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 끄는 어르신에게 누군가 내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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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길에서 손수레를 끌고 가는 어르신들을 마주치곤 한다.
그녀가 나머지 생수 한 병을 어르신의 손수레 안에 놓으며 말했다.
나는 무더위 속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안타깝다고만 생각했지 한 번도 물을 건넬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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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정 기자]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일사병의 위험성에 관한 뉴스와 재난문자가 계속되기에 되도록 외출을 피하고 있지만, 요즘 열심히 배우고 있는 골프 연습과 방학을 맞아 집에서 삼시 세끼를 먹는 아이들의 먹거리를 사러 하루에 한 번은 마트에 꼭 들러야 한다.
골프 연습장이 한가한 낮 시간에 장바구니와 지갑, 양산을 넣은 가방을 둘러메고 밖으로 나갔다. 건물 1층 공동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양산을 쓰고 천천히 5분 정도를 걸었을 뿐인데도 몸이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휴, 정말 덥다. 5분만 참자. 연습장 가자마자 얼음물부터 마셔야지.'
▲ 무더위에 손수레 가득 폐지 등 고물을 싣고 가는 어르신 |
ⓒ 윤용정 |
가끔 길에서 손수레를 끌고 가는 어르신들을 마주치곤 한다.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크게 산더미 같이 쌓인 박스를 끌고 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안타까웠지만, 이 더위에 나와서 거의 빈 수레를 끌고 가는 어르신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휴, 이 더위에 꼭 나오셔야 했을까... 저러다 일사병이라도 걸리면 어쩌시려고...'
다 사정이 있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 길가 편의점에서 한 여자분이 양손에 생수병을 들고 나왔다. 그녀가 밝게 웃으면서 어르신 앞으로 다가갔다.
"할아버지, 이거 드세요."
그녀가 들고 있던 생수병의 뚜껑을 열어 어르신 앞에 내밀었다.
"아이고, 고마워요."
"많이 더우시죠? 그리고 이건 가지고 계시다가 나중에 챙겨드세요. 물 자주 드셔야 해요."
그녀가 나머지 생수 한 병을 어르신의 손수레 안에 놓으며 말했다.
"이거..."
어르신이 그녀에게 천 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아이고, 왜 돈을 주세요? 아녜요. 넣어두세요. 하하."
"미안해서 어쩌나..."
나는 무더위 속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안타깝다고만 생각했지 한 번도 물을 건넬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늘 마음뿐인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이 최근 내가 본 그 어떤 사람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잠시 무더위를 잊을 만큼.
어쩌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나도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작은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외출을 하는 내 가방 안에 시원한 생수 한 병이 추가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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