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은 정년제 폐지…네덜란드선 고령자 야근·주말근무 빼준다 [고령근로 시대]

최현주 2024. 8.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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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가구‧인테리어 업체 니토리 직원들은 지난달부터 원하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의 공식 정년은 60세지만, 퇴직 후 다시 채용하는 재고용 방식으로 정년이 사실상 10년가량 늦춰졌다. 이전까진 재고용시 이전 급여의 60%까지 떨어졌던 임금도 90%로 높아진다. 고령 근로자의 일할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다.

네덜란드에선 고령 근로자를 야근·주말근무 같은 특정 유형 업무에서 제외하는 규정이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젊은 직원들보다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배려한 조치다. 기업들은 별다른 불만이 없다. 핵심 근무시간으로 정해놓은 특정 시간대에 제대로 근무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이케아'로 불리는 가구?인테리어 업체 니토리는 지난달부터 직원들이 원하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고용 체제를 바꿨다. 사진은 일본의 한 니토리 매장. 니토리

한국보다 앞서 고령 사회에 진입한 주요 선진국들은 고령 인력의 채용을 촉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공통점은 법정 정년 연령 자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년 시점이 아니라 채용 방식이나 근로 방식에 초점을 맞춰 고령 인력을 활용한다.

미국과 영국은 일찌감치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미국은 1967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ADEA)’을 도입했다. 이력서에 나이를 기재하는 것도 금지다. 영국은 2006년 고용 평등 규칙을 제정하며 채용부터 계약 종료까지 전 과정에서 연령 차별을 금지했다.

한국처럼 호봉제를 택하는 일본도 일찌감치 고령자 채용을 확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2013년 일본은 65세 이상 고용을 의무화해 기업들이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거나, 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재고용) 혹은 정년 폐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2021년엔 직원이 원하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이 노력하라는 ‘노력 의무’도 추가했다. 특히, 일본에선 ‘재고용’ 방식이 효과를 내고 있다. 일본 기업의 76.4%(2019년 기준)가 고령자를 재고용했는데, 이들은 정년 이전 대비 평균 70%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년 연장은 이전 근로 조건 유지라는 부담이 있지만, 재고용은 아예 새로운 조건으로 계약을 맺는다”며 “고령자는 개인 여건이 따라서 근로 방식을 조정할 수 있고 기업도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정년이 가장 짧은 중국도 최근 정년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지난달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선 ‘자발적이고 탄력적으로 법정 정년 연장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 논의됐다. 현재 중국은 남성 60세, 여성 50세를 법정 정년으로 한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중국도 2022년부터 인구 감소세에 접어들자 기존 인력의 근로 기간을 늘리는 데 눈을 돌린 것이다.

이들 국가의 또 다른 특징은 노동 시장이 한국보다 유연하다는 점이다. 영국은 2003년 도입한 유연근무제가 고령 인력 활성화의 밑거름이 됐다. 이승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은 근로자가 근로시간 단축, 근로장소 변경 등 전반적인 근로 조건을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는 여러 기업에서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고령자 고용 모델을 도입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2018년부터 56세 이상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고용 보조금을 지급해 고령 인력 채용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사진은 네덜란드 대표기업인 필립스 암스테르담 본사 전경. AFP=연합뉴스

각국 정부는 고령 인력 채용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2018년부터 56세 이상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연간 최대 6000유로(약 894만원)의 보조금을, 61~65세 고용시 연 1750유로(약 260만원)의 추가 세액공제 혜택을 각각 3년간 지원한다. 일본도 60세부터 연령과 근로시간에 따라 연간 40만~70만엔(약 372만~652만원)의 고용보조금을 지급한다. 또 네덜란드는 고령 인력이 근무 중 질병 발생시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기간을 최대 24개월에서 13주로 단축해 기업의 부담을 줄였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대 교수는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재직 기간 동안 끊임없는 재교육을 통해 고령자도 직무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시대”라며 “임금·고용 구조 면에서 국내 노동시장의 체질을 점진적이고 구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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