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역대급 내수 부진…패션업계 '된서리'
명품과 스파 브랜드 수요 쏠림…소비 양극화
2분기 소매 판매 2.9% 감소 …14년새 최대 낙폭
국내 대형 패션 회사들이 '불황의 늪'에 빠졌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기에 민감한 고가의 패션 의류부터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다만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가성비' 제품은 수요가 몰리면서 불황형 소비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5개 패션 회사(삼성물산 패션, F&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7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11억원(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1조9390억원에서 1조8937억원으로 450억원 감소했다. 옷을 사는 소비자들이 감소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뒷걸음쳤다.
국내 패션 브랜드
각 회사의 실적을 보면 국내 패션 부문이 크게 부진한 모습이었다. 신명품을 중심으로 한 해외 수입 패션의 경우 매출이 늘었지만, 국내 패션 부문에서 매출이 급감하면서 실적을 끌어내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은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대로 떨어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와 국내 패션 매출은 각각 5%, 12% 급감했다. 코스메틱은 9%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패션 사업은 부진이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섬의 경우 아울렛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영업이익 감소폭이 더 컸다.
삼성물산 패션은 신명품 등 해외 수입 브랜드 경쟁력을 높인 덕분에 2분기 실적 감소폭이 비교적 적었다. 삼성물산은 아미, 메종키츠네, 자크뮈스, 스튜디오니콜슨, 가니, 르메르 등 해외 브랜드들을 운영 중이다. 회사의 온라인몰인 SSF샵에서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상위 상품에는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가 이름을 올렸는데, 아미는 폴로 티셔츠 한 품목으로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오롱FnC는 아웃도어의 시장의 준성수기를 맞아 코오롱 스포츠와 왁(골프브랜드)이 실적 하락을 방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1%, 6% 감소하며 패션업체 중 하락 폭이 가장 낮았다. F&F는 MLB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10%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국내와 면세 채널에서 MLB와 키즈, 디스커버리 모두 감소세를 보이며 전체 실적에 타격을 줬다.
2분기 소매판매, 9분기 연속 감소…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
심상치않은 내수 시장은 거시경제 지표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4년 2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소매판매는 전년동기대비 2.9% 감소했다. 9분기 연속 감소로, 감소 폭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4.5% 감소한 이후 14년 1분기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씀씀이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패션 시장은 극심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고가의 명품이나 저렴한 스파(SPA_ 브랜드, 패션 플랫폼에 입점한 디자이너 브랜드들로 쏠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랜드의 스파 브랜드 스파오(SPAO)에 따르면 상반기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20%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국내 패션 부문 중 실적 상승세가 두드러진 곳은 애슬레저 업계다. 에코마케팅이 운영하는 에슬레저 전문 브랜드인 안다르는 2분기 매출액이 671억원,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9%, 50%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젝시믹스를 운영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2분기 매출액은 763억원, 영업이익은 123억원으로 같은 기간 30%, 8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의 매출 90% 이상은 젝시믹스에서 발생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국내 시장에서 남성 의류를 중심으로 골프웨어와 언더웨어, 수용복 등을 제조·판매하는데 고가의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가성비로 입소문이 났다. 안다르 관계자는 "남성 소비자들의 요청을 반영해 접촉 냉감 기능성이 더해진 자체 개발 고기능성 원단을 넣어 맨즈 라인업을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다만 두 브랜드 모두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판매가 늘어난 점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안다르는 일본과 동남아 시장을 1차 거점으로 두고 있다. 싱가포르에 글로벌 점포 1호점을 설치했고, 4분기에는 2호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온라인 몰을 운영 중인데 누적 매출액은 120억원이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중국 시장에서 매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국 시장에서는 매출 22억원이 처음 반영됐다. 회사는 중국 시장에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 여는 등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장춘 1호점, 20일 천진 2호점 문을 연 데 이어 내년까지 100개의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중국 시장에서 거둬들일 것으로 전망되는 매출액은 85억원이다.
오현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 내 여성 스포츠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대형 브랜드에 치우치기보다 디자인 만족도와 편안함을 추구하는 가성비 소비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시장 공략법은 '뷰티', '해외 진출'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서 패션 브랜드들은 뷰티 사업과 해외 진출로 하반기 실적을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한섬은 화장품 제조업을 하는 종속회사 한섬라이프앤의 지분을 100% 확보한다고 밝혔다. 한섬라이프앤은 고기능성 화장품을 제조에 특화된 회사다. 자회사로 편입해 기존에 선보인 프리미엄 브랜드 '오에라'외에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시스템과 타임의 유럽 시장 공략에도 고삐를 죈다. 한섬은 시스템 브랜드로 프랑스 파리에 플래그십 스토어, 프랑스 라파예트 백화점 팝업 스토어 오픈 등을 열었다. 향후에는 다른 프랑스 3대 백화점인 쁘렝땅, 봉 마르셰와 아시아권 주요 백화점에도 단독 매장을 열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코스메틱 사업의 해외 진출에 나선다. '어뮤즈'와 '스위스퍼펙션'이 중심이다. 최근 인수한 어뮤즈가 북미, 동남아,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다른 브랜드들의 해외시장 개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패션 부문에선 해외 수입 패션 강화를 위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 3개 이상을 새롭게 선보이고, 할리데이비슨 라이선스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F&F는 디스커버리가 최근 중국, 동남아시아, 대만 등 11개국에 대한 라이선스를 취득한 만큼 매출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연내 상하이에 1호점을 출시할 계획이다. F&F 관계자는 "MLB가 중국에서도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 중국에서 디스커버리 영업도 할 수 있게 됐다"며 "디스커버리를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로 브랜딩해 중국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
오롱 FnC도 해외 시장에서 매출 상승을 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코오롱스포츠의 일본 진출, 디자이너 브랜드인 아카이브앱크의 태국 신규 진출로 신규 고객 유입을 끌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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