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 '건국절' 입장 오락가락, 기자들과 설전

유지영 2024. 8. 12. 18: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라이트 논란' 김형석 관장 "광복회가 마녀사냥하듯 인민재판, 사퇴 의사 없다"

[유지영, 이정민 기자]

▲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기자회견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그동안 한 번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거나 특정한 독립운동가를 비방한 적이 없다."

12일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 관장이 그간 문제적 '역사관'을 비롯한 모든 논란이 '왜곡'이라면서 기자회견에 나섰다. 지난 8일 취임하고 4일 만이다. 이날 야 6당은 김 관장 임명 철회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김형석 관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역사관과 관련된 기자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 "개인의 소신과 독립기념관 관장의 공적 입장은 동일하지 않다"라는 말로 피해 갔다.

김형석 "친일인명사전 손보기? 개인적 소신과 공적 입장 달라"

김 관장은 기자회견에서 2022년 펴낸 책 <끝나야 할 역사전쟁 - 건국과 친일 논쟁에 관한 오해와 진실>(동문선)을 들고서 격양된 목소리로 "나는 이승만 대통령과 김구 선생을 편 가르기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4·19 혁명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을 위반한 해석이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공인과 사인의 입장이 있고, 공직에 맞는 정부의 입장이나 절차가 있으니 시간이 필요하다"라면서도 "(독립기념관 관장직은) 역사적인 논쟁에 개입하는 자리가 아니다. 정치적인 논쟁이 될 수 있는 한 개입을 안 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라면서 이승만 국부 주장을 '정치적인 논쟁'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도 알다시피 내가 지난주까지는 독립기념관 관장이 아니었지 않나. 독립기념관장으로서 예를 들어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대하는 일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지를 묻는다면 그건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친일인명사전'에 대해서도 지난 9일 "손 보겠다"라는 발언에 이어 다시금 "민간 단체에서 만든 것"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하고 "전국민적인 공감대와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친일인명사전을 학자적 양심으로서 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학자 김형석의 개인적인 소신과 독립기념관 관장의 공적 입장은 동일하지 않다. 이를 독립기념관 관장 업무와 연결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친일파'로 알려진 백선엽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재검증을 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선친께서 대학에 다니다가 20살 어린 나이에 생사를 넘나들면서 백선엽 장군과 함께 전쟁을 치른 특별한 인연도 있지만, 내가 ROTC 출신인데 그 제도를 백선엽 장군이 창설했기 때문에 상당히 애정을 갖고 본다"라고 개인적인 친분을 내세워 옹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광복회 향해 "갈릴레이처럼 종교재판, 마녀사냥 하듯 인민재판"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보훈청에서 자신의 저서를 보여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신임 관장은 독립기념관장으로서의 자격 논란과 관련, 모두발언을 통해 "만약 나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면, 학문적으로 지적하면 되는데, 마치 중세교회가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오를 종교재판에서 화형에 처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통해 마녀사냥 하듯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그동안 한 번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거나, 특정한 독립운동가를 비방한 적이 없다. 수많은 강연과 수백편의 글을 통해 독립정신을 선양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고 밝히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 이정민
특히 김 관장은 "주장이 잘못되었다면 학문적으로 지적을 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하면 될 것인데 마치 중세 교회가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오를 종교 재판에서 화형에 처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통해 마녀사냥하듯이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라면서 광복회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김 관장은 "과연 내가 주장하는 건국론의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 분명한 근거를 갖고 우리 국민들 앞에 밝혀드리는 것이 바른 도리"라며 "엉뚱한 주장으로 국론을 분열하게 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광복회 관계자의) 할아버지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족운동가로 선정한 데 관여한 사람이니 독립운동가 후손의 명예도 중요해서 내 말을 왜곡해 허위사실 유포한 데 대해 대응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부당하게 비방하면 법적인 대응도 고려하겠다"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독립운동가 후손들로 이뤄진) 광복회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왜 퇴진을 요구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그분들의 생각을 알 수 없어서 내가 답변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 그분들이 언론에 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내가 주장한 것과 진위가 다르다. 그것이 나의 솔직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건국절' 입장 놓고 기자들과 설전
▲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기자회견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특히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건국절'에 대한 입장을 놓고 김 관장과 기자 사이에 여러 차례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관장은 지난 11일 실린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나에게 1945년 광복과 1948년의 제헌, 둘 중에 어느 쪽이 중요한가? 라고 물으면 단연코 후자이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공세가 이어지자 난처하다는 듯이 두 눈을 몇 초 감았다가 뜨고 답변을 이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김 관장은 "내 기억으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김 관장은 "건국절의 의미를 가볍게 여기고 무시하는 것도 바른 판단이 아니다"라거나 "1948년 8월 15일이 진정한 독립의 완성이라 중요하다", "1945년이 더 중요하냐 1948년이 더 중요하냐 그거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고 연이어 '건국절' 쪽에 무게를 실었으나, 계속 이어지는 기자들 질문에 결국 "지금 이 시점에서 나에게 물어보신다면 나는 둘 다 중요하지만,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되어진 것이 보다 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앞서 신문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도 "한 번 확인해보고 잘못 말씀드린 부분이 있으면 입장 표명하겠다"라고 밝혔다.

독립기념관 개관 이래로 처음 광복절 기념식 행사를 취소해 논란이 된 일에 대해서는 "내가 취임하기 전에 결정된 일"이라면서 독립기념관 사무처장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김 관장은 "기자회견 전에 내부 보고를 통해서 그간 광복절 행사는 독립기념관이 자체적으로 열었던 적이 거의 없었고 취임 전에 취소된 것을 확인했다"라고 주장했다.

독립기념관 관장은 임기 3년의 임명직으로 독립기념관 이사회의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복수의 후보를 추천해 국가보훈부 장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독립기념관 관장직을 응모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의 교감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라고 답변했다. 사퇴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이날 기자회견장 밖에서는 대한민국 상해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 김붕준의 손자 김임용씨가 "대한민국 독립기념관 독립운동 보물 창고 관장을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임명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펼치면서 시위를 벌였다.
▲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반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동안 광복회 행동하는 애국단이라고 밝힌 한 시민이 항의 플래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 이정민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