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작마다 등장하는 이 배우의 첫 상업영화
[양형석 기자]
▲ <잔혹한 출근>은 '꼭짓점댄스'로 주가를 올린 김수로의 두 번째 단독주연 영화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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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연극에 빠졌던 김영민은 군복무를 마치고 1997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웠다. 1999년부터 연극 무대에 서기 시작한 김영민은 2001년 고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에서 지흠 역에 캐스팅되며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리고 2년 후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작품상을 휩쓴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울 겨울 그리고 봄>에서 청년승을 연기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두 편의 김기덕 감독 영화에 출연한 후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갔던 김영민은 2006년 데뷔 후 처음 상업 영화의 준·주연에 캐스팅됐다. 현직 경찰이자 유괴범의 아이를 유괴하는 진눈깨비 도깨비를 연기했던 <잔혹한 출근>이었다. 김영민은 <잔혹한 출근>에서 영화 시작 1시간12분 만에 처음 얼굴을 드러내는 유괴범을 연기했지만 아이를 유괴 당한 부모의 심정을 잘 표현하며 열연을 펼쳤다.
2008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의 라이벌 정명환 역을 통해 드라마에 진출한 김영민은 2010년대 중반까지 여러 매체를 오가며 활동했지만 크게 주목 받진 못했다. 그러던 2018년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대학선배 박동훈(이선균 분)의 아내 강윤희(이지아 분)와 불륜을 저지르는 도준영 역을 맡았고 2019년<사랑의 불시착>에서는 일명 '귀때기'로 불리는 북한의 도청전문가 장만복을 연기했다.
역대 케이블드라마 최고시청률(21.68%)을 기록한 <사랑의 불시착>에 출연한 김영민은 2020년 역대 종편드라마 최고시청률(28.37%)을 기록한 <부부의 세계>에 출연하는 눈부신 '선구안'을 과시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김영민은 2022년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 용문구를 연기했고 같은 해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와 <크리스마스 캐럴>에도 출연했다.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에서는 뛰어난 선구안을 가진 김영민은 올해도 24.85%의 시청률로 <사랑의 불시착>의 기록을 갈아 치운 <눈물의 여왕>에 출연했다.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연으로 화려하게 빛나진 않지만 어떤 작품에 나와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배우 김영민은 지난 6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에서도 정치 권력을 이용하는 대기업 부회장을 연기했다.
▲ 김수로(왼쪽)와 고 이선균의 열연에도 <잔혹한 출근>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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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형사 나도열>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선전했던 것처럼 김수로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잔혹한 출근>의 흥행을 이끌려 했다. 하지만 김수로가 코믹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딸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평범한 가장을 연기한 <잔혹한 출근>은 전국 42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잔혹한 출근>은 주식투자 실패로 인해 사채빚에 시달리는 오동철(김수로 분)이 같은 처지의 천만호(이선균 분)를 만나 부잣집 딸 태희(고은아 분)를 유괴했다가 또 다른 유괴범에게 딸을 유괴 당하는 이야기의 영화다. 김수로의 전작 <재밌는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 등과 달리 <잔혹한 출근>에서는 김수로의 진지한 연기를 볼 수 있다.
<잔혹한 출근>에서는 두 주인공이 저지른 첫 번째 유괴에서 부모가 전화를 받지 않아 미수에 그치는데, 당시 아이의 부모가 바로 김영민이 연기한 차 형사였다. 차 형사는 형사의 경험으로 '전화를 받는 순간 유괴가 성립된다'는 사실을 알고 오동철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이는 아빠를 매우 무서워하게 된다. 그 후 오동철에게 앙심을 품은 차 형사는 진눈깨비 도깨비가 돼 오동철의 딸을 유괴한다.
영화 <잔혹한 출근>은 훗날 김수로와 이선균, 김영민의 커리어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을 정도로 잊힌 영화가 됐지만 영화의 제목은 훗날 각종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오마주(?)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라미란과 엄지원이 출연했던 티빙 드라마 <잔혹한 인턴>이 방영됐고 올해 2월과 3월에는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반차 후 출근>이라는 에피소드를 기획해 방영하기도 했다.
▲ 오광록은 <잔혹한 출근>에서 겉으론 무뚝뚝하지만 속으론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태희의 아버지를 연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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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유괴가 미수에 그친 오동철과 천만호는 치밀한 작전을 세워 부잣집 여고생 태희를 유괴했는데 태희를 연기한 배우가 엠블랙 멤버였던 미르의 누나이자 당시 신예였던 고은아였다. <잔혹한 출근> 출연 당시 실제 고3 이었던 고은아는 자신의 나이에 어울리는 여고생 연기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특히 오동철과 천만호가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라며 틀어준 EBS 강의를 보면서 몸서리 치는 연기가 압권이었다.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에 모두 출연한 유일한 배우 오광록은 <잔혹한 출근>에서 태희 아버지 역을 맡았다. 태희 아버지는 딸이 유괴됐다는 전화를 받은 후에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유괴범의 지시에 따라 현금 5억 원을 준비할 정도로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다. 길에서 택시를 잡듯 버스를 잡는 연기 또한 대단히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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