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마켓 나우] 사모펀드는 빌런인가, 희생자인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정치 드라마 ‘돌풍’은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 사회를 흔들어 놓았던 대통령 서거·탄핵 등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들을 떠올리게 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속도감 있게 담아내며 큰 화제가 됐다. 다만 ‘정치는 없고 정쟁만 있다’라거나, ‘정치권 전체를 깎아내리는 데 그친다’라는 부정적 평가도 없지는 않았다.
그렇게 평가가 엇갈리는 와중에도 눈길을 끄는 등장인물이 한 명 있는데, 부총리인 정수진(김희애 분)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한민호(이해영 분)다. 전대협 의장 출신이지만 여러 차례 선거에서 낙선하면서 정치권에서 안착하지 못한 그는, 남산C&C라는 사모펀드를 차려 대표로 일하고 있다. 문제는 아내의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하여 재벌인 대진그룹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극 중에서 한민호가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남산C&C의 투자 실적은 저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모펀드라는 그럴싸한 형식을 갖추었을 뿐, 결국 남산C&C는 능력 없는 한민호가 뇌물을 받는 창구였다. 바로 이 지점에서 드라마 ‘돌풍’은 사모펀드를 ‘빌런’의 이미지로 그려왔던 과거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는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면, 사모펀드는 빌런보다는 오히려 희생자의 역할에 더 어울리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다. 카카오뱅크·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VX·카카오모빌리티 등에는 다수의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총 3조원 내외를 투자했다. 그러나 창업자의 구속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큐텐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준비 과정과, 위메프와 티몬 등의 인수 과정에서 다수의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다양한 형태로 현금을 투자했거나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상태다. 회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총 1조원에 가까운 이들의 투자금은 휴짓조각이 될 위기에 놓여있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그룹인데, SK에코플랜트·SK E&S·SK온·11번가 등 계열사들이 국내외 사모펀드들로부터 조달한 자금이 약 8조원 내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11번가에서 조달한 5천억원은 이미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자본 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렇게 사모펀드들은 다양한 기업들의 성장의 파트너가 되어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면서 동시에 매우 큰 리스크도 감내해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 대중매체에서 사모펀드들에 씌워 놓은 부정적인 이미지는 이제 사라질 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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