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면 마른다” “내 노력의 결과”…이 한마디에 울고 웃었다
대한민국은 파리올림픽에 145명의 ‘소수 정예’ 선수단을 내보내고도 13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총 32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그 배경에 우리 선수들의 도전 정신, 이른바 ‘꺾이지 않는 마음’이 큰 몫을 했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우리 선수들의 단단한 마음가짐은 경기 후 털어놓은 이야기에서도 잘 드러났다. 메달 획득 여부나 메달의 색깔과 관계없이 선수들이 가슴 속에서 꺼낸 촌철살인의 한마디가 팬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줬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양궁 3관왕 김우진이다. 올림픽 무대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이자 개인 통산 5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양궁의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라 불러도 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제는 그런 영광스러운 별칭에 어울리는 발자취를 남긴 것 같다”면서도 “나는 다음 올림픽에서도 변함없이 도전할 것이다. 지금에 젖어있지 않겠다. 해 뜨면 마른다”고 말해 감동을 줬다.
양궁대표팀 임시현은 여자부 3관왕을 달성한 직후 엄지와 검지를 모아 작은 동그라미를 만드는 세리머니로 눈길을 끌었다. 의미를 묻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이어) 두 대회 연속 3관왕이 가능하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어려운 바늘구멍을 통과해버렸다는 의미를 담은 동작”이라고 밝혀 절대강자의 위엄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태권도 여자 57㎏급을 제패한 김유진은 세계랭킹 24위의 무명 선수였다. 국내 선발전과 아시아 선발전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뒤 기세를 몰아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태권도 신데렐라’로 우뚝 섰다. 하지만 그는 “하위권의 반란”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아니다. 어디까지나 내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여자 유도 57㎏급 은메달을 따낸 허미미는 시상식이 끝난 뒤 “애국가 가사를 외워왔는데 못 불러 아쉽다. 다음 대회에선 꼭 부르겠다”고 말했다.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나고 자란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유도를 하라”는 할머니의 유언을 받아들여 한국으로 건너왔다. 5대조 할아버지가 독립투사(허석 지사)인 허미미의 발언은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서 파리에서 못다 이룬 올림픽 우승의 꿈을 LA올림픽에서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남자 골프에 출전한 김주형은 “손흥민이 왜 자주 우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남자부 최종 라운드를 8위로 마친 뒤 30분 가까이 눈물을 펑펑 흘린 그는 “나라를 대표한다는 스트레스와 부담이 상당했다. 억눌렸던 감정이 지금 나오는 것 같다”며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이야기를 꺼냈다.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외국 선수들도 진심을 담은 말 한마디로 올림픽 정신을 빛냈다. 지난 6일 육상 여자 200m에서 우승한 가브리엘 토머스(미국)는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되새겼다. 하버드대 출신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과잉행동 장애(ADHD)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가 있는 두 동생을 위해 공중보건학을 전공했다.
난민팀 소속 최초로 메달리스트가 된 카메룬 출신 여성 복서 신디 은감바는 “고난, 그 너머에는 반드시 행복이 있다”면서 “스포츠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51세에 스케이트보드에 출전한 앤디 맥도널드(영국)는 “내 나이엔 넘어지면 더 아프고 낫는 데도 더 오래 걸린다”면서도 “넘어지고 다쳐도 멈추지 않겠다는 신념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 파리올림픽 영웅들이 남긴 감동의 어록
「 “이제는 길영아 아들이 아니라 김원호 엄마”
- 모친이자 대선배인 길영아 언급하며 (배드민턴 김원호)
“제 노력의 결과”
- 상위 랭커들을 잇따라 꺾고 금메달을 딴 뒤 (태권도 김유진)
“애국가 가사 외워왔는데 못 불러 아쉽다”
- 재일동포 선수로서 금메달 놓친 아쉬움 표현 (유도 허미미)
“(3관왕에) 젖어있지 않겠다. 해 뜨면 마른다”
- LA올림픽 도전 의지 밝히며 (양궁 김우진)
“바늘구멍을 통과해버렸다는 뜻”
- 3관왕 직후 세리머니에 대한 설명 (양궁 임시현)
“이게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 시간 초과 0점 실수 직후 (사격 김예지)
“어펜져스의 시대에 살고 있다”
- 남자 사브르 2관왕 달성 직후 소감 (펜싱 오상욱)
」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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