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논란 속 깜짝 인사… 안보 정책 무게추 외교서 軍으로

이경원 2024. 8. 1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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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외교안보 주요 직위에 군 출신 인사들을 전면 배치한 것은 한반도 주변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등 급격히 엄중해진 안보 정세를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국제 정세의 급변을 체감한 뒤 '안보' 중심의 새 외교안보 진용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굳혔으며, 지난주 하계휴가지에서 최종 구상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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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엄중해진 국내외 정세 고려
尹, 나토회의 참석한 뒤 판단 굳혀”
장호진 특보엔 ‘키신저’ 역할 주문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가운데) 대통령경호처장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오른쪽은 이도운 홍보수석.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외교안보 주요 직위에 군 출신 인사들을 전면 배치한 것은 한반도 주변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등 급격히 엄중해진 안보 정세를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국제 정세의 급변을 체감한 뒤 ‘안보’ 중심의 새 외교안보 진용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굳혔으며, 지난주 하계휴가지에서 최종 구상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는 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7개월 만에 교체됐다는 점 등은 이번 ‘깜짝 인사’의 뒷말로 남아 있다.

이날 공개된 새 외교안보 진용은 대외 정책의 무게추를 ‘외교’에서 ‘안보’로 옮기는 모양새로 해석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이 이끌던 국가안보실장 자리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이동한 점이 이를 상징한다. 신 장관은 육군사관학교(37기)를 졸업한 3성 장군(중장) 출신이다.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지미파(知美派) 안보실장들을 통한 한·미동맹 강화, 정보 교류 복원 등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며, 앞으로는 안보 진용을 강화할 때라고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강경파’인 신 장관의 안보실장 내정에는 핵·미사일부터 오물 풍선까지 갖은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 발신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신 신임 안보실장은 일선 지휘관 시절부터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강조해 왔다.

대통령경호처장으로 일해온 김 후보자를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 역시 국가관이 투철한 ‘엘리트 군인’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의미로 풀이됐다. 김 후보자는 현 정부 출범 당시부터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꼽혔던 인물이라고 한다. 국방부 장관과 안보실장을 역임한 김관진 전 장관이 과거 “윤석열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은 누가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김용현 장관을 임명하라”고 답했다는 말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핵심 국익과 관련한 전략 과제를 챙길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신설하면서 초대 특보로 장 실장을 내정했다. 장 신임 특보는 원전, 방산 문제를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한·미·일 관계 등 단일 정부부처가 대응하기 복잡한 현안의 ‘해결사’로 나서게 된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그에게 ‘국제정치의 달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같은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동시에 안보라인 요직을 새 인물로 채우는 대신 연쇄 이동시킴으로써 업무 연속성과 조직 안정성도 꾀한 것으로 보인다.

예정에 없던 외교안보 분야의 굵직한 인선이 한꺼번에 발표되자 윤 대통령이 ‘수미 테리 사건’과 국군정보사령부의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등을 이유로 안보 당국 쇄신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장 특보가 지난 1월 안보실장에 취임해 불과 7개월여 일했다는 점도 문책성 인사 단행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하면서, 윤 대통령이 급변하는 대내외 질서와 안보 현안에 대응할 방법을 오래전부터 구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장 실장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특보팀 구성 등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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