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정명석 "스스로 메시아라 한 적 없다…법대로만 해달라"
여신도들을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78)씨가 항소심 재판에서 "46년간 77개국을 돌아다니며 선교 생활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재림예수나 메시아라고 지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준강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 강요) 혐의로 기소된 정씨는 12일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 최석진) 심리로 열린 구속 심문기일에 출석해 "저는 1심에서 징역 23년이라는 중형을 받았다"며 "수십년간 한 종교단체에서 일하며 하나님, 예수님, 성령 외 다른 것을 본 적은 없다. 설교 녹취도 다 있다. 신도들의 신앙생활을 나쁘게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장님이 국가를 대신해 범죄인들과 아닌 자들을 구분하고 지켜보는 분인 것처럼 저는 하나님의 법을 다루는 사람"이라며 "앞으로도 성실히 재판받고 순종할 것이니 사정을 깊이 들어봐 주시고 법대로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법대로만 하면 괜찮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씨의 이런 발언은 재판부가 정씨의 구속기간 관련 구속 적합성 유무를 따지는 과정에서 나왔다. 재판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정씨에 대한 재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씨의 항소심 구속기간이 오는 15일 만료되는 데 따라 검찰은 1심이 진행 중인 정씨의 또 다른 재판부에 구속영장을 발부해달라고 요청했다. 1심에서 구속된 피의자는 항소심에서 두 달씩 최대 3번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 검찰은 정씨의 항소심 구속기간을 6개월 모두 연장한 상태다.
정씨의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법 형사3부(부장 김병식)는 구속기간 만료 전까지 재판을 마치지 못하면서 정씨가 석방된 채 재판을 받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정씨의 성범죄 혐의를 알렸던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달 25일 결심을 열겠다던 당초의 결정을 번복, 오는 22일 공판을 재개하기로 했다"며 "구속 만기 이후 재판하게 되면 정씨가 석방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데,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검찰도 "정씨가 이미 한차례 밀항, 해외 도피를 한 경험이 있는 데다 JMS는 해외 여러 곳에 선교지부를 두고 있어 도주의 위험이 있다"며 "정씨를 메시아로 믿고 있던 피해자들이 지금까지 고통을 호소하는 점, 석방 이후 피해자를 회유하고 협박할 가능성도 농후한 점 등을 고려해 정씨를 구속한 상태서 재판이 진행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정씨 측 변호인들은 "정씨는 JMS 총재 지위를 유지하고, 신도들도 계속 따르고 있는 상황으로 재판에 성실히 임하며 혐의를 반박하고 있다"며 "주거가 확실하고 증거 인멸, 도주 염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를 추정해야 하고 불구속 재판,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며 "더군다나 검찰의 공소사실은 정확한 증거도 없는 상태로 피고인의 인권 보호와 제대로 된 방어권 행사를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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