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열한 검은 양복들 90도 인사…마이웨이 들으며 떠난 '1세대 조폭'
전국의 조직폭력배(조폭) 100여명이 12일 ‘마지막 1세대 주먹’으로 불렸던 신상사파 두목 신상현(92)씨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선 지난 10일 숨진 신씨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11시가 넘어가자 장례식장엔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온 조폭들이 모여들었다. 검은 양복을 입고 완장을 찬 30대 안팎의 남성 10여명은 장례식장 1층 로비에서 도열했다. 이들은 추모객들이 장례식장 입구에 들어설 때마다 크게 허리를 숙여 ‘90도’ 인사했다. 빈소 앞엔 신씨 지인뿐만 아니라 가수 설운도·태진아 등 연예인 포함 각계 인사들이 보낸 화환 100여개가량이 들어서 있었다.
신씨의 후배들은 신씨를 ‘어르신’이라 불렀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홍인수(72)씨는 “사나이로서 반칙 한 번 안 하고 사신 분”이라며 “도박‧마약‧매춘을 가장 싫어했다”고 말했다. 유일성(61)씨도 “어르신은 ‘우리 땐 주먹으로만 싸웠다. 사람 죽이는 일은 하지 마라. 다 먹고 살 수 있다’며 후배들이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가르쳤다”고 했다.
60년 동안 신씨와 인연을 이어 왔다는 원로가수 박일남(86)씨는 “젊을 때 후배들이 한 마약에 나까지 꼼짝없이 덤터기를 쓰고 체포될 뻔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신상현이) 나서서 진실을 밝혀준 덕에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발인식을 앞두고 빈소 앞 복도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들로 가득 찼다. 연령대는 20대부터 70~80대까지 다양했다. 추모제 이후 오후 1시부터 진행된 발인식에선 100여명의 가족과 친지, 지인들이 참석했다.
고인이 차량으로 운구되자 친지인 한 여성이 유명 팝송 ‘마이웨이’를 불렀고, 주변에 있던 이들은 얼굴을 가리면서 흐느꼈다. 애초 발인식엔 검은 세단 차량 100대가 동원될 계획이었으나 ‘조용히 배웅하는 것이 옳다’는 장례위원회 판단에 따라 차량은 동원되지 않았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신씨의 장례식 기간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및 송파경찰서 소속 사복 경찰 50여명을 장례식장 주변에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례식은 특이사항 없이 마무리됐고 발인식을 끝으로 경찰도 모두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우미관 김두한, 명동 이화룡, 동대문의 이정재가 3각 구도를 이루던 1950년대 중반부터 명동파에서 활동한 1세대 조폭으로 알려졌다. 이화룡이 이끄는 명동파가 이정재·임화수 등의 동대문파 간부들을 급습한 1958년 9월 ‘충정로 도끼 사건’으로 이화룡과 함께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명동파가 해체됐다. 두목인 이화룡은 5·16 이후 감옥에서 나와 영화제작자로 변신했다. 신씨가 1965년 명동에서 조직을 재건했다. 신상사란 별명은 6‧25 당시 대구 특무부대에서 1등 상사로 근무한 이력 때문에 붙었다고 한다. 1975년 1월 명동 사보이호텔에서 신년회를 진행하던 중 오종철파의 행동대장 조양은으로부터 급습받은 ‘사보이호텔 습격 사건’ 일화가 유명하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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