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피해 판매자 “합병법인 설립 반대”…긴급자금 신청 ‘봇물’

김경미 2024. 8. 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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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피해자들이 구영배 큐텐 대표 구속 수사와 피해자 구제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물의를 빚고 있는 티몬과 위메프가 12일 법원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며 기업 회생을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는 피해 판매자들을 대주주로 하는 티몬·위메프 합병 법인을 설립해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구 대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 법인 설립에 반대하고 있어 합병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티몬·위메프, 법원에 자구안 제출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티몬과 위메프는 신규 투자 유치, 인수·합병(M&A), 구조조정 등의 계획이 담긴 자구안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날(13일) 비공개로 열리는 ‘회생절차 협의회’를 통해 채권자협의회에 공개된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합병 법인 설립에 대한 구상을 공개했다. 자본금 약 10억원을 출자해 신규 법인 KCCW(K커머스 센터 포 월드)를 설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겠다는 내용이다. 큐텐이 보유한 티몬·위메프의 지분을 100% 감자하고, 본인의 큐텐 지분 38%를 합병법인에 백지신탁해 KCCW가 큐텐을 지배하도록 하겠다는 것. 판매자들은 주주조합의 형태로 대주주가 돼 이사회와 경영에 참여하라고 제안했다.

구 대표는 “티몬이나 위메프를 매각해서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 양사를 합병하면 사업 규모가 국내 4위로 상승한다”며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정상화하면 후속 투자나 피해 복구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피해 판매자들 “법인 설립은 꼼수”


하지만 피해자들은 구 대표의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날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구 대표가 판매자에게 지급할 정산 대금을 미국 플랫폼(위시) 인수에 유용하는 등 투명하지 않은 자금 운용을 해왔다”며 “구 대표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신정권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원장은 “구 대표가 합병법인 설립에 대해 진정성을 보이려면 먼저 자신의 모든 자산과 큐텐·큐익스프레스의 해외 재무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대표가 사재를 털어 위메프와 티몬의 판매 대금을 정산하고 소비자 환불을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피해자의 채권액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투자 유치에 따른 지분 희석과 추가적인 출자금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구 대표가 진정성 없이 현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구실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티몬·위메프 판매자 페이지를 통해 진행 중인 KCCW 주주참여 동의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피해 지원 신청 줄이어


위메프·티몬 미정산 피해기업 대상 긴급경영안정자금 신청 접수가 시작된 9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 직접대출 신청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의 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티몬·위메프 피해 판매자들이 신청한 긴급경영안정자금은 11일 오후 6시 기준 747건, 총 1483억원 규모다.

중기부의 긴급자금 지원사업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을 통해 운영되는데 당초 3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중진공 지원 사업으로 1330억원의 지원 신청이 몰려 접수가 일찌감치 마감됐다. 중기부는 아직 신청을 하지 못한 피해 판매자들은 소진공 지원사업과 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특례보증 협약프로그램을 이용해달라고 안내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자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여행상품 환불 지원방안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한국소비자원이 1~9일 티몬·위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권을 구매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접수한 집단분쟁조정 건수는 9028명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머지포인트 환불 사태 당시 집단조정(7200명) 신청 규모를 넘는 수치다.

현재 티몬·위메프에서 일반 상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순차적으로 환불을 받고 있지만 여행 관련 상품은 환불 책임을 놓고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와 여행업계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집단분쟁 조정안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머지포인트 사태 당시에는 조정안이 도출되기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됐다.

아직 환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과 정부의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판매자들은 13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무실 앞에서 검은 우산을 들고 집회에 나설 예정이다. 피해 판매자 비대위에 따르면 현재 판매자 70여 명, 소비자 50여 명이 참석 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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