다. 1000만명이 사는 수도 서울에도 군사 시설을 제외하면 1등급 대피 시설이 단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지하철 공간은 방사능 낙진 등엔 약해
군사 전문가들은 건물을 신축할 때 지하 대피소 설치 및 내부 준비물 비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깊이 9~15m인 서울의 지하철을 조사해 유사시 핵 대피 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단기간 생존 물자를 비치하고, 정보를 국민에게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하철 공간 같은 3급 수준의 대피 시설은 재래식 공격이나 초기 핵폭풍 효과는 피할 수 있지만, 이후 장시간 지속하는 방사능 낙진 등에 의한 2차 인명 피해에 대한 확실한 보호 대책은 아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항해 재래식 무기를 통한 억제 개념인데 북핵 억제 실효성 측면에서 핵을 비핵으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핵을 보유해 상호확증파괴(MAD)를 통해 북핵을 억제하자는 자체 핵 무장론을 지지하는 여론이 60~70%를 유지하고 있다.
냉전 시대에 스위스·핀란드 등은 주변국의 핵 위협에 맞서 전쟁 준비와 함께 모든 국민이 대피할 수 있는 지하 대피 시설을 대거 건설했다. 전시에 쓸 방호시설 공간을 평시에는 생활 및 레저 공간으로 활용한다.
한국도 이를 벤치마킹해 3축 체계 발전과 함께 전시 핵·WMD 공격 대피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평시에는 국민의 생활 공간으로 쓸 수 있는 지하 도시형 이중용도 시설을 단계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더는 늦출 문제가 아니다. 이런 사각지대를 알고도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에 대한 심각한 책임 방기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홍철 세종대 우주항공시스템학과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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