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 진실게임…이재명-대통령실 누군가는 거짓말

박태인, 성지원 2024. 8.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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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뉴스1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 요청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8·18 전당대회 경기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부천체육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는 다양하고 많을수록 좋다”며 “김 전 지사 문제는 저희가 직간접적으로 여러 루트를 통해 복권을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1일 중앙일보에 “이 전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을 직접 요청한 적은 없다”며 “심사 막판 민주당에서 요청이 오긴 했지만, 복권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 복권 문제에 적극적이었다는 이 전 대표와 그렇지 않았다는 대통령실 입장이 갈리고 있다.


①민주당 공식 요청 언제였나


법무부는 8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김 전 지사를 광복절 특별사면 복권대상에 포함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그로부터 일주일 전인 이달 초 박찬대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에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 요청을 했다. 박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이 전 대표와 상의했고, 이후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이 전 대표가 원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선 “대통령실은 저에게 사면·복권의 대상이 될 사람을 특정하지 않은 채 ‘민주당에서는 누구를 사면·복권하면 좋겠나’라고 물어 왔다”며 “이 전 대표가 김 전 지사와 정경심 전 교수에 대한 사면·복권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2021년 6월 당시 김경수 경남지사(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열린 정책협약식에 앞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의아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시점은 사면심사위에서 이미 김 전 지사를 복권 대상에 포함하기로 가닥이 잡힌 상태여서 민주당 의견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이 전 대표 측이 ‘모른척 한다’는 얘기가 나올까 봐 뒤늦게 나선 것이란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지만, 역대 대통령은 정치권과 종교계에 일정 시점 전에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물어왔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지도부가 김 전 지사 복권 요청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점이 늦어 의사가 강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②영수회담에서 논의됐나


민주당은 지난 4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영수회담 전 김 전 지사 복권 요청을 했다고 주장한다. 친명계 의원은 “영수회담을 앞두고 여권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김 전 지사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복권 의사를 물어왔다”며 “우리는 ‘두 분 모두 복권하길 바란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4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윤석열 대통령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영수회담을 위한 공식협상 과정에서는 복권과 관련한 어떤 논의도 없었다”며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회동 당시에도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어 “민주당이 말하는 ‘여러 경로’가 어떤 것을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양측의 엇갈리는 주장에 일각에서는 “‘함성득(경기대 교수)·임혁백(고려대 교수) 라인’에 김 전 지사 복권 요청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함성득·임혁백 라인은 영수회담 성사를 위한 물밑 조율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친명계 의원은 “그쪽에서 ‘당신과 경쟁하는 사람이면 복권을 안 시킬 수도 있다’고 물어와서 이 전 대표 측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고 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③과거엔 요청 있었나


민주당 일각에선 “친명계가 김 전 지사 복권 요청을 지속해서 해왔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올해 설 특사를 앞두고 민주당에 사면복권 대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다른 전직 의원에 대해서는 요청이 있었지만 김 전 지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여권 중진 의원 등을 통해서 전했지만, 비서실장·정무수석 등 공식라인까지 전달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친문계 역시 2022년 12월 김 전 지사가 ‘복권 없는 사면’이 된 직후부터 개별적으로 복권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친문계 의원은 “대통령실과 직통할 수 있는 여권 중진을 통해서 의견을 개진해왔다”며 “다만 최근에는 김 전 지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적극적인 요청은 삼가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박태인·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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