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 끝나고 화 많이 났다"…박혜정, 용상 3차 벨트도 못 차고 입장한 이유

김현정 2024. 8. 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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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장미란’ 박혜정(20·고양시청)이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가운데, 용상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급하게 경기장에 입장하게 된 배경이 알려졌다. 코치진의 실수로 경기 시간을 10여초 남기고 경기대에 오른 박혜정은 경기 후 "용상 3차 때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1일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 이상급 경기에서 박혜정은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을 들어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날 박혜정은 인상 1차 시기에 123㎏을 가볍게 성공한 뒤, 2차 시기 127㎏, 3차 시기 131㎏까지 연달아 성공하며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이어진 용상에서도 박혜정은 1차 시기에 163㎏을 들어 메달권에 진입했고, 2차 시기 168㎏을 들면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 신기록(합계 296㎏)을 3㎏ 넘어섰다. 아쉬운 장면은 용상 3차 시기에서 나왔다. 3차에서 173kg으로 무게를 올린 박혜정은 경기 시간을 17초가량 남기고 급하게 경기대에 입장했다.

박혜정은 벨트를 차지도 못한 채 손에 든 모습이었고, 손에는 탄산마그네슘도 묻히지 못했다. 입장하면서 벨트를 허리에 걸친 박혜정은 바벨 앞에서 급하게 벨트를 조여 맸다. 이후 경기 시간을 2초가량 남긴 상태에서 바벨을 잡아 들어 올리며 겨우 실격을 면했다. 여유 있게 입장해 10여초간 숨을 고르고 경기에 임했던 앞선 경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 박혜정은 173kg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경기 후 고개를 돌려 아쉬운 표정으로 코치진을 바라보는 박혜정의 모습도 중계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날 KBS 역도 중계진도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이배영 해설위원이 "서둘러야 합니다. 시간이 6초밖에 안 남았어요"라고 다급하게 말하자, 방송인 전현무는 "왜 이렇게 늦게 나왔죠? 왜 이렇게 촉박하게 나온 거죠?"라고 의아해했다. 이에 이 해설위원은 "준비를 안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안에서 본인 순서를 놓친 것 같다"고 추정했다.

다행히 영국의 에밀리 캠벨이 용상 3차 시기에서 174kg 도전에 실패하며 박혜정은 은메달을 확정 지었다. 캠벨 선수가 성공했다면 메달 색깔이 바뀔 수 있었던 상황에 대해 전현무는 "조마조마했다. 저희 입장에서는 정말 한숨을 내쉬었다"고 했다. 이 해설위원도 "마지막에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작전 싸움하다가 시간을 놓친 것 같다"며 "박혜정 선수가 그거 들어 올렸으면 바로 성공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혜정이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박혜정은 경기 직후 올림픽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용상 3차 시기가 조금 많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용상 3차 때 조금만 더 시간이 넉넉했으면 좋았을 텐데 감독님께서 무게를 더 올릴까 고민하시다 사인을 못 했다"며 "일단 ‘지금 빨리 들어가라’고 해서 17초 남은 상황에서 올라갔는데, 탄마 가루도 못 바르고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 상황도 그렇지만, 끝까지 잘 마무리 하지 못한 자신한테도 화가 났다"고 했다.

이후 스포티비와의 인터뷰에서도 박혜정은 "감독님이랑 코치님이 항상 얘기했던 게 '2차 잡고 2등 확정하고 3차 땐 도박처럼 무거운 무게 가보자'고 하셨는데, 두 분이 저한테만 너무 신경 쓰셨다"며 "감독님이 사인을 빨리하셨으면 다른 선수한테 넘어가는 건데, 감독님도 너무 긴장한 탓에 그러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시합 끝나고 화가 많이 났다"면서도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하셨다. 저도 화났지만 괜찮다고 했고, 잘 마무리했다. 아쉬운 마음이 좀 크다"고 덧붙였다.

이 상황을 본 누리꾼들은 "3차는 본인과의 기록 싸움이었는데 코치가 기본적인 시간 체크를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냐" "급하게 들다 부상이라도 당했으면 어떡할 뻔했나" "선수 입장에선 억울하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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