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시대, 브랜드 온기 높여라 [최순화의 마케팅 ‘와우’]
최근 한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온라인 공 던지기 게임 사이버볼(Cyberball)에 참여하도록 했다. 한 그룹은 참가자가 적극적으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을, 다른 그룹은 공을 받지도 던지지도 못하고 따돌림당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게임이 끝난 후 참가자에게 감사 선물로 브랜드 이름이 크게 새겨진 타이드(Tide), 푹신한 느낌의 곰 인형이 그려진 스너글(Snuggle) 세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고립을 경험했던 그룹의 대다수 참가자가 스너글을 선택했다. 그 비중은 다른 그룹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연구진은 여러 차례 후속 실험을 진행했고, 외로움을 느끼는 소비자일수록 브랜드명, 포장 이미지 등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제품을 선호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고립과 외로움을 경험할수록 부족한 관계 욕구를 보완해주고 편안함을 제공하는 대상을 더 나은 파트너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제품이나 브랜드가 주는 온기와 따뜻함이 사회적 고립감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고정관념 내용 모델’은 사회적 집단에 대한 인식을 유능함과 따뜻함의 두 개 차원으로 설명한다. 유능함과 따뜻함 수준이 모두 높은 집단에는 존경심을, 둘 다 낮은 집단에는 경멸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유능함 수준은 높지만 따뜻함이 낮다면 질투심이, 유능함은 낮으나 따뜻함이 높은 집단에는 연민의 감정이 유발된다. 대표적인 존경 유발 집단은 미국인 중산층, 경멸 집단은 빈민층 또는 자활보호 대상자, 질투 대상 집단은 아시안 부유층, 연민을 부르는 집단은 노인층이나 장애인으로 분석된 바 있다.
이 원리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반응에도 적용된다. 유능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브랜드는 인기가 많은 매력적인 대상으로 여겨진다. 능력이 부족하고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으면 골치 아픈 문젯거리로,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역량이 부족하면 정부 지원이나 펀딩이 필요한 브랜드로 인식된다. 역량은 뛰어난데 따뜻함이 없는 브랜드는 질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고객층에게만 친절한 초고가 브랜드,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차가운 느낌의 첨단 브랜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에는 따뜻한 이미지와 무관해 보이던 명품, 기술 분야에서도 유능함을 넘어 온기가 느껴지는 브랜드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구찌, 불가리는 소외된 여성과 어린이의 권리 실현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며 이타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닌텐도는 가족의 따뜻함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실행한다. 2019년에는 관계가 소원해진 두 형제가 함께 게임을 즐겼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광고를 제작했다. 최근 광고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이 함께 등장해 행복한 모습을 연출해 가족을 연결하는 브랜드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2023년 갤럽 조사에 의하면 142개국 성인 51%가 외로움을 경험한다. 외로움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외로움 경제(loneliness economy) 시대에 따뜻함이 느껴지는 브랜드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2호 (2024.08.14~2024.08.20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롯데백화점에...한잔에 48만원짜리 커피 등장 - 매일경제
- 쿠팡 택배기사 해볼까...내년 ‘격주 주5일제’ 도입 - 매일경제
- 여성이 좋아하는 SUV...소형 SUV 셀토스 여심(女心) 장악 [CAR톡] - 매일경제
- 깜짝 실적도 속수무책… AI ‘버블론’ 진실은 [스페셜리포트] - 매일경제
- 광고업계 뒤흔든 ‘디디비 스캔들’…또 폰지? - 매일경제
- [속보] CJ제일제당, 오늘부터 쿠팡과 로켓배송 직거래 재개 - 매일경제
- 화재 12일만에 제조사 공개...벤츠, 대부분 中 배터리 - 매일경제
- 바이오 기업이 빵집까지?...‘관리종목 지정’ 피하려 사활 - 매일경제
- 장미란 선수 문체부 차관 임명 논란에...국민 59% “문제 없다” [민심레이더] - 매일경제
- 서울 목동운동장·유수지에 ‘MICE 단지’ 추진...과잉 공급논란도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