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정보공개' 어디까지…정부 최소 권고 이상 조처할 듯

정은혜 2024. 8. 1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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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이 지난 1일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새까맣게 그을려 있다. 뉴스1

정부가 12일 긴급회의를 열고 전기차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도록 권고 이상의 조치를 하기로 했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13일에 이런 내용이 담긴 단기 대책을 발표한다.

정부는 12일 세종청사에서 환경부 차관 주재로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기차 및 지하 충전소 화재 안전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기차 안전과 주차장 등 충전 인프라의 안전 확보에 대해 그동안 제시된 대책이 모두 테이블에 올라왔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검토한 내용을 토대로 13일 국무조정실장 주재 차관 회의를 열고 전기차 화재 예방과 대응을 위한 종합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종합대책은 다음 달에 발표될 전망이지만, 단기 대책 등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은 이날 발표하기로 했다.

단기 대책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배터리 정보 공개’다. 당장 완성차 업체들에 최소 권고 이상의 조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법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을 검토하고 있는데 사실상 배터리 정보를 공개(의무화)하는 방향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벤츠 등 완성차 업계는 배터리 정보가 영업 비밀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장 배터리 공개를 하도록 조처하는 게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6년 2월부터 시행될 국토부의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 시행 시점을 당장 당겨오긴 어렵더라도, 현행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제조사들이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정보 공개 수위 막판까지 조율할 듯


1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 전기차 화재 예방법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부는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가 자칫 통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막판까지 배터리 정보 공개 조치 수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유럽연합(EU)이 배터리의 모든 정보와 이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디지털 배터리 여권(DBP)’ 제도 시행을 앞둔 만큼,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과충전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논의됐다. 환경부는 올해 초 전기차 과충전 방지를 위한 ‘전력선통신(PLC) 모뎀’을 장착한 충전기에 대해 보조금을 40만원 더 지급하는 등 안전성 강화에 초점을 둔 보조금 지급 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보조금 가점을 더 주는 등 보조금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전기차와 충전소 관련 보조금을 기존의 제도보다 안전성에 더 초점을 맞춰 설계하는 방안 등 전기차 보급 정책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는 방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자체적으로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는 90% 이하로만 충전할 수 있게 제한된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게 권고하는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다음 달 말까지 개정할 예정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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