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 늘자, 가계대출 7월 5.5조↑…"증가세 확대 우려"

곽재민 2024. 8. 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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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매물 정보를 바라보고있다. 뉴스1

은행권 가계대출이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확대된 영향이다.

12일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2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5조5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가계대출은 3월(-1조7000억원) 1년 만에 뒷걸음쳤다가 4월(+5조원) 반등한 뒤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가 폭은 6월(+5조9000억원)보다 다소 줄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82조5000억원)이 5조6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7조3000억원)은 1000억원 감소했다. 주택 거래 증가에 따른 자금 수요 지속,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디딤돌ㆍ버팀목) 공급 등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세자금대출도 지난달 5000억원 증가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5월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늘어난 아파트 등 주택매매 거래가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실행으로 이어졌다”며 “대출금리 하락과 지속적 정책대출 공급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2월까지 3만~3만1000호 수준이었던 전국 아파트 거래는 3월 4만호, 4월 3만7000호, 5월 3만9000호, 6월 4만3000호로 꾸준히 상향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차준홍 기자

박 차장은 “6월 서울 아파트 거래 증가세 등으로 미뤄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의해서 금융권 가계대출 행태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지난달 5조3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도 6월(+4조2000억원)보다 커졌다. 주택담보대출이 전월(+6조원)보다 적은 5조4000억원 불어났고,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2000억원 감소했다. 다만 기타 대출 감소 폭은 6월(-1조8000억원)보다 축소됐다. 업권별로는 은행권에서 가계대출이 5조5000억원 늘었지만, 제2금융권에서 2000억원 줄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8월에도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거래 증가 및 휴가철 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세가 확대될 우려가 크다”며 “다만 다음 달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되고 은행권 모든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목적 DSR 산출이 개시되는 만큼 금융권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은의 고민은 깊다. 시기를 저울질 중인 금리 인하가 자칫 주택가격과 주담대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한은은 국내 내수부진이 이어지면서 거센 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2.6%)보다 하향(2.5%) 조정하며, 길어지는 고금리 기조에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회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물가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은은 오는 22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같은 날 경제전망(8월) 수정치도 발표한다.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위한 은행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신한은행은 오는 16일부터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상한다. 주담대 금리는 만기에 따라 0.30~0.35%포인트 오르고, 전세자금대출도 보증기관과 만기별로 0.20~0.35%포인트 상향 조정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5일과 22일 혼합 금리를 0.05%포인트씩 높였고, 29일에도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올렸다. 이달 7일에도 주담대 금리 인상(0.3%포인트)에 이어 이번까지, 한 달 만에 다섯 차례 대출 금리를 인상한 셈이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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