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없네" 용산, 한동훈 정치 곤혹…韓측 "어버이당 아니다"
“비밀이 없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실에 반대 의견을 전한 사실이 지난 11일 언론에 알려지자 한 대통령실 참모가 답답한 듯 전한 말이다. 이 참모는 “이런 식으로 내부 사정이 다 공개되면 당과 내밀한 대화를 나누기가 점점 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주말 간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두고 다시 윤·한 갈등설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화합 만찬 등으로 좁혀놓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거리가 다시 멀어질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사면·복권과 같이 비공개 조율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한 대표의 반대 입장뿐 아니라, 김종혁 최고위원과 박상수 대변인 등 주요 당직을 맡은 친한계 인사들이 SNS에 복권을 반대하는 날 선 발언을 쏟아낸 것도 대통령실을 당황케 한 지점이었다.
5선 국회의원 출신의 비서실장과 재선의원이 포진해있는 용산 정무 라인에서도 “이런 식의 정치는 생경하다”는 반응부터 나왔다. 논란이 점화되는 과정에서 지난달 정점식 전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의 거취와 관련해 정진석 비서실장이 한 대표에게 유임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이 재차 회자되기도 했다.
한 대표 측은 대통령실과 당이 현안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건강한 당·정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란 입장이다. 한 대표가 김 전 지사에 대해 공개 발언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사면권을 존중하고 당·정 갈등을 최소화하려 노력하는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12일 CBS라디오에서 “우리는 군대도 아니고, 어버이 당도 아니다”며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니까 여당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정 갈등은 항상 존재하는데 그 존재하는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모양새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도 주변 인사들에게 당·정간 투명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국민의힘 전당 대회에서도 김건희 여사의 문자 논란, 한 대표의 패스트트랙 공소취소 폭로 등 한 대표의 소통 방식은 후보 사이의 주요 쟁점이었다. 당시 한 대표는 공적이고 투명한 소통을 강조했지만, 경쟁자였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물밑 협상과 합의 등 정치라는 건 비공개의 예술”이라는 반대되는 주장을 펼쳤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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