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86조 중국 '생수왕' 속내 "중국서 최고부자는 부정적 의미"
중국의 최고 부호가 국영 방송에 출연해 “부는 소비자나 시장이 기업가에게 주는 일종의 표창이어야 하지만, 솔직히 말해 중국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며 '속내'를 드러내 화제가 되고 있다.
12일 중국 관영 신화사 등은 지난 10일 중산산(鍾睒睒·70) 눙푸산취안(農夫山泉) 창업자 겸 이사장이 중국중앙방송(CC-TV) 경제 채널에 출연해 부에 대한 중국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과 네티즌의 비난에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4500억 위안(약 86조원)의 자산가인 중 회장은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胡潤)이 선정한 중국 최고 부호에 4년 연속으로 오르며 세계 부호 순위에서도 21위를 차지했다. 생수 판매로 부를 일궈 ‘생수왕’으로도 불린다. 지난 8월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에서는 중국인 중 글로벌 인터넷쇼핑몰 테무(TEMU)로 급성장한 황정(黃崢·44) 핀둬둬 창업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앞서 지난 2월 중 회장은 네티즌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았지만 제대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 경쟁사인 와하하(娃哈哈)의 창업자 쭝칭허우(宗慶後) 회장이 지병으로 숨지자 애국주의 성향의 네티즌들은 와하하 대리점에서 출발해 눙푸산취안을 창업해 부를 쌓은 중 회장을 '배은망덕한 기업가'라며 공격했다. 이들 네티즌은 눙푸산취안의 제품 포장이 일본 신사(神社)를 베꼈고, 붉은색 병뚜껑이 일장기의 붉은 원을 상징하며, 중 회장 아들의 국적을 거론하며 “미국이 지배주주”라며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 때문에 눙푸산취안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CC-TV의 대담 프로그램 출연한 중 회장은 “중국이 농업 문명에서 산업 문명으로 30~40년 만에 건너뛰면서, 부에 대한 의미·책임·가치를 모두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 사회의 ‘최고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억울한지 질문 받자 그는 “억울하지는 않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어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최고 부자에 대한 압력은 모습도 없이 언제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해 자유를 사라지게 만든다”며 “자유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나처럼 사적인 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비난을 일삼는 인플루언서 등에 대해 “그냥 놔둬라”고 초연한 듯한 입장도 밝혔다. 중 회장은 “내 생각에 지금 인터넷의 먹칠은 깨끗해질 수 없다”며 “최후에는 반드시 깨끗해질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하늘이 밝기 전에 뛰어내리지만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CC-TV는 이번 대담을 “중산산: 이상주의적인 미치광이(瘋子)”라는 다소 이례적인 제목으로 전국에 방영했다. 중 회장은 승계 논란에도 입장을 밝혔다. 사회자가 “눙푸산취안을 미국 국적인 2세에게 물려줄 수 있고, 미래 중국 기업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가”라고 묻자 “영원히 중국에 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농푸산취안은 (조세 회피 지역인) 케이맨 제도의 회사가 아니고, 가치 체인이 매우 짧고 소유 구조도 매우 간단하다”며 “가장 중요한 소유권 문제는 매우 명확하게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국영매체인 CC-TV가 이례적으로 중국 최고 부호에게 해명 기회를 준 배경에 활력이 사라진 중국 경제 현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CC-TV 대담은 지난달 대대적인 경제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민영기업가 사이의 냉담한 반응에 당국이 내놓은 고육책”이라며 “환구시보 후시진 전 편집인의 SNS 입막음과 이번 대담 프로는 통제와 활력이 모두 절실한 중국 당국의 당혹함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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