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 아니다"…尹, 한동훈 반대에도 '김경수 복권' 나선 이유 셋
‘김경수 복권’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지난 8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8·15 광복절 복권 대상자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균열음이 나와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며 정부와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예정대로 재가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1일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특사 시기 때마다 김 전 지사의 이름은 매번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다”고 했다. 대법원에서 2년형을 선고받았던 김 전 지사는 2022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함께 사면을 받았다. 형이 5개월가량 남은 시점이었다. 다만 선거사범인 점을 고려해 피선거권이 회복되는 복권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이번 광복절 특사에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주요 여당 인사의 사면과 함께 여야 균형을 맞춰 이뤄지는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다만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정치권 반응은 다양하다. 민주당 일부 친명계에선 “야권 분열”“정치적 의도”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위증 교사와 선거법 위반 재판의 선고가 이르면 10월로 예정돼 있는데, 친노·친문의 적자인 김 전 지사가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영국에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올해 말 귀국할 예정이다.
반면에 한 대표는 지난 9일부터 주변 인사들에게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하라고 복권해 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이 많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는 대통령실에도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의견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두고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며 지지층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서도 김 전 지사의 복권 결정을 앞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한다. 지지층 이탈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거나, 한 대표의 반발을 예견하며 당·정 갈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참모도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숙고 끝에 세 가지 정도의 이유를 들며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 의지를 굳혔다고 한다. 사면 후 복권까지 이어지는 것이 정치권의 관례라는 점이 먼저 거론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은 2022년 사면을 받을 당시 잠정적으로 결정됐던 사안”이라며 “내부 논의 과정에서 김 전 지사가 선거 사범인 점을 고려해 총선 이후 복권을 하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사면 뒤 복권을 해주지 않고 정치 공학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정치적 도리가 아니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이같은 이유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반발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한 대표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반대하려 했다면, 법무부 장관 당시 사면도 반대해야 했던 게 정상적”며 “그때는 법무부에서 김 전 지사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대표 측은 “법무부 장관 때부터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일관되게 반대해왔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조윤선·안종범·원세훈 등 주요 여권 인사들이 광복절 특사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지사의 복권을 통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론 김 전 지사의 죄질이 무거운 것은 사실이나, 이미 실형을 살았고 정치인으로서 5년간의 피선거권 박탈은 다소 가혹하다는 주변 인사의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대통령실에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과 관련해 한 대표 측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에 불쾌감도 드러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정 갈등을 부각하는 것이 한 대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 가까이 남았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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