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안보실장·국방장관 깜짝 교체…대북 강경파 전면에 섰다
여름 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 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며 하반기 국정운영의 포석을 뒀다. 윤 대통령은 휴가 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처음 출근한 12일 외교·안보라인 연쇄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국가안보실장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내정하고, 공석이 되는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김용현 경호처장을 지명했다. 장호진 현 국가안보실장은 신설되는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런 내용의 인선을 발표했다. 정 실장은 신 내정자에 대해 “현 국방부 장관으로서 당면한 안보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한 치의 안보 공백 없이 대통령을 보좌해 국가안보를 책임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에 대해선 “군 요직을 두루 섭렵한 국방·안보 분야 전문가로, 군 안팎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며 “초대 경호처장으로 군 통수권자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어 국방부 장관으로 적임자”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가인권위원장에 안창호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명했다.
정 실장과 함께 브리핑룸에 온 김용현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국내외 안보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안보가 곧 경제”라며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이 된다면 강력한 힘을 기초로 한 확고한 안보태세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국군정보사령부 기밀 유출 문제와 관련해선 “관련 수사가 끝나면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로 외교·안보라인에 군 출신 대북 강경파가 전면에 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육군사관학교 선·후배인 신 내정자(육사 37기)와 김 후보자(육사 38기)는 육군 수도방위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거친 작전통이자, 군 내 대표적 매파로 꼽힌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10월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신 내정자는 장관 취임 직후부터 즉ㆍ강ㆍ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 원칙을 내세우며 북한 도발에 대응했다. 지난 6월 남북 9ㆍ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업무를 총괄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후보자는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 공약을 총괄하며 사드 추가 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에는 대통령실 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을 맡아 용산 이전을 주도했다. 초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됐으나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취임 때부터 지금까지 경호처장을 맡았다. 후임 경호처장 후보로는 수방사령관 출신의 구홍모 전 육군 참모차장 등이 거론된다.
초대 안보실장으로 학자인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한 윤 대통령은 그간 조태용 국정원장과 장호진 실장까지 외교 전문가를 기용해왔다. 이번 인사로 외교·안보 라인의 무게 중심이 군(軍)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때부터 외교 안보 진용 변화를 구상해왔다고 한다. 북·러 정상회의에 따른 후폭풍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동 내 충돌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맞춰 안보 라인 강화 필요성을 느꼈고, 지난주 여름 휴가 기간 숙고 끝에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정 전반기엔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미 동맹 복원과 한·미·일 협력 강화에 초점을 뒀다면, 후반기는 힘에 의한 평화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인선을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질성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장관급인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신설하며 장 실장에 대한 예우를 갖췄지만, 임명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9월 체코 순방을 앞뒀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 소식통은 “지난 6월 북·러 정상회의에서 맺어진 북·러 군사 동맹에 대해 국가안보실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 정부 출범 뒤 2년 3개월 동안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장 인선이 네 번(김성한·조태용·장호진·신원식) 이뤄진 것을 두고 “교체가 너무 잦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인사는 발표 직전까지 대통령실 내 극소수 참모만 알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인사 당사자들도 직전에야 통보받았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친정체제를 구축해 하반기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잡고, 레임덕은 최대한 늦추겠다는 의도”(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전날 오랜 인연인 심우정 법무부 차관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하고, 신임이 깊은 국방부 장관을 안보실장으로, 고교 선배인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이 이른바 ‘믿을맨’을 통해 권력 누수를 최소화하고 야당이 밀어붙이는 탄핵 국면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김 후보자에 대해 “국방 전문가로 전문성에 하자가 없다”고 평가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회전문 인사의 극치”라며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인물”이라 반발했다.
◇尹, 방송4법 재의요구…용산 “방송 공정성 훼손 대응 불가피”=윤 대통령은 이날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방송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재가했다. 대통령실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시키려는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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