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계약부터 몸 관리까지…그림자처럼 선수 도우며 함께 성장하죠

김현정 2024. 8.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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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공동으로 초·중등 학생의 희망 직업을 조사합니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초등학생이 가장 되고 싶은 직업 1위는 ‘운동선수’였죠. 뒤를 이어 의사·교사· 크리에이터·요리사 순이었어요. 초등학생이 운동선수를 꿈꾸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스포츠 산업이 점점 성장하면서 그만큼 더 많은 기회가 생겼고, 최근에는 운동선수들이 본업뿐만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스포츠 스타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죠.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이 운동선수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이 때문에 스포츠와 관련된 다채로운 직업이 주목받고 있죠. 대표적으로 스포츠 에이전트를 들 수 있어요. 운동선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선수의 모든 계약과 협상을 도우면서 성장하는 매력적인 직업이죠. 그 외 스포츠 관련 기관에서 사무‧행정‧개발‧교육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스포츠 행정가, 광고 활동‧중계권 사업‧이벤트 유치‧선수 관리 등의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스포츠마케터, 스포츠 경기의 모든 요소를 데이터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스포츠 기록분석연구원 등이 있어요.

윤기영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 회장(가운데)을 만난 손지우(왼쪽) 학생모델과 이준호 학생기자가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선수들의 사인볼을 들어 보였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를 이끄는 윤기영 회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스포츠 에이전트로서 22년간 우리나라 스포츠 에이전트의 성장을 이끌어 온 산 증인이에요. 손지우 학생모델과 이준호 학생기자는 윤 회장을 만나 잘 몰랐던 스포츠 에이전트 세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준호: 스포츠 에이전트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뉴스에서 손흥민 선수가 얼마의 연봉을 받고 큰 이적료로 외국 구단에 계약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을 거예요. 이때 손흥민 선수의 계약과 연봉 협상을 대행하는 사람을 스포츠 에이전트라고 불러요. 에이전트의 고객은 크게 개인과 단체로 나뉩니다. 개인은 운동선수나 지도자가 있고, 단체로는 구단·연맹·협회 등이 있죠.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객의 연봉 협상, 이적 협상을 도와주고, 구단에서 원하는 선수를 찾는 일도 하죠. 넓게는 상담, 법률이나 의료, 세무에 관련된 도움도 주고 있어요. 이외에 대회나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대행하는 일도 해요.

지우: 모든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이 에이전트와 일하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에이전트 업무가 필요한 대표적인 종목은 축구·배구·야구·E-스포츠가 있어요. 이 네 종목은 반드시 에이전트 자격증을 따야 에이전트 활동을 할 수 있죠. 농구와 UFC는 예외에요. 별도의 자격증은 없지만, 에이전트가 계약 등의 업무를 대행합니다. 그 외 골프나 테니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에이전트라기보다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와 손잡고 일해요.

피파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3년 국제 이적에 대한 에이전트 수수료는 888.1 밀리언 달러다.


준호: 스포츠 에이전트 산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종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스포츠 에이전트로 활동하려면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해요. 예를 들어 피파(FIFA) 에이전트 자격증, 국내 스포츠 에이전트 자격증 등이 필요하죠. 저 역시 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요. 피파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피파 에이전트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 사람이 1만9973명이고 합격자가 9207명이었는데, 그중 98명이 한국인이었죠. 2024년 말에는 합격자 수가 1만이 넘을 거라 예상돼요. 스포츠 에이전트에 도전하는 사람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걸 보여주죠. 스포츠 에이전트가 벌어들이는 수입도 갈수록 늘고 있어요. 스포츠 에이전트의 수입은 선수들의 계약을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예요. 피파가 공식 발표한 지난해 국제 이적에 대한 에이전트 수수료만 무려 888.1 밀리언 달러였어요. 우리나라 돈으로 무려 1조원을 훌쩍 넘죠. 2022년에 비해 42.5%나 수입이 증가했어요. 스포츠 산업과 함께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도 계속 성장하고 있어요.

지우: 피파 공인 에이전트 자격증은 누구나 딸 수 있나요.
범죄 경력만 없으면 누구나 딸 수 있어요. 나이 제한도 없으니 여러분 같은 초등학생도 가능해요. 지난해 10월 1일 새 규정이 적용됐고, 올해도 2회 자격증 시험이 예정돼 두 번째 시험이 10월에 있어요. 전 세계에서 같은 날 치러진다는 게 특징인데, 나라별로 한 장소에 모여서 시험을 봐요. 피파 규정에 관련된 20문제가 출제되고, 15개 이상 맞아야 합격할 수 있어요. 언어는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 중에 선택할 수 있죠.

평소 스포츠를 좋아하는 손지우 학생모델과 이준호 학생기자(왼쪽부터)는 윤기영 협회장을 만나 스포츠 에이전트 세계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열정적으로 메모했다.

준호: 협회장님은 어떤 계기로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셨어요.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너무 좋아했어요. 축구 선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다니던 시골 학교에 축구부가 없었죠. 사실 제가 초등학생일 때는 프로 축구가 아예 없던 시절이었어요. 당연히 스포츠 에이전트란 개념도 없었겠죠. 대학교에 입학한 뒤 축구 동아리에서 피파 에이전트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2002년 월드컵 때 에이전트 회사를 세웠고, 2년 후에 피파 에이전트 시험에 합격해 지금까지 22년 동안 스포츠 에이전트로서 한 우물을 파고 있어요.

지우: 직접 경험해 본 스포츠 에이전트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스포츠 에이전트의 모든 부분이 매력적이지만, 굳이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거예요. 정말 평범한 선수가 있었어요. 프로 구단에서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죠. 저는 이 선수가 가진 잠재력을 믿었어요. 그래서 구단 담당자를 찾아가 강력히 추천하고, 입단 테스트를 받도록 도왔어요. 나중에 그 선수는 국가대표까지 됐죠. 일하면서 그런 일이 정말 많았어요. 또 다른 매력은 젊게 살 수 있다는 거예요. 운동선수를 만나면서 알게 모르게 그들이 가진 젊은 에너지와 열정에 저도 물들더라고요. 이게 제가 느낀 스포츠 에이전트의 매력입니다.

준호: 기억에 남는 선수와의 일화가 있다면요.
정말 많아요. 22년 동안 거쳐 간 선수가 수백 명이나 돼요. 하나하나 모두 기억에 남죠. 그중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중앙 수비수로 뛴 조용형 선수 이야기를 해볼게요. 조 선수는 고려대에 다닐 때 계약했어요. 그 뒤로 부천FC에 입단한 뒤 국가대표를 거쳐, 카타르와 중국에서 뛴 다음 제주유나이티드 구단으로 돌아왔죠. 지금은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데, 무엇보다 인성이 너무 훌륭한 선수예요. 지금도 각별한 인연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조용형 선수(왼쪽에서 둘째)가 2010년 카타르 알 아리안 구단과 입단 계약할 때 모습. 구단주와의 자리에 윤기영 협회장이 동석했다.

소년중앙 친구들이 알 만한 선수로는 배구의 김연경 선수도 있어요. 김연경 선수는 튀르키예에서 재계약할 때 분쟁이 있었어요. 김 선수가 워낙 출중하니 국내 기업에서 계속 붙잡으려 했죠. 하지만 그건 선수의 성장을 위해서도 안 될 일이었고, 또 법적으로도 불공정한 계약이었어요. 김 선수는 저와 함께 국제배구연맹까지 가서 다툰 끝에 2년 만에 이겨서 해외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게 됐고, 훨훨 날아올랐죠.

지소연 선수는 일본에서 뛸 때 처음 알게 됐어요. 여자 축구가 활성화된 큰 무대에서 뛰어도 될 정도로 세계적인 클래스의 선수인데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쉬워 “영국으로 갑시다” 제안했죠. 때마침 첼시팀이 일본에 경기를 하러 왔고, 당시 감독인 엠마 감독을 만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지소연 선수를 추천했어요. 엠마 감독의 필요와 딱 맞아 떨어져 그 자리에서 계약에 대한 확답을 받아냈죠. 지 선수는 첼시에서 8년간 뛰며 우승컵만 12개를 들어 올리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답니다. 하하.

지우: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고객인 운동선수가 성장하고, 잘됐을 때. 스포츠 에이전트로서 그것보다 더 기쁜 일은 없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저를 만나서 자기의 꿈을 이룰 때 보람을 느끼죠.

한화 이글스 경기에 시구자로 초청된 김연경(오른쪽) 선수, 시구를 가르쳐준 류현진(가운데) 선수와 함께 포즈를 취한 윤기영 협회장.


준호: 반대로 힘드셨을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스포츠 에이전트 일은 선수와 신뢰 관계 속에서 진행돼요. 그런 신뢰 관계가 깨졌을 때는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죠. 몇몇은 결과나 수치만 보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도왔던 저나 동료를 못 보기도 해요. 그래서 눈앞에 이익만 보고 신뢰를 깨고 떠나기도 해요. 하지만 이익만 좇으면 안 좋은 결과가 따라오더라고요. 떠난 선수들이 그런 일을 겪을 때 저도 마음이 안 좋습니다.

지우: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요.
먼저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필요해요. 다음엔 전문적인 시각과 감각을 갖춰야 해요. 선수를 발굴할 때 전문적인 감각이 있어야 선수의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거든요. 이렇게 관심과 열정, 그리고 전문적인 감각으로 선수를 발굴한 뒤에는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내가 찾은 선수를 구단 담당자나 감독, 스카우트에게 소개해야 하는데, 인간관계가 엉망이면 잘 만나주지 않겠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만 있으면 인간관계는 자연스럽게 좋아져요. 그 외에도 성공적인 계약을 하려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하는 것과 전문적인 지식, 신뢰 등의 자질이 종합적으로 필요해요.

준호: 스포츠 에이전트 학과가 있나요?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려면 뭘 준비해야 할까요.
스포츠 에이전트 학과는 따로 없어요. 앞서 소개한 스포츠 에이전트에 필요한 자질에 비춰서 생각해보면, 스포츠 경영이나 스포츠 심리, 스포츠 마케팅, 국제 스포츠 학과 등의 학과에 진학해 공부하면 도움이 돼요. 스포츠 규정에 대해 알아야 하므로 법 관련 학과도 추천해요. 회사를 세워서 경영하려면 경영을 전공해도 좋겠죠. 외국 진출이나 외국 선수를 만날 기회도 많기 때문에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 등 외국어 능력은 큰 무기가 될 수 있어요.

(사)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 윤기영 회장은 2002년 인스포코리아를 설립해 지금까지 조용형‧김형일‧조규성‧김연경‧지소연 선수를 비롯한 수백 명의 선수와 함께 일한 베테랑 스포츠 에이전트다.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유니폼과 공에는 스포츠 에이전트로서 흘린 그의 피땀이 오롯이 담겨있다.


지우: 스포츠 에이전트의 직업 전망은 어떤가요.
스포츠는 레저나 엔터테인먼트와 연결되면서 시장의 규모와 구조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요. 특히 E-스포츠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예요. 이런 흐름과 맞물려 스포츠 에이전트가 할 일도 계속 늘어나니 직업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모든 초등학생에게 권할 수는 없지만,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지금부터 꾸준히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준호: 마지막으로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는 소중 친구들에게 당부의 말씀 한마디 해주세요.
모든 일은 쉽게 되지 않아요. 어려움이 있어도 그 일을 좋아하고 즐긴다는 마음으로 노력해 보세요. 이 일이 나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옳고 그름을 먼저 판단하고, 하나씩 성실하게 준비해 보세요. 진심으로 원하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면 나중에는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거예요.

동행취재=손지우(경기도 모당초 5) 학생모델·이준호(경기도 홈스쿨링 중1) 학생기자

■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스포츠 에이전트란 직업에 대해 막연히 알 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 에이전트가 선수와 구단 간의 계약과 연봉 협상, 선수의 몸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스포츠 스타들이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아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요. 좋은 에이전트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손지우(경기도 모당초 5) 학생모델

평소 스포츠를 아주 좋아하는데 한국스포츠에이전트협회 윤기영 회장님을 만나게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인터뷰를 하며 스포츠 에이전트가 얼마나 멋지고 중요한 일을 하는지 알게 됐어요. 훌륭한 선수들을 만나고 또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죠. 김연경 선수, 지소연 선수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한층 더 재밌었어요. 인터뷰를 마친 후 서울EOU컵 경기에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가슴이 벅찼습니다.
-이준호(경기도 홈스쿨링 중1) 학생기자

글=강미숙 객원기자 sojo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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