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 내년 상반기 도심 한복판 국립공원 되나
부산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행정 절차가 본격화했다. 부산시가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한 지 7년 만이다. 여기에는 국립공원 구간에 포함되는 범어사가 반대 뜻을 접고 지정 동의로 돌아선 게 영향을 줬다. 지정되면 금정산은 도심 복판에 자리한 산악형 국립공원이 된다.
12일 환경부에 따르면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과 이를 위한 공원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 평가항목 관련 의견 수렴이 오는 19일까지 진행된다. 대상지는 부산과 경남에 걸친 금정산 권역 73.645㎢ 규모다. 의견 수렴을 거쳐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국립공원 지정이 이뤄질 것으로 환경부는 예상했다.
국립공원공단이 문화·경관·생태자원 등을 놓고 국립공원 가치를 평가한 결과 해발 고도 801m에 달하는 금정산 일원에는 멸종위기종 13종을 포함해 동식물 1482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금정총림 범어사와 사찰 안팎 보물 등을 포함한 국가유산 105점이 있어 전국 국립공원 최상위 수준 문화자원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부산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2017년 부산시는 타당성 조사연구 용역을 통해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했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환경부에 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한 건 2019년 6월이다. 하지만 범어사가 반대했다. 범어사는 해인사·통도사와 함께 영남 3대 사찰로 꼽힌다. 금정산 일대에 전국 국립공원 최상위 수준 문화자원이 몰린 건 불교회화 등 범어사가 보유한 문화재 덕분이다.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한 구역 가운데 범어사가 소유한 땅은 8% 수준이지만, 교세가 강하고 신도가 많아 무시할 수 없었다. 환경부는 2021년 부산시에 범어사 설득을 ‘국립공원 추진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이후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공약으로 내건 박형준 부산시장이 범어사 주지승을 독대하고, 부산시 불자회장을 소통 채널로 가동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범어서 방장·주지승이 모두 교체되면서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후 범어사는 ‘경내 GB 해제’ 요구를 접었다. 대신 사찰 초입에서 산세가 험한 일부 암자에 이르는 임도 약 1㎞ 구간 정비와 주차면 확대 등을 요구했다. 부산시는 임도를 정비하되 이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해당 임도를 탐방로로 사용하는 등 조건으로 협의했다. 범어사 측은 일이 순리대로 풀리는 데에는 때가 있다는 의미의 “시절 인연”이라고 답하며 지난 2월 국립공원 지정에 동의했다고 한다.
지정되면 금정산은 국내 24번째 국립공원이 된다. 연간 생태 관리를 위해 약 200억이 투입되고, 방문객 4300만명이 찾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다만 부산시는 범어사 이외에도 사유지 소유자와 경남도·양산시 등 추가 논의와 설득을 진행해야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해 연말까지 주민설명회와 기관 업무협약 등 절차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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