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제치다니... 파리에서의 기적같은 장면 세 가지

양형석 2024. 8. 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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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결산] 금메달 13개로 목표 초과 달성, 김예지 등 깜짝 스타 탄생

[양형석 기자]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대륙 모양을 형상화한 무대 주위로 참가국 기수단 및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이 12일(이하 한국시각)에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17일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개막 전부터 크고 작은 테러 위협과 개막식 때 내린 비로 인해 쉽지 않은 진행이 예고됐지만 다행히 커다란 안전사고 없이 32개 종목의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다음 올림픽은 오는 2028년 미국 LA에서 열린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축구, 농구, 배구 등 단체 구기종목이 대거 본선 진출 티켓을 따지 못하면서 단 144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1984 LA 올림픽의 210명보다 적고 '유신시대'인 1976 몬트리올 올림픽의 50명 이후 가장 적은 규모의 선수단이었다. 구기 종목뿐 아니라 남자 복싱은 두 대회 연속 본선 진출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고 한때 한국의 '효도 종목'이었던 레슬링에서도 단 3명만 파리에 입성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역대 가장 많은 13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32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크게 선전했다. 대회 개막 전까지 금메달 5개로 종합 15위를 목표로 삼았던 한국은 13개의 금메달로 독일과 이탈리아 등을 제치고 종합 순위 8위를 차지했다(금메달 우선 집계 기준). 크고 작은 악재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성공적인 올림픽이었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회였다.

[결산 ①] 금 5개로 종합 15위 목표? 2.6배 초과 달성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올림픽을 개최했던 1988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를 수확하며 종합순위 4위에 오른 바 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서울 올림픽보다 하나가 많은 1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을 세웠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태권도에서 4종목 금메달을 휩쓸었고 야구와 수영 등 예상 외의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와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었다.

한국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12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스포츠 강국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2016 리우 올림픽에서 9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6개로 금메달 숫자가 점점 줄었다. 특히 도쿄 올림픽에서는 '메달밭' 양궁에서 따낸 4개의 금메달을 제외하면 금메달이 단 2개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코로나19 기간에 열린 올림픽이었다곤 해도 큰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도쿄 올림픽(238명)보다 98명이나 적은 144명의 선수단을 참가시킨 파리 올림픽에서 베이징 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다시 금메달 13개를 수확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물론 양궁에서 5개, 사격에서 3개, 펜싱과 태권도에서 각각 2개의 금메달을 따내는 '종목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사실 미국(육상), 호주(수영)처럼 특정 강세 종목에서 메달을 독식하는 것은 스포츠 강국의 조건이기도 하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종주국이자 개최국 프랑스를 꺾었던 펜싱 남녀 사브르 단체전과 자신보다 높은 체급의 선수와 싸워 이긴 유도 혼성 단체전처럼 의미 있는 승리들도 적지 않았다.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7위를 기록한 후 아쉬움이나 억울함의 눈물이 아닌, 지도자에 대한 감사의 눈물을 흘렸던 '스마일 점퍼' 우상혁 역시 많은 스포츠 팬들을 감동 시키기에 충분했다.

[결산 ②] '주몽의 후예' 증명... 양궁 전 종목 석권
 신준희 기자 =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김우진이 임시현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육상 여자 1600m 계주 결승전에서는 미국이 3분15초27로 세계 기록에 0.1초가 부족한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 네덜란드와 4초 이상 차이 나는 압도적인 레이스였다. 탁구 여자 단식에서는 도쿄 올림픽에 이어 또 다시 중국 선수들끼리 결승에서 맞붙었다. 이처럼 특정 국가가 독주하는 종목을 보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는 한국 양궁을 바라보는 다른 나라들의 시선이기도 하다.

1988 서울 올림픽부터 양궁 종목에 4개의 금메달이 걸린 뒤로 한국은 꾸준히 양궁에서 2~3개의 금메달을 독식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장혜진과 구본찬이 나란히 2관왕에 오르며 처음으로 양궁에서 전 종목을 석권했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혼성 단체전이 추가되면서 한국의 금메달이 하나 더 늘 것으로 기대됐지만 남자 개인전에서 메달을 놓치면서 전 종목 석권이 무산됐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을 통해 도쿄 대회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김우진이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 단체전을 휩쓸었고 임시현도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동반 3관왕'과 함께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남녀 MVP를 나란히 차지했다. 특히 김우진은 브래디 엘리슨(미국)과의 개인전 결승에서 명승부를 펼친 끝에 슛오프에서 단 5mm 차이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3관왕을 완성했다.

한국이 양궁 전 종목을 석권하자 해외 언론과 네티즌들은 한국이 양궁에 유난히 강한 이유를 분석하고 토론했다. 그 중에는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학교에서 양궁을 접한다"는 설도 있었다. 협회의 든든한 지원과 공정한 경쟁, 그리고 강도 높고 효율적인 훈련으로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을 달성한 양궁이 다음 올림픽에서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결산 ③] 금메달 아니어도 충분히 스타 될 수 있다
▲ 공기권총 김예지 선수, 시크한 귀국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딴 김예지 선수가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이정민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만 TV 예능 등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탈 수 있었다. 현재는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도 SNS 등을 통해 인지도를 얻고 '글로벌 스타'로 급부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수상 여부와는 상관없이 세계 각지에 매력이 전파되면서 국제적인 사랑을 받는 한국 선수들이 많이 생겼다.

파리 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깜짝 스타'는 역시 사격의 김예지다. 여자 10m 공기 권총에서 오예진에 이어 은메달을 딴 김예지는 과거 영상들이 SNS에 퍼지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도 "김예지는 액션영화에 캐스팅 돼야겠다"는 답글을 쓰며 극찬했을 정도. 김예지는 귀국 후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될 정도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통해 '삐약이'라는 별명을 얻은 탁구의 신유빈도 귀여운 외모와 좋은 인성으로 해외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유빈은 대표팀에서 중국 귀화 선수인 전지희·이은혜와 함께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신유빈은 여자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일본의 하야타 히나에게 2-4로 패한 후 하야타를 안아주며 동메달을 축하해주는 멋진 스포츠맨십을 선보였다.

유도 여자 -57kg급 은메달과 혼성 단체전 동메달로 멀티메달의 주인공이 된 허미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 국적을 선택해 파리 올림픽에서 2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경북 군위군에서 활동했던 독립 운동가 허석의 내손녀(5대손)이기도 한 허미미는 귀국 후 첫 번째 일정으로 군위군을 찾아 5대조 할아버지를 참배했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허미미 선수가 6일 오전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조성된 독립운동가이자 현조부인 허석 지사의 기적비를 찾아 참배하고 올림픽 메달을 올려놓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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