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어렵사리 꺼낸 말... 계속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박향숙 기자]
▲ 군산시 마중물 희망스터디 사업 포스터 202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교육사업 |
ⓒ 박향숙 |
코로나19 시기는 전 세계적인 위기였기에, 학생들이 없어서 학원 문을 닫는 폐업이 즐비했던 때다. 시의 교육정책 중 하나였던 이 제도에 대하여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일단 참여학원으로 등록했었다. 막상 코로나가 가장 최고치였던 시절(2020년~2021년)에도 마중물 사업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힉생 수는 두세 명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수가 늘고 있으니 어쩐 일인가.
학원 운영 20년을 맞이한 올해, 상담 전화 중 빈도수가 높은 것은 신기하게도 '마중물희망스터디' 사업 건이다. 심지어 1년 이상 학원을 잘 다니던 학생들도 그 대상이 되어 공부해야 될 것 같다고 전화를 한다. 내 학원의 경우 학원비가 24만 원이니, 마중물사업으로 받는 공공비용 17만 원을 제외하면 매달 7만 원씩 기부하여 교육하는 셈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 제도에 참여하길 꺼렸다. 그때는 시보조금도 10만 원이었으니 학원 부담금이 너무 커서, 이렇게까지 하면서 학원을 운영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도 있었다. 학생 수도 적고, 매달 작성해야 하는 서류도 있고, 코로나 위기에 기부라는 이름으로 학원에서 반 강제성 성격의 시스템을 선택해야 되는가 등, 마음이 좁아지고 슬퍼지기도 했었다. 학원 단체의 임원진이 아니어서 직접적인 이유는 모르겠으나 코로나가 끝나는 지점부터 시 보조금도 오르고, 기존 학원생들의 복귀도 늘어서 이제 학원이 안정이 되려나 싶었다.
▲ 군산시 교육정책 홍보자료포스터 희망스터디에 참여할 학생과 학원 모집안 |
ⓒ 박향숙 |
초등학교 때 코로나 시기를 맞았던 중학생들의 영어학력 수준은 현저히 낮은 상태인 경우가 많다. 마중물 사업으로 학원을 오는 대부분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서 아마도 초등학교 때 영어 공부 역시 공교육에 의존했을 확률이 높은데, 그때 하필 코로나로 인해 초기 영어 학습을 집중적으로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생각이다.
1학기를 마칠 무렵 뜻하지 않게 기존 학부모께서 마중물 희망스터디로 교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분은 자녀의 숙제를 늘 꼼꼼히 확인하고 매월 학원에서 보내는 편지에도 답장을 주실 만큼 능동적인 학부모 중의 한 분이다. 그런데 마중물 수업에 관한 상담을 할 때는 여느 때와 확연히 다르게 목소리의 톤이 낮고, 주저함이 역력했다. 다행히 여러 경험이 있는 내가 미리 앞장서서 학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상담 기법으로 대화를 했다.
"OO 어머니, 요즘 많이 힘드시죠. 저도 올해는 경제적으로 더 힘드네요. 바로 옆 학교의 학급 수가 3반 밖에 남지 않을 걸 이제야 알 정도로 제가 무감각하게 살았나봐요. 어머님들께서 저의 학원을 많이 홍보해주시고 오랫동안 자녀를 맡겨주셔서 그냥 편안하게만 학원을 운영했었어요. 그런데 힘이 들 때,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해결할 수 있어요. 마음으로만 담아두시면 해결책이 없고, 그러면 자녀에게도 불편한 마음만 전달돼요.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우리가 부모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자녀가 공부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일이죠. 걱정 마세요, 제가 군산에 와서 가장 많이 활동한 부문이 학원 운영과 지역 봉사거든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분명 많을 거고요, 이 마중물 사업도 그중의 하나이니, 마음을 무겁게 하지 마세요."
"원장님은 자원봉사 많이 하시는 거 알고 있어서, 제 입장을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했어요. 동사무소에 갔는데 우연히 이런 제도 있다고 들었고, 그 명단에 우리 학원이 있어서 좋았어요. 아이를 다른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았거든요. 고맙습니다."
전화상담 후, 마중물 사업에 대한 취지와 필수 준비 서류, 그리고 어떻게 시 보조금을 받는지에 대한 내용을 써서 톡 편지를 드렸더니, 환한 미소의 이모티콘과 함께 감사 인사가 왔다.
우연히도, 7월과 8월 사이에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상담 수가 늘어서 정말 군산 경제, 나라 경제에 불안한 신호가 드리워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사람 사는 일이 어디 혼자만의 일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 중에 하나가 마중물 희망스터디 사업에 동참하는 거라면, 언제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학원 운영으로 내 자식들을 키웠고, 나의 생계가 보장받았던 건 이웃들 덕분이었다. 가깝든 멀든 자영업자를 비롯해 모든 이웃에게 같이 힘내자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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