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한쌍 이사, 6개월만에 완료"…분주히 움직였던 美 동물원

정현진 2024. 8.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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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동물원 폴 바리볼트 CEO, WSJ 인터뷰
21년 만에 中 판다 미국으로 이동
보통 2년 걸리는 일정을 中 요구에 앞당겨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입성한 새 중국 판다 한 쌍의 이사 준비 기간이 불과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보통 판다를 옮기는 과정이 2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으로 21년 만에 중국 판다가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미·중 '판다 외교' 부활 타이밍을 늦추지 않기 위해 양측이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대나무를 먹고 있는 4살 암컷 판다 신바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판다인 신바오와 원촨이 미국에서 머물게 된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폴 바리볼트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해 판다 한 쌍의 이동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4살 암컷 신바오(번영과 풍요의 귀중한 보물)와 5살 수컷 원촨(구름의 큰강)은 지난 6월 말 중국에서 샌디에이고로 이동해 적응 기간을 거쳤고, 지난 8일 대중에 처음 공개됐다.

동물원과 중국 측이 두 판다의 이동을 논의하기 시작한 시점은 이들이 미국에 도착하기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이었다고 한다. 바리볼트 CEO는 당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6개월 안에 모든 절차 완료가 가능할까"라는 요청을 해왔다며 이에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보통 2년 정도 걸리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하자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러한 요청은 시 주석이 6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업인과 만찬을 하며 판다 외교 부활을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시 주석은 "판다 보전을 위해 미국과 계속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며, 양국 국민의 우호 관계를 위해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희망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중국 판다 한 쌍을 대중에 공개하는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신화연합뉴스]

앞서 원촨의 할머니인 바이윈은 1996년 처음 샌디에이고에 발을 들인 뒤 2019년까지 23년간 살다가 중국으로 돌아갔다. 바이윈은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지내던 2007년 원촨의 아버지인 젠젠을 낳았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있던 판다들은 2018~2019년 중 임대계약이 모두 종료돼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번에 보낸 판다 한 쌍은 중국이 21년 만에 처음 미국에 보낸 판다였다. 중국 측이 미국에 보낼 판다를 선정한 시점은 지난 4월 말이었다. 당시 중국 국가임업초원국 측은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관련 작업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바리볼트 CEO는 WSJ에 "(판다를 데려오기 위해선) 많은 절차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 몰랐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중국 측의 요구에 그는 확답을 주진 않았으나 일정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샌디에이고로 돌아온 그는 곧바로 임원들을 소집해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임원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메건 오웬 박사 겸 야생동물 보존 담당 부사장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렇지만 임원진은 일단 시도해보자고 의견을 모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대중에 처음 공개된 중국 판다 한 쌍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줄 서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우선 지난해 12월부터 2주에 한 번씩 동물원 임원진 30여명이 줌으로 회의를 하며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 '판다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무엇인가'를 논의하는 것이 첫 번째였다.

원예팀에서 판다가 선호하는 대나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하자 청두에 샘플을 보내 이를 파악코자 했다. 또 신바오와 원촨이 대중에 공개된 상태로 머물 공간을 마련, 기존보다 4배로 규모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건설적인 개조는 크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샌디에이고 정부 측과 논의한 끝에 허가받는 데 오래 걸리는 작업은 가급적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판다를 돌보기 위한 사육사 팀을 구성하는 작업도 빠르게 진행됐다. 사육사들 사이에서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다만 신바오와 원촨의 임대 기간 10년을 대부분 함께할 수 있는 주니어·시니어 사육사를 총 10명 선발했다. 이들은 팀 구성 직후 판다를 미국으로 안전하게 이송해 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두 판다가 중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자라온 만큼 중국 사육사 팀이 3개월간 샌디에이고에 머물며 판다의 적응을 돕고 있다.

그렇게 지난 6월 말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두 판다가 무사히 도착해 적응기를 거쳤다. 지난 8일 판다가 대중에 공개된 이후 판다 이송을 위해 구성한 TF는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고 WSJ는 전했다. 바리볼트 CEO는 "이 순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며 동료들에게 '해냈다는 사실을 인식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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