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美 마지막 유리천장은 깨어질 것인가
선거구도 바꿔 첫 女대통령 도전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선거라고 하지만 앞으로 치러질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만큼 드라마틱한 선거는 없을 것 같다. 먼저 첫 극적인 장면은 지난 7월13일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유세 도중 총알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귓등을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었다. 이 사건은 펄럭이는 성조기 아래 피를 흘리면서 한쪽 팔을 번쩍 높이 든 트럼프의 영웅적 사진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면서 새로운 상황이 극적으로 전개되었다. 지난 7월 21일 고령 리스크에 시달리던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 포기를 선언하면서이다.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바이든을 대신할 후보로 바이든의 지지를 받고, 대선 후보 선출권을 가진 대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사실상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것이다. 이제 해리스는 8월19일부터 22일까지 시카고에서 개최될 전당대회에서의 공식 지명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해리스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등장은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일방적 승리를 막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레이스를 더욱 치열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자메이카 출신의 아버지, 인도인 어머니를 둔 흑인이자 아시아계, 그리고 여성이라는 해리스 후보가 가지는 3중의 마이너리티 배경은 그녀의 등장 자체로 선거의 쟁점을 바꾸는 효과를 가져왔다.
바이든 대 트럼프의 대결은 ‘누가 더 인플레이션을 잘 잡고 경제를 살릴 것인가?’ ‘누가 더 중국과 러시아를 잘 상대할 것인가?’ 하는 기존의 경제와 안보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고 한다면 해리스의 등장은 다양성과 통합의 이슈가 경제 이슈를 우선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여성의 자유와 권리 등 새로운 이슈가 선거판에서 더욱 집중적으로 다뤄지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남성 대 여성, 백인 대 유색인, 극명하게 다른 두 후보의 등장은 각자의 지지그룹의 표를 집결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거의 쟁점도 크게 바꾸어 나갈 것이다. 단순히 인물 중심이 아니라 선거의 프레임 경쟁으로 진화·발전하였다고 할까?
미국 대통령직은 흔히들 여성에게 남은 ‘마지막 유리천장’이라고 한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각국의 정부 수반을 비롯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까지 유럽에서는 여성들이 정치권력의 정점에 오른 지가 한참 되었지만, 미국은 2020년 바이든의 지명으로 해리스가 첫 여성 부통령직에 올랐을 뿐이다. 지명직 부통령에서 선출직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카멀라 해리스가 ‘마지막 유리천장’을 깨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을지는 아직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도 여성 대통령의 등장 가능성은 더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은 2016년 전체 유권자로부터는 더 많은 표를 받았지만, 선거인단 확보에서 트럼프에게 뒤져 낙선한 힐러리 클린턴의 선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만약 해리스 후보가 승리한다면 그것은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 내에서의 영향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해리스 선거 진영은 힐러리 때의 선거 패배를 고려하여 최초의 여성 대통령 등장을 굳이 부각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선거전략일 뿐이며 해리스 당선의 역사적 의미는 분명할 것이다. 해리스의 등장 이후 미국에서는 젊은 유권자와 여성 유권자의 집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또 해리스는 첫 공식 유세에 나서면서 자신과 트럼프를 검사와 범죄자의 구도로 만드는 영리한 선거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가 바이든을 시종일관 공격하던 고령 이슈는 오히려 트럼프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
앞으로 해리스는 인종적 다양성을 배경으로 소수자에 대한 배려, 포용과 통합 추구로 메시지를 전달해 나갈 것이다. 선거의 승리 여부와 별개로 소수자들의 인권 문제, 통합이슈가 선거의 핵심 어젠다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 남은 유리천장이 올해 안에 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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