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벽을 향해 날아가는 새의 날갯짓 [D:쇼트 시네마(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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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외로움과 자기 연민 속에서 계속 날갯짓을 하던 파랑새가 마침내 벽을 넘는 순간, 지수 또한 선택의 순간에 맞닥뜨린다.
밤과 아침 사이를 뜻하는 제목의 새벽은 취업생과 직장인, 지수와 선영 등의 경계를 뜻하는 동시에, 벽을 넘으려는 새들의 소리 없는 날갯짓하는 '새와 벽'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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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대학생 지수(정하담 분)는 졸업도 미룬 채 4년 째 언론 고시를 준비 중이다. 최종 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한 지수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스터디를 함께한 친구들이 먼저 합격할 때마다 심란해진다.
이제 막 언론 고시 지망생이 된 선영(김혜윤 분)은 그런 지수를 보며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모의 면접 중 자신이 준비한 멘트를 선영이 칭찬해 주며 수정해 주는 걸 보며 지수는 역시 자신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낫다고 느낀다.
한 언론 고시 다음 날, 스터디 그룹을 시끄럽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지수와 동기 한 명이 작문을 똑같이 해 둘 다 자격이 박탈된 것이다. 선영은 '언론 고시' 우등생인 지수의 작문을 다른 동기가 베꼈다고 생각하지만, 스터디 그룹 친구들의 생각은 다르다. 동기는 자신은 절대 베끼지 않았다고 펄쩍 뛰고, 알고 보니 지수는 다른 스터디 그룹에서도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사건을 뒤로 하고, 지수와 선영이 함께 면접을 보는 날이 다가왔다. 지수는 선영이 "언니 시험 잘 봐"라는 말을 듣자 "시험 잘 보자"라면서 함께 잘해보자면서 응원한다. 선영은 힘을 받는 동시에 지수가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란다.
면접 당일, 선영은 지수에게서 쏟아져 나온 말에 충격을 받는다. 자신이 준비했던 멘트를 지수가 자신의 눈 앞에서 훔쳐 쓰고 있었다. 뻔뻔하고 덤덤한 얼굴로 선영이 오래도록 준비한 멘트를 자신의 것 마냥 뱉어내고 있다.
선영은 지수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이유를 따져 묻고 지수에게 돌아온 말은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될 수 없다"라고 대답한다. 말에는 어떤 온도도 담겨있지 않다. 결국 선영은 작문을 하다 말고 시험장을 떠나간다.
그리고 지수는 언론사에 합격했다. 문을 향해 날갯짓을 하던 새는 드디어 벽을 넘었다.
영화는 숨 막히는 경쟁 사회 안에 같은 목표를 가진 두 명의 인물을 통해 함께 한다는 건 무엇인지, 넘어야 할 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작부터 정하담의 내레이션과 벽을 향해 날아가는 파랑새와 뱁새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아침을 맞이하기까지 긴 새벽 속에 있던 지수의 심연을 전달한다.
임정은 감독은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야 할 지수의 행동을 긍정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지수의 첫 출근 뒷모습을 보여주며, 지수가 벽을 넘었지만 또 다른 벽을 만났음을 보여줄 뿐이다.
영화는 벽을 향해 날아가는 파랑새와 뱁새를 비롯한 새들의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여준다. 외로움과 자기 연민 속에서 계속 날갯짓을 하던 파랑새가 마침내 벽을 넘는 순간, 지수 또한 선택의 순간에 맞닥뜨린다.
중간 두 사람이 아쿠아리움을 찾아 수족관을 바라보는데, 비슷한 옷차림을 한 두 사람이 잘 구분 되지 않는데, 이 신이 엔딩에서 한 번 더 사용된다. 경쟁 사회 속 피해자와 가해자는 구분되지 않는 취업 현실의 조용한 비극처럼 느껴진다.
밤과 아침 사이를 뜻하는 제목의 새벽은 취업생과 직장인, 지수와 선영 등의 경계를 뜻하는 동시에, 벽을 넘으려는 새들의 소리 없는 날갯짓하는 '새와 벽'을 가리킨다. 벽을 넘어도 또 다시 벽을 만난 지수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여백으로 남겨둔 부분이 많다. 러닝타임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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