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수세 강북으로 확산...7월 거래량 4년만 최다 전망

김원 2024. 8. 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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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지역 모습.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계약 건수는 전날까지 6천911건이다. 7월 계약분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20일가량 남아 있는데 전월 거래량의 93.7%까지 도달했다. 거래지역은 노원ㆍ도봉ㆍ강북구 등 강북권이 늘어났다.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강북의 외곽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월별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신고 해제 건 제외)를 확인한 결과 이날 기준으로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813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6월 거래량(7268건)의 93.7%에 해당하는 수치다. 7월 거래 신고기한이 이달 말로 20여일 남아 있는 것을 고려하면 지난달 거래량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 12월(7496건)을 넘어 2020년 7월(1만661건) 이후 4년 만에 최다 거래량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김영희 디자이너


지난달에는 양천구와 ‘노도강’ 등의 거래량 상승이 눈에 띈다. 특히 양천구의 6월 거래량은 265건이었지만 지난달 거래량은 이날 기준 381건(43.8% 상승)에 달한다. 이어 노원구(550건·26,7% 상승)·강북구(118건·21.6%)·동작구(375건·14.0%)·도봉구(186건·12.0%) 등도 이날까지 7월 거래 신고건수가 6월 거래량을 넘어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한 아파트 매수세가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으로 확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는 지난 3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2월 2540건에서 3월 4218건으로 66.1% 늘어난 데 이어 4월 4433건, 5월 4944건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시중금리가 내리기 시작했고, 1년 가까이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세 대기 수요의 매매 전환도 일어났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거래가 늘더니 6월부터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강동·동작·광진구 등준상급지로 매수세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를 매도한 뒤 준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거래량 증가는 일반적으로 가격 상승을 동반한다. 매수 가능한 매물이 줄고, 거래 경쟁이 일어나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822건으로 한달 전(8만1495건)보다 4.6% 줄었다. 상승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거래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곳에서 지난달 상승 거래(종전 거래가격과 비교해 가격이 올라 거래된 것)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이는 해당 지역의 거래 절반 이상에서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이런 지역은 6월 14곳에서 양천구(52.5%)·은평구(51.1%)·노원구(50.4%) 등 3곳이 더 늘어났다. 서울 전체의 아파트 상승거래 비중도 지난 5월 46.1%, 6월 50.3%, 7월 51.7%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전셋값 상승과 공급 부족 우려, 분양가 상승 등으로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매수심리를 자극한 영향”이라며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확산하는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수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택지를 공급하고,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이는 등의 내용을 담은 ‘ 8·8공급대책’을 지난 8일 발표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일단 이달 매수세는 지난달에 비해 주춤하다는 게 일선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최근 가격이 크게 뛰면서 매수자들이 추격매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5월 이후 가격이 오르는데도 거래가 계속 이뤄지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매도 호가를 지나치게 올리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호가가 한두달 전보다 1~2억원 가량 높은 데다 휴가철 등 계절적 영향이 겹치면서 매수 문의와 실제 거래 모두 지난달보다 다소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5~6월 가격 상승세를 주도한 마포(-11.8%)·용산(-23.0%)·성동구(-31.6%) 등의 지난달 거래량은 6월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8·8공급대책’이 실제 공급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중장기적인 대책 위주라 당장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너무 중장기 대책에 치중해 최근 수도권에 수요가 몰리고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시장에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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