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1번지’ 명성 군산에 뺏길라…전남 해법 찾기 고심
전통적인 홍어 산지인 전남지역 자치단체가 ‘홍어 본고장’ 명성을 지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수온 상승과 어획 방식 차이 등으로 홍어 최대 주산지가 전북 군산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12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신안 흑산도를 비롯한 전남지역 전체 홍어 총 위판량은 639t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홍어 1489t을 위판한 전북 군산보다 850t 적은 규모로 홍어 어획량 1위 자리를 내줬다. 반면 군산에서는 지난해 전국 홍어 어획량(3303t)의 45%를 잡아 홍어 최대 산지가 됐다. 군산의 홍어 위판량은 2018년 36t에서 2019년 224t, 2020년 637t, 2021년 1417t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군산에서 홍어가 많이 잡히는 주요 원인은 수온 상승 여파로 홍어 서식지가 북상했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과 충남 앞바다에서 홍어가 많이 잡히는 것도 수온 변화와 관련이 깊다. 홍어는 수온이 상승하면 전북, 충남, 인천 해역까지 북상한 후 겨울철에 다시 신안 쪽으로 이동한다.
지역별로 홍어를 잡는 방식이 다른 것도 어획량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전남에서는 전통 어로방식인 ‘주낙’을 이용해 홍어를 낚는다. 긴 줄에 미끼가 없는 낚싯바늘을 매달아 홍어가 지나는 길목에 내려 걸리게 하는 어획법이다. 흑산 홍어잡이 어업은 2021년 국가중요어업유산 1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반면 군산 등에서는 대량 어획이 가능한 유자망 그물을 사용해 홍어를 잡는다.
홍어 최대 산지가 바뀌면서 정부의 총허용어획량(TAC) 규제량도 어획량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총허용어획량 배정 물량은 전북이 1365t으로 가장 많고, 전남(817t), 충남(755t), 인천(310t), 부산(97t), 경남(93t), 제주(21t) 등이다.
전남도와 신안군 등은 어획량을 늘리는 대신 ‘홍어 본고장’ 명성을 지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신안군이 2009년부터 수산물 이력제를 시행해 흑산도 홍어의 부가가치를 높여온 게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홍어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으면 언제·어느 바다에서 잡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전남도는 위판장과 수산물 저장시설 현대화 등을 통해 전남산 홍어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전남산 홍어의 ㎏당 위판 가격은 8444원으로 군산(6746원), 충남(5233원) 등보다 높았다. 이중 흑산도 홍어는 마리당 소매가가 40만~130만원을 오르내릴 정도로 귀한 어종으로 꼽힌다.
지자체는 전남산 홍어 맛을 알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신안군과 나주시 등은 홍어 홍보와 대중화를 위해 매년 ‘홍어 축제’를 열고 있다. 신안군이 2019년 개설한 ‘홍어 썰기학교’에서는 홍어 손질과 숙성 전문가들이 배출되고 있다.
신안군과 나주시가 ‘홍어 식(食)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올리려는 것도 전남산 홍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복안이다. 두 지자체는 지난 6월 12일 ‘홍어 식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유네스코 등재 작업에 뛰어들었다.
신안군 관계자는 “흑산도 홍어의 역사성과 고유성은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와 홍어 장수 문순득의 표류기록인 『표해시말(漂海始末)』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전통적인 홍어 산지인 신안과 육상 집산지인 나주가 손을 잡고 홍어 식문화를 세계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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