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에 속았다”…‘배터리 게이트’ 비화하나 [재계 TALK TALK]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8. 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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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지는 인천 화재 전기차. (연합뉴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차량인 벤츠 EQE에 중국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의 NCM(니켈·코발트·망간)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당 1억원을 호가하는 EQE에는 당초 세계 배터리 1위 CATL 제품이 탑재됐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었던 것. 제조사를 드러내지 않는 ‘깜깜이 배터리’ 이슈가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벤츠 차주를 중심으로 ‘배터리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마저 목격된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에 화재가 난 벤츠 중형 전기 세단 EQE에는 중국 배터리 기업 ‘파라시스에너지(Farasis Energy)’ 제품이 탑재됐다. 문제는 지금까지 EQE에 CATL에서 제조한 NCM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져왔다는 사실이다. 지난 2022년 크리스토프 스타진스키 벤츠 전기차 개발 총괄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EQE 배터리 셀은 CATL이 공급한다”고 밝혔던 점이 근거다. 그러나 이번 화재 차량을 조사했더니 CATL이 아닌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벤츠 차주 사이에서는 “속았다”며 날 선 비판이 쏟아진다. 파라시스는 출하량 기준 세계 10위권이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브랜드’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완성차업계에서는 벤츠와 전략적 협업이 연결고리가 돼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보고 있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잦은 품질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2021년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발화 가능성 등 제품 결함을 이유로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3만여대를 리콜했다. 벤츠 EQE 차주 A씨는 “CATL이 아니라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벤츠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까지 완성차 브랜드에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드세다. 완성차업계에서는 ‘영업기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배터리 제조사를 고객에게 일절 고지하지 않는다. 이 같은 주장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선이 다수다. 배터리는 전기차 주행 성능은 물론,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인 만큼 소비자에게 제조사 정보를 투명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이번 화재 사고로 전기차 산업 전반에 불신이 확산하자 정부는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를 검토 중이다. 내년 2월 시행 예정인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확대해 배터리마다 식별번호를 부착하고 이력을 관리하는 방안을 들여다본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2호 (2024.08.14~2024.08.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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