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장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하라" 김형석 "뉴라이트 아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12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우 의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수석이 비공개로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전했지만, 이 논란이 자꾸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이겠냐"며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믿을 수 있도록 인사 철회라는 공식적인 행동을 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면담에 배석한 박태서 국회 공보수석에 따르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이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을 테니 경축식에 와달라'며 광복절 경축식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문제의 인사 임명을 철회해달라"며 사실상 거절했다고 한다.
앞서 이 회장은 자격논란에 휘말린 김 관장 임명에 반발하며 "정부가 근본적으로 1948년 건국절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광복회는 광복절 행사에 나갈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광복회는 14일 윤 대통령의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오찬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 회장은 또 이번 독립기념관장 선출 방식이 잘못됐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도 15일 열리는 정부 주최의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통보했다. 또 야6당은 국회에 김형석 임명철회 촉구결의안도 제출했다.
이같은 논란 속에 독립기념관은 광복절 경축식을 취소했다. 경축식이 열리지 않는 건 1987년 8월 15일 독립기념관 개관 후 처음이다.
한편 김 관장은 지난해 말 보수단체 강연에서 1945년 8월 15일이 광복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헌법 전문마저 성립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지목됐다.
그러나 김 관장은 이날 용산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며 논란에 선 그었다. "그동안 한 번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거나, 특정한 독립운동가를 비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많은 강연과 수백편의 글을 통해 독립정신을 선양하는 일에 앞장서왔다"며 "저의 블로그에는 (이종찬) 광복회장의 조부인 이회영 선생에 대해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 우당 이회영'이라는 글이 수록돼 있다"고 했다.
자신을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한 광복회와 여당 등을 향해선 "여론몰이를 통해 마녀사냥하듯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건국절 논란에 대해선 "대한민국 건국론에 관한 저의 생각이 광복회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다"며 "건국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신용하 교수가 건국은 상당한 기간에 걸쳐 이뤄진 역사적 과정이라 봐야 한다고 했는데 나의 견해도 이 주장과 같다"고 주장했다.
김 관장은 "이번 관장 공고에 '독립정신을 널리 알려 국민통합을 이룰 분을 모신다'는 기사를 보고 주변인들이 나를 적임자라고 권유했다"며 공직에 나선 이유도 설명해다. 그러면서 "앞으로 내가 관장으로 재임하는 기간 독립정신을 널리 선양하는 일과 이를 통해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매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이후 '사퇴 의사는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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