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비닐봉지가 작품 되고, 페트병이 옷 되고…폐품에 아이디어·메시지 더해 가치 높여요

김현정 2024. 8.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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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폐기되는 물건을 가공해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해요. 버려지는 물건에 아이디어와 디자인, 기술과 가치를 더해 새롭게 활용하는 것이라 새활용이라고도 합니다. 폐기된 현수막·자동차용품 등으로 가방·지갑 등을 만들고, 버려진 옷으로 다른 옷·소품·액세서리 등을 만드는 활동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확산해왔어요. 현재 가장 유명한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꼽히는 스위스의 프라이탁이 1993년 창업했고, 2012년엔 한국에서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래;코드(RE;CODE)’가 운영을 시작하는 등 기업·브랜드로도 다양하게 나타났죠. 업사이클을 예술적으로 활용하는 업사이클 아트 활동도 활발합니다. 국내에는 경기도 광명시에 2015년 처음으로 업사이클아트센터가 지어졌는데요. 9년 만에 새로운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를 찾아 예술적인 업사이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2015년 경기도 광명시에 국내 처음으로 지어진 업사이클아트센터가 최근 새로운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를 찾아 예술적인 업사이클에 대해 알아본 최수혁·공다빈·김이솔(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소주병·과자봉지·일회용기 등으로 도시 녹지를 표현한 한석현 작가의 작품 ‘Super Natural’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재활용은 분리수거된 종이·플라스틱·유리 등을 잘게 자르거나 녹이거나 부숴서 다시 재료로 사용하는 겁니다. 그럼 새활용, 즉 업사이클은 재활용과 뭐가 다를까요. 강진숙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장을 만난 소중 학생기자단이 가장 먼저 던진 질문입니다. 강 센터장은 “업사이클의 업(up)은 위로, 라는 뜻이죠. 폐자원은 버려지며 가치가 하락해요. 업사이클은 반대로 예술·디자인 등을 더해 가치를 올리는 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다 쓴 페트병을 잘게 잘라 원료로 만들어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면 재활용한 것이죠. 반면 다 쓴 페트병을 섬유로 가공해 옷이나 가방 등을 만들 수도 있어요. 이때 새롭게 디자인돼 만들어진 페트병 옷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되죠.”
공다빈·김이솔·최수혁 학생기자가 찾아간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업사이클을 주제로 문화·예술·교육 서비스와 업사이클 기업·창업자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곳이에요.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지역 문화재생 프로젝트로, 당시 자원회수시설 홍보동을 예술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해 2015년 문을 열었죠. 이솔 학생기자가 “업사이클아트센터는 왜 그리고 어떻게 지어졌는지, 제일 처음 광명시에 지은 이유가 뭔지” 궁금해했습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가 지어진 2014~2015년경엔 국내에서 업사이클에 대한 이해도가 그리 높지 않았어요. 업사이클이란 활동을 더 많이 알리고 더 잘 실천하기 위해 센터를 만든 거죠. 당시 위치는 광명동굴 근처였는데, 광명동굴 또한 일제강점기 수탈당한 광산이자 근대화 유적으로 70년대 폐광된 것을 역사·문화 관광지로 일종의 업사이클에 성공한 곳이거든요. 그 옆에는 쓰레기로 에너지를 만드는 자원회수시설도 있고요. 이러한 재생의 스토리를 공유하는 곳에 업사이클아트센터를 만들게 된 거예요.”

센터는 청바지 업사이클 무인 기증함을 통해 받은 청바지를 업사이클 제품에 활용하고 판매 수익금은 일부 기부한다.

“업사이클할 수 있는 쓰레기는 정해져 있는지, 또 평소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 수혁 학생기자가 묻자 강 센터장은 “정해진 건 없다”며 “어떤 아이디어를 보태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했죠. “일단 깨끗하고 사용 가능한 쓰레기는 다 업사이클할 수 있어요. 그래서 분리수거할 때 단순히 분리만 하는 게 아니라 이물질을 제거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게 깨끗한 상태로 내놓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큰 도움이 돼요.”
“그럼 업사이클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뭐고, 센터에선 어떤 도움을 주나요.” 이솔 학생기자가 물어봤죠. “어려운 점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어요. 재료 수급과 디자인, 유통이죠. 예를 들어 불 끌 때 쓰는 소방 호스로 가방을 만든다면, 다 쓴 소방 호스를 필요할 때 원하는 양만큼 구하기도 어렵고, 불에 타고 상처가 많은 호스를 가방용 재료로 가공하기도 어렵고, 어떤 모양의 가방으로 만들지 디자인하는 것도 쉽지 않죠. 또 재료를 구해 가공하고 가방을 만드는 단계마다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이 높아지면 판매하는 데 애를 먹기도 해요. 센터는 공공기관으로써 이 세 가지를 도와주려 노력합니다.”
다빈 학생기자는 “그동안 센터에서 한 많은 사업 중 가장 보람차거나 기억에 남는 활동을 알려달라”고 했죠. 강 센터장은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리플레이메이커’를 가장 먼저 꼽았습니다. “소년중앙 학생기자단 여러분 또래 어린이들이 직접 폐자재를 가지고 악기를 만들고 그걸로 연습해서 공연까지 하는 활동인데요. 아이들은 활동 자체를 놀이로 즐기고 무척 재밌어해요. 벌써 10주년이 됐는데, 부모님을 비롯해 관람객을 모시고 공연할 땐 매번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죠. 지난 3일 신축 센터 개관식에서 리플레이메이커 시즌10 공연단이 축하공연을 했답니다.”

어린이들이 직접 폐자재로 악기를 만들고 그걸로 연습해서 공연까지 하는 ‘리플레이메이커’ 활동 모습. 지난 7월 3일 신축 센터 개관식에서 리플레이메이커 시즌10 공연단이 축하공연을 하기도 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또 건축가가 꿈인 중·고생이 참여하는 에코건축학교, 친환경 패션에 대해 배우고 옷을 만들어 모델처럼 패션쇼도 해보는 업사이클 패션교실도 언급했습니다. 에코건축학교에서 자연 친화적 건축에 대해 배우고 직접 구조물도 만들어보며 실제 건축가가 된 친구도 있다고 해요. “이런 활동을 통해 재밌게 놀고 자기 꿈을 명확히 하면서 공부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센터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새삼 깨닫죠. 보람도 느끼고 감동적이에요. 이 밖에도 20여 개 원데이 클래스 등 어린이·청소년 여러분이 할 만한 프로그램이 많으니 업사이클에 관심 있고 실천해 보고 싶다면 한번 참여해 보세요.”
수혁 학생기자는 “업사이클 아트의 방법과 업사이클 아트 외 다른 업사이클 종류”를 궁금해했어요. “업사이클 아트는 예술로써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추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어떤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업사이클 재료를 활용하는 거죠. 이를 위해 버려졌다 재탄생하는 과정의 스토리도 중요하고요. 작품으로써 근사한 조형도 필요하죠. 많은 사람에게 업사이클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장르라고 보면 돼요.”

미래 지향적 건축가를 꿈꾸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탐색 프로그램 ‘에코건축학교’를 통해 편리하면서도 친환경적인 건축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업사이클 패션, 업사이클 건축 등 업사이클 활동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할 수 있습니다. 강 센터장은 소중 학생기자단과 함께 센터 시설을 둘러보며 설명했죠. 4층에는 공연장·방송실과 함께 친환경 요식업을 위한 공유주방이 있어요. 창밖의 경치를 즐기며 식사할 수 있는 공간도 널찍했죠. “최근 떠오르는 업사이클 푸드를 실험해 볼 수 있는 곳이에요. 예를 들어 맥주 찌꺼기로 과자를 만들고, 일반 시장에서 팔기엔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식재료로 먹음직스런 음식을 만드는 식이죠.” 2~3층엔 교육실, 창업자 공간, 시민 커뮤니티 활동 공간이, 지하에는 목공실과 섬유가공실이 마련됐어요. 각 층을 알리는 표지판 역시 업사이클 아트 작품이었죠.


도시와 업사이클


1층에서 4층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크기의 ‘크리처’는 비닐봉지를 가지고 만든 이병찬 작가의 작품으로 환경파괴가 앞으로 만들어낼 괴물을 상징합니다. 이와 함께 놓인 노란색 자동차는 폐차를 활용한 ‘자동차 카페’죠. 센터 한켠에 자리한 작품을 통해 가볍게 업사이클 아트로 발걸음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1층 전시장에서 센터 개관 기획전 ‘도시와 업사이클’을 살펴봤어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일회용품을 가지고 전시를 꾸미기도 했고, 업사이클 장난감·가구·인테리어 등 전시 주제는 매번 달라지는데 이번엔 센터가 도심으로 들어오면서 도시를 주제로 삼았다고 합니다.
비닐봉지를 활용한 이병찬 작가의 ‘크리처’는 1~4층에 달하는 거대한 작품으로 환경파괴가 만들어낼 괴물을 상징한다. 함께 놓인 노란색 자동차는 폐차를 활용한 ‘자동차 카페’다.
검은 비닐을 녹여 어두운 도시를 표현한 심승욱 작가의 ‘흘러내린 도시 1·2’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보여줘요. 강 센터장은 “우리가 흔히 쓰는 검은 비닐봉지를 소재로 환경이 계속 오염되며 파괴되는 우리의 삶에 대한 경고를 담았다”며 “이처럼 예술 작품에는 메시지가 주요한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죠.
한국전쟁 후 급속한 도시화로 피난민뿐 아니라 시골서 농사짓던 사람들이 대거 도시로 몰려들었습니다. 도심에 집이 모자라자 사람들은 가파른 언덕 위에 판잣집이나 천막을 짓고 옹기종기 모여 살았죠. 높은 산자락에 위치해 달이 잘 보인다며 달동네라고도 불렸던 이러한 마을은 도시가 발달하며 재개발돼 사라졌어요. 이정웅 작가는 이러한 도시 이야기를 버려진 책을 활용해 표현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작품의 스토리와 함께 책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신기해하며 한참 ‘City story’ 시리즈를 살펴봤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강진숙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장(맨 오른쪽)과 함께 기획전 ‘도시와 업사이클’을 살펴보고 있다.
윤정혜 작가가 페트병과 박스, 조명을 활용해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시간’을 작품으로 만든 것을 지나 버려진 소주병·과자봉지·일회용기 등으로 도시 녹지를 표현한 한석현 작가의 ‘Super Natural’을 마주했어요. 도시가 개발되며 사라지는 녹지가 일상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들로 대체되는 것은 아닌지 초록빛 쓰레기 산으로 풍자한 작품이죠. 반면 윤석선 작가는 병뚜껑을 활용해 사람의 심장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녹빛 광명시 지도를 만들었어요. ‘초록광명’이란 제목답게 청정한 광명시를 상징하죠.
이종이 작가의 ‘내가 그리는 첫 번째, 오리서원’은 광명시의 명소 오리서원을 티셔츠·목재 등의 재료로 재탄생시켰어요. 운동 유니폼이나 스포츠 브랜드 마크 등을 찾는 재미도 있었죠. 작품 앞 트레이에는 팔레트와 물감, 공중엔 붓 등이 자리했는데, 강 센터장이 오른쪽 윗부분을 가리켰어요. “색을 덜 칠한 부분이 있죠. 이는 관람객이 칠해 작품을 완성해 보라는 의미로 붓과 함께 전시한 거예요. 이 또한 작품의 메시지죠. 도시에는 이처럼 오랜 역사·문화적 공간이 있고, 이는 우리가 함께 보존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광명시의 명소 오리서원을 티셔츠·목재 등의 재료로 재탄생시킨 이종이 작가의 ‘내가 그리는 첫 번째, 오리서원’을 보며 운동 유니폼이나 스포츠 브랜드 마크 등을 찾는 재미도 느끼고 작품의 메시지도 생각해본 최수혁·공다빈·김이솔(왼쪽부터) 학생기자.
전시장 앞에는 업사이클 샵이 있습니다. 선풍기·가방·옷·조명 등 다양한 업사이클 제품을 보던 수혁 학생기자가 “업사이클 제품과 일반 제품은 품질 등이 다른지” 물어봤죠. “업사이클 제품은 버려진 재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부정적 선입견이 있어 오히려 더 예쁘고 더 좋아야 한답니다. 적당해선 안 돼요. 더 좋은 품질로 만들어야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거든요.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또 일반 마트 같은 곳에 입점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처럼 판매처를 제공합니다.”
이솔 학생기자가 “약 10년에 걸쳐 센터는 어떤 영향력을 펼쳤고, 앞으로는 어떤 목표가 있는지” 질문했어요. “업사이클이란 말 자체가 생소한 시절부터 업사이클을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은 업사이클을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꾸준히 전시를 열고 초대하고 제작 지원하고 새로 발굴하면서 업사이클 아트 작가도 많이 늘었습니다. 또 하나의 예로 스웨덴의 가구·생활용품 기업 이케아가 국내 진출해 첫 매장을 광명에 열었는데요. 이케아에서 가구를 기부받아 업사이클해 지역 공부방·아동센터에 필요한 가구로 만들어주는 활동을 한 지도 벌써 8년이나 됐죠. 이런 식으로 지역 기업에서 기부한 것을 업사이클해 다시 기부하는 등 센터의 선한 영향력이 지역에 뿌리내렸다고 봐요. 앞으로도 문화·예술을 통해 업사이클 홍보하고, 전시·교육·공연 등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업사이클 기업 육성·후원 등을 통해 계속 업사이클 활동을 해 나갈 거예요.”
버려진 책을 활용해 도시 이야기를 풀어낸 이정웅 작가의 ‘City story’ 시리즈를 들여다본 소중 학생기자단.

양말목으로 업사이클 입문


업사이클 아트를 필두로 다양한 업사이클 활동에 대해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직접 업사이클에 나섰습니다. 교육실이 있는 2층을 알리는 표지판은 박진이 작가가 양말목으로 만든 작품인데요. 박 작가를 만나 업사이클 양말목 공예에 입문해봤죠. 그는 원래 도예를 전공해 오래 도자 활동을 했습니다. 육아로 잠시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가 재개하려는데, 개인 작업임에도 쓰레기가 너무 많이 발생하는 점에서 고민이 많았죠. 당시 양말목 공예를 체험해보고 재미를 느끼면서 작업 방향을 틀었다고 합니다.
“양말목은 양말을 직조하는 과정에서 발가락 부분을 마무리하기 위해 잘라내는 부분이에요. 체험 수업을 하다 보면 어린이들이 양말목 이름만 보고 냄새난다고 하기도 하는데, 공장에서 양말 제조 과정 중 잘라 버리는 부분을 사용하는 거라 냄새랑은 상관없답니다. 먼지가 붙어 있을 순 있지만 다 제거해서 쓰죠.” 박 작가가 양말로 완성되기 전, 양말목이 붙어있는 형태의 양말을 보여줬어요.
박진이(뒷줄) 작가와 함께 양말목 공예로 업사이클링 활동에 나선 소중 학생기자단.
“어차피 버릴 부분이라 아무 실로 만들고 색도 다양해요. 문제는 사람들이 주로 선호하는 색이 있다 보니 똑같이 버려지는 양말목 중에서도 또 인기가 없어서 버려지는 양말목이 생기는 점이죠. 그래서 저는 개인 작업을 할 땐 외면 받아 잘 안 쓰는 색 양말목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그의 설명을 듣던 수혁 학생기자가 “그럼 집에서 버릴 양말에서 잘라서 쓸 순 없겠네요”라며 “작업하는 데 얼마나 많은 양말목이 필요한지” 물어봤죠.
박 작가는 “어떤 작업이냐에 따라 현저히 다르다”며 “10개 정도로 만들 수 있는 액세서리부터 수십kg씩 사용하는 작품도 있다”고 했죠. “지금 보여준 곰 얼굴 방석은 400~500g 정도 썼고요. 오늘 여러분이 만들어 볼 텀블러 가방은 양말목 100가닥 정도와 바닥·끈 등 부재료가 필요합니다. 전부 다 양말목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무거운 물병을 담으면 늘어질 수 있어 보완하기 위해 부재료를 써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각자 흰색부터 양말목을 색색별로 정리했습니다. 10가지 색 양말목 꾸러미를 앞에 나란히 두고 테두리에 구멍이 뚫린 바닥면을 집어 들었죠. 시작 역시 흰색부터입니다. 바닥면의 구멍 중 하나에 흰색 양말목을 끼워 양쪽을 나란하게 리본 형태로 만든 다음 두 가닥 고리를 함께 검지에 꿰죠. 이게 기본자세예요. “두 번째 색을 골라 그 앞 구멍에 똑같이 끼우세요. 그리고 흰색 고리를 꿴 검지 옆으로 엄지를 넣어 두 손가락으로 둘째 색 고리 두 가닥을 함께 잡고 흰색 안으로 넣어 빼냅니다. 둘째 색 고리에서 엄지를 빼 검지에 둘째 색의 두 가닥 고리만 남겨두세요. 그리고 세 번째 색을 골라 똑같이 앞 구멍에 끼웁니다. 넷째, 다섯째 등 나머지 색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10개를 다 하면 1단이 완성되죠. 2단도 흰색부터 1단과 같은 색깔 순서로 해보세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각자 100가닥의 양말목으로 텀블러 가방 만들기에 도전했다.
“오랜만에 하는 거라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이솔 학생기자와 마찬가지로 처음 해보는 수혁·다빈 학생기자도 살짝 헤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조금 해보자 곧잘 양말목을 엮기 시작했습니다. 박 작가가 “2단부터는 앞에 양말목을 꿸 때 2가닥이 아니라 4가닥을 한번에 꿰 고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했죠. 되도록 전부 4가닥을 꿰어야 색색깔이 만드는 무늬가 일정하고 예쁜데요. 2가닥을 꿰었다고 해서 망치는 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해보라고 응원했죠.
3~4단쯤 되자 익숙해진 소중 학생기자단은 말없이 양말목 엮는 데 집중했습니다. 남다른 손놀림으로 다빈 학생기자가 제일 먼저 10단까지 끝냈죠. 박 작가가 마지막 고리에 끈을 연결하고, 그 반대편에 끈을 잇는 법을 알려주며 양말목 물병 가방이 한 개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손으로 조몰락조몰락 펴주면 모양이 잘 나오죠. 갖고 있던 물병을 가방에 넣어 어깨에 멘 다빈 학생기자는 “양말목을 업사이클하면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물었죠.
“물론이죠. 제가 양말목 공예를 시작했을 때와 달리 이제 양말목을 구하기도 쉬워졌어요. 다만 양말목 공예의 인기가 많아지다 보니 생산목이라고 해서 공예용 양말목을 따로 만들기도 하는데요. 환경을 생각한다는 목적에 맞춰 버려지는 양말목을 활용하면 확실히 환경에 도움이 될 거예요.” 이어서 완성한 텀블러 가방을 메고 박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보던 수혁 학생기자가 말했죠. “이런 업사이클 제품이나 업사이클 아트 작품을 사는 사람이 많은가요?”
박진이 작가가 버려지는 양말목을 활용해 만든 업사이클 아트 작품 ‘2층’ 앞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직접 만든 양말목 물병 가방을 든 공다빈·김이솔·최수혁 학생기자(왼쪽부터)와 박진이 작가.
“아무래도 기성 제품은 일반 가게부터 마트나 시장, 백화점 등 파는 곳이 많다 보니 비교하기 어렵고요. 업사이클 제품은 약간 관심 있는 분들이 꾸준히 찾는 경향이 있어요. 내가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판매처도 보이고 이런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보이고 업사이클 아트 전시 등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업사이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업사이클 제품도 업사이클 아트 작품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예요.”
마지막으로 완성한 이솔 학생기자는 “작품 활동에 업사이클을 활용하면 뭐가 좋은지” 질문했어요. “새로운 공정으로 새것을 만드는 것보다 있는 것을 활용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경제적·환경적 장점이 있어요. 소재 등 어느 한 부분에 업사이클을 염두에 두고 임하면 작가 혹은 제작자로서 생각의 범위가 넓어지기도 하죠. 이런 부분을 교육 때도 많이 이야기합니다. 제 경우 아이가 태어나면서 환경에 관심이 커졌어요. 아이를 재우고 일상이 끝나 남겨진 시간에 남겨진 양말목으로 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양말목 공예를 시작했죠. 도자가 전공이다 보니 깨진 도자기를 수리해 쓰는 킨츠키 등 다른 업사이클 방법도 배워서 개인적으로 작업하기도 해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업사이클 활동은 계속하고 싶습니다.”
박스 등으로 옹기종기 모인 집들을 표현한 김두원 작가의 ‘형성된 군락’에서 자신의 집을 찾아본 소중 학생기자단.

「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장소: 경기도 광명시 오리로 703(광명시민체육관 옆)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문의: 02-2680-2086

동행취재=공다빈(서울 선일여중 1)·김이솔(서울 대곡초 5)·최수혁(서울 한서초 4) 학생기자

■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제품을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을 주제로 여러 전시·교육·이벤트가 이루어지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로 취재를 갔습니다. 업사이클아트 전시를 통해 책으로 만들어낸 도시, 병뚜껑으로 만든 광명시 지도 등 다양한 작품을 봤는데요. 그중 폐차로 만든 자동차 카페를 보며 자동차 의자로 카페처럼 만든 게 정말 신박하다 생각했죠. 각 층을 표시하는 작품들, 뻥튀기로 만든 가방과 소방 호스로 만든 가방 등도 신기했어요. 또 양말목 공예로 물병 가방도 만들어 보고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장님도 인터뷰했죠. 센터장님은 업사이클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는 리플레이메이커와 에코건축학교가 기억에 남는 활동이라고 하셨어요. 업사이클이 계속 발전해서 쓰레기 문제가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공다빈(서울 선일여중 1) 학생기자

언제나 환경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에 업사이클과 양말목 공예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돼 정말 좋았습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서 다양한 업사이클 작품을 보면서 저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말목 공예는 몇 번 해본 적 있지만 항상 어려운데요. 그래도 힘들게 만든 작품을 보니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죠. 특히 센터장님과 작가님을 인터뷰하면서 업사이클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업사이클아트센터가 광명시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죠. 버려진 쓰레기로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김이솔(서울 대곡초 5) 학생기자

업사이클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취재하고 나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안 쓰는 쓰레기들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고, 멋진 예술 작품도 탄생하는 것이 신기했죠. 센터 건물 4층까지 올라가는 폐비닐로 만든 거대 괴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양말목 공예를 할 땐 어느 구멍에 다음 양말목을 끼우는 건지 헷갈려서 힘들었지만, 계속해서 층을 쌓아 올리며 물통을 완성하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리사이클(재활용)을 넘어 업(up)사이클을 통해 환경파괴를 막고 지구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하니 참 좋네요.
-최수혁(서울 한서초 4) 학생기자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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