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위에서 발레가 펼쳐진다…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 첫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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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서커스 강국이다.
오는 23~25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르는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는 바로 중국 서커스의 궁극의 테크닉을 놀라운 예술성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는 백조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원작 발레의 큰 뼈대를 유지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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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서커스 강국이다. 선사시대 유물에서부터 서커스 흔적이 보인다는 점에서 3000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자부할 정도다. 다만 현대적 의미의 서커스는 1950년 중국잡기단을 만들면서부터다. ‘잡기(雜技)’는 서커스를 뜻하는 중국어다. 현재 31개 성(省)・시(市)・자치구에 서커스단과 서커스학교가 운영 중이며 전문 공연장도 다수 가지고 있다. 중국의 서커스는 아크로바틱 체조와 공중 곡예를 극대화해 연출하는 데 강점이 있다.
오는 23~25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르는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는 바로 중국 서커스의 궁극의 테크닉을 놀라운 예술성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래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만든 클래식 발레의 대표 레퍼토리다. 1877년 러시아 초연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다양한 버전의 각색과 변형이 시도됐지만 아크로바틱 버전은 중국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만들어졌다.
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는 백조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원작 발레의 큰 뼈대를 유지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하지만 구체적인 줄거리는 동양의 공주가 나쁜 마법사의 저주에 걸리는 것을 꿈에서 본 서양의 왕자가 공주를 찾아오는 여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 여정 안에 다양한 동양 춤을 모티브로 한 군무와 함께 공연 내내 후프와 장대, 공중곡예, 트램펄린 묘기 등 32개의 서커스 기술이 나온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호숫가에서 펼쳐지는 남녀 주인공의 파드되(2인무). 원작 발레의 아름다움은 살리면서도 아크로바틱 기술로 안무에 힘을 더한다. 특히 공주가 왕자의 어깨 위에서 펼치는 아라베스크(한쪽 다리로 서서 다른 다리를 곧게 뻗는 자세) 동작이 화제가 되며 ‘어깨 위의 발레(Ballet on shoulders)’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공주가 왕자의 머리 위에서 피루엣(한 발로 회전)을 하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약 300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작품은 2004년 중국 광동 아크로바틱 예술단에서 초연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중국 인민일보는 “서커스에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영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 등 전 세계에서 초청돼 큰 주목을 받았다. 중국에 발레를 전달했던 러시아에서도 이 작품이 ‘백조의 호수’ 상연사를 새롭게 썼다는 리뷰가 나왔다.
그런데, 광동 아크로바틱 예술단은 2019년 조직을 새롭게 정비한 이후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양산백과 축영대의 사랑을 그린 ‘나비 연인들’ 공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신 ‘백조의 호수’는 광동 아크로바틱 예술단과 청두 깃발 아크로바틱 예술단 출신 단원들을 중심으로 2019년 새롭게 설립된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이 리바이벌에 나섰다. 그리고 3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22년 선보인 새로운 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는 이전보다 풍성해진 서사와 섬세한 미장센을 보여주며 해외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남녀 주인공은 각각 체조와 발레에서 서커스로 넘어온 저우지에와 쑨위나가 맡았다. 특히 쑨위나는 랴오닝 발레단 부속 발레학교와 광동 아크로바틱 예술단에서 각각 3년씩 발레와 서커스를 배워 기량과 표현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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