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구시가 세우는 '박정희 광장' 표지판, 이렇게 생겼다

조정훈 2024. 8. 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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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4~5m 규모, 상단엔 박정희 얼굴... 13일 동대구역광장에 설치, 광복절 하루 전 14일 제막식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한다고 밝힌 박정희 광장 표지판 모양 및 박정희 동상 설치 예정지 정보가 담긴 문서를 <오마이뉴스>가 입수했다. 대구시는 13일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하고 광복절 하루 전날인 14일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 오마이뉴스
[기사 보강 : 12일 오후 6시 13분]

대구시가 광복절 하루 전날인 14일 오전 동대구역 광장 잔디밭에서 제막식을 열고 대중에 공개할 '박정희광장 표지판'의 모양새와 위치가 담긴 내부 문서를 <오마이뉴스>가 입수했다. 표지판 설치는 제막식 전날인 13일에 이뤄질 예정이다. 대구시는 오는 12월께 박정희 동상도 세울 예정이다. 대구시는 이 문서를 아직 공식 배포하진 않은 상태다.

내부문서 속 개념도에 따르면, 현재 동대구역 광장 좌측에 박정희 동상이 설치될 예정이다. 또한 동상이 세워지는 부근 잔디밭에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한다. 표지판 높이는 4~5m로 향후 세워질 박정희 동상(3m)보다 더 크다. 표지판 상단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얼굴 사진 아래로 '박정희 광장'이라는 글자가 부각돼 있는 모양새다.

또한 대구시는 이 문서에서 현재 이름은 동대구역 광장 앞에 옛 '구(舊)' 자를 붙여놨다. 동대구역 광장 이름을 '박정희 광장'으로 변경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해놨다.

'박정희 광장 표지판 모양과 설치 위치, 박정희 동상 설치 예정지가 표시돼 있는 문서를 대구시가 만들었는가'라는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12일 대구시 관계자는 "(해당 문서는) 아직 공식 배포하지 않았으므로 대구시가 만든 문서라고 볼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의 시설물은 대구시가 관리하기 때문에 코레일과 협의는 하더라도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전형적인 불통행정"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바꾸고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 조정훈
대구시의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 지역 시민단체들과 지역 야당은 "박정희 우상화사업을 반대한다"면서 "박정희광장 표지판과 제막식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박정희우상화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12일 성명을 내고 시민의 여론도 묻지 않고 박정희광장 표지판을 설치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박정희 우상화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많고 찬반 여론이 분분한 지금 무리하게 박정희광장 표지판 제막식을 강행하는 것은 시민 의사를 무시하고 분열을 조정하는 전형적인 불통행정"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표지판 설치는 관련 법령과 정부의 업무편람 및 대구시 조례 등 법규에서 정한 잘차도 위반하는 독단적 행정"이라며 "대구시가 법률과 조례마저 무시하고 독단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동대구역은 대구의 관문으로 하루에도 수만 명이 이용하는 공공의 장소"라며 "한 개인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공공의 광장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홍준표 시장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대구시와 홍 시장은 대구를 스스로 수구 독재의 섬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동대구역 광장은 화합과 통합의 광장으로, 분단을 넘어 대륙으로 뻗어가는 평화통일의 광장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광복절을 앞두고 박정희광장 표지판 제막식을 갖는 것은 반역사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 주장했다. 혈서로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관동군 장교로 항일독립군을 토벌한 자의 이름을 명명하는 표지판 제막식을 개최하는 것은 홍 시장이 반인권적 사고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

"홍준표 대권놀음의 일환"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6월 25일 오후 대구시청에서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 중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홍준표 시장의 시대착오적이고 반역사적인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구 민주당은 "240만 대구시민뿐만 아니라 5000만 국민과 외국인들이 널리 사용하는 '동대구역 광장'의 이름을 제대로 된 시민 의견수렴 없이 '박정희 광장'으로 바꾸는 것은 왕조시대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폭거"라고 규탄했다. 이어 "동대구역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박정희 찬양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으로 홍준표 시장 대권놀음의 일환"이라고도 꼬집었다.

이들은 "홍 시장이 폭거를 자행한다면 제정당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역사 부정과 우상 숭배 강요에 대해 강력한 행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성명을 통해 "공원 이름 하나 바꿔도 주민 의견을 듣는데 동대구역 광장 이름을 시장 마음대로 바꾸나"라며 "박정희 독재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홍 시장은 야욕을 당장 멈추라"고 요구했다.

대구 정의당은 "박정희는 산업화라는 미명 아래 무수한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짓밟았고 민주주의 퇴행을 가져왔다는 데 이견이 없다"며 "더구나 친일인사로 만주 일대에서 독립군을 토벌하는 일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동대구역 광장 이름을 바꾸기 위해 시민의 의견을 듣거나 법적·행정적 절차를 거쳤다는 이야기들 들은 바 없다"며 "홍 시장은 박정희 독재 시대로 회귀하려는 박정희 동상 건립, 박정희광장 설치 야욕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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