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에 던지려던 폭탄이…'김경수 복권'에 보수 분열 양상 [정국 기상대]

고수정 2024. 8. 1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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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반대에 당정 갈등 비화 가능성도
韓 "민주주의 파괴 범죄 반성 않는 사람"
당내서도 "공정·상식 부합 안 해" 반대론
친윤계선 "대통령 고유 권한 무시한 것"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윤석열 대통령(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뉴시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 유력 소식이 보수 진영을 찬반 양론으로 갈라놓고 있다.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김 전 지사의 정치적 활로를 틔워줘 '저쪽'을 분열시키려고 준비한 '카드'가 되레 '이쪽'에서 자중지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 복권이 당정 갈등의 새로운 소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지난 8일 광복절 특사 건의 대상자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드루킹 대선 불법댓글 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 전 지사가 포함됐다. 김 전 지사는 2022년 12월 특별사면됐지만 복권은 되지 못해 2027년 12월 말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였다. 김 전 지사가 최종적으로 특사 명단에 포함되면, 정치적 재기의 길이 열리게 된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 원세훈 전 원장 등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명단은 오는 13일 예정된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보수 정권의 김 전 지사 복권 추진 의도를 '야권 분열 노림수'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일극 체제'를 굳힌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비명(비이재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대항마로 부상하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림수'가 실현 조짐을 보이기조차 전에 오히려 여권이 먼저 술렁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사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에서 당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자제하고 있지만, 국민통합 차원에서의 찬성론과 민주주의를 훼손한 선거 사범으로 보는 시각에 따른 반대론이 내부에 얽혀 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지사가 비록 과거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복권을 통해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여야 간 협치로 나아갈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대변인도 같은 날 라디오 방송에서 "김 전 지사가 복권된다면 (대통령이) 잘한 일이라고 좋게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공보실은 같은 날 오후 언론 공지에서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대한 당의 입장은 정해진 바 없다. 정부에서 검토 중인 만큼 당은 신중히 상황을 주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후 들어 당 기류가 변화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는 한동훈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입장을 여러 경로로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대표는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를 하라고 복권해 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도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칫 그가 저지른 여론조작 범죄에 대한 면죄부로 오해될 수 있다"(안철수 의원), "드루킹 사건은 민주주의 근본을 해친 중대 범죄"(조경태 의원) 김 전 지사 복권 반대론이 제기됐다.

소위 '노림수'에 대해서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이 야권 분열책이라는 해석이 사실이라면 하지하책이고 죽을 꾀"라며 "김 전 지사가 복귀해 친문 세력을 결집시키면 미시적으로는 친명 세력과 경쟁 구도가 되지만, 거시적으로는 범야권의 외연이 확장되고 전체 야권 전력이 강화된다. 두 세력은 내부적으로는 경쟁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단합할 것"(조해진 전 의원)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반면 친윤(친윤석열)계 권성동 의원은 전날 복수의 언론에 '복권 반대론'과 관련 "대통령을 무시한 것" "다시 한번 당정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굉장히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조만간 국무회의와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확정이 되겠지만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고 국민통합을 위해 삼권분립과 법치의 틀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 속에서 대결과 갈등의 정치가 격화되고 있는 만큼, 진영을 넘어서서 국민통합과 협치를 위한 대통령의 더 큰 생각과 의지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대통령의 그 생각을 믿고 기다릴 때"라고 사실상 한 대표를 겨냥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하자 복수 언론에 "사면과 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김 전 지사 복권 문제가 당정 갈등의 소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배종호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은 이날 연합뉴스TV 방송에서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복권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피력한다는 건 헌정사 처음일 듯하다"라며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전혀 소통과 조율이 안 되는 관계라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 회장은 이어 "친윤계에서는 한 대표가 대권 획득을 위해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사과 요구,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 추진, 이번 사면·복권 문제 반대 등에서 불편해할 것이다. 앞으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더 심화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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