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가 금리인상 어려워… 내년 3월도 의문”

강창욱 2024. 8. 1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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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일본은행 임원 블룸버그 인터뷰
“일은 총재 시장에 잘못된 인상 줘”
일본은행.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중앙은행이 올해 정책금리를 더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임 일본은행 정책위원이 전망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혼란에 빠진 데다 국가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쿠라이 마코토 전 일본은행 정책위원은 지난 9일 오후 인터뷰에서 “그들(일본은행)은 적어도 올해 남은 기간은 다시 금리 인상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전했다.

사쿠라이 전 위원은 “내년 3월까지 한 차례 인상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이번에 힘 너무 많이 써… 당분간 지켜봐야”
일본은행 정책위원회는 정책금리(기준금리)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일본은행 총재와 부총재 2명, 심의위원 6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0.00~0.10%에서 0.25%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후 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중앙은행이 시장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졌다.

사쿠라이 전 위원은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거의 0%에 가까운 금리에서 0.25%로 이동하기로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쓰였다고 평가했다. 그런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0.10%였던 기준금리를 0.00~0.10%로 올리며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냈다.

사쿠라이 전 위원은 그 직후인 4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다음 금리 인상이 올가을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부터는 ‘정책 정상화’가 꾸준히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추가 인상은 두어 달 당겨진 셈이다.

“우에다, 질문 통제 못 해 ‘계속 인상’ 인상 줬다”
추가 인상 이후 일본 증시가 1987년 이후 최대 폭락을 겪는 등 금융 시장이 불안해지자 일본은행은 진화에 나섰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AFP연합뉴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지난 7일 “금융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현 수준에서 금융 완화를 계속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한 일주일 전만 해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직접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었다.

우치다 부총재 발언 이후 달러당 엔화 환율은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사쿠라이 전 위원은 “지금은 시장 안정화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치다 부총재의 발언은 적절했다”며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우에다 총재가 보여준 의사소통 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강조하기 위해 질문을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한데 우에다 총재는 상황을 잘 통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행은 지나친 통화 완화에서 적절한 통화 완화로 이동하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우에다 총재가 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설명이 없었던 탓에 우에다 총재의 발언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인상을 줬다는 게 사쿠라이 전 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학계 경제학자들은 답을 숫자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직설적인 경향이 있지만 실제 경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며 “따라서 당국도 현실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거세지는 금리 인하 압박… 우에다 소환 예고
일본 의회는 오는 13일 회의를 열어 우에다 총재와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을 심문하기 위해 소환할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은 이달 의사 결정에 앞서 이례적인 정치적 압력에 직면했다”며 “여당 두 고위 인사가 일본은행 정책과 엔화 약세에 대해 의견을 밝히며 엔화를 지지하기 위한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해설했다.

사쿠라이 전 위원은 “이제 선을 넘으면 시장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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