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학숙제, 일기도 없다…이유가 "사생활 침해 소지"
경기도 파주시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교사(29)는 지난달 여름 방학식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체크리스트’를 나눠줬다. 방학 동안 책을 읽거나 운동한 날짜에 표시해 오라는 게 유일한 여름방학 숙제였다. 그는 “요즘에는 방학 숙제를 아예 안 내는 경우도 많고, 내더라도 강제성은 없다”며 “학생이 방학 숙제를 ‘셀프’(self·스스로)로 설정하고 수행하는 형태도 많다”고 말했다.
“버킷리스트가 방학숙제”…개학 전 ‘일기 벼락치기’ 없다
독후감 역시 책 읽은 날짜를 표시한 ‘독서 달력’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으로 형식이 자유로워졌다. 이렇게 숙제량이 줄면서 개학을 앞두고 벼락치기 하듯이 밀린 방학 숙제를 하는 일도 거의 없다고 한다.
방학 숙제를 아예 학생의 ‘버킷 리스트’(하고 싶은 일 목록)로 내주는 학교도 있다. 학교 밖에서 방학 동안 하고 싶은 일을 직접 또는 부모와 함께 적는 것이다. 부모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린 인증 글을 보면 ‘키즈카페 가기’, ‘친구와 전화하기’ 등을 방학 숙제로 실천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외국 한 달 살기, 학원 뺑뺑이…“학교 숙제 무의미”
학부모들의 민원이 걱정돼 숙제를 안 낸다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방학 때까지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도는 초등생들이 많아서다. 경기 지역 한 초등교사는 “학원 숙제할 시간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수년 전부터 방학 숙제는 학부모와 교사 서로에게 부담이 됐다. 초등 방학 숙제는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리듬 깨지고, 학습 격차 커진다” 우려도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여름 방학은 1학기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서 2학기 학습을 준비하는 전환기인데, 이 기간에 부모의 관심 정도에 따라 학습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며 “가정에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 역할의 방학 숙제는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유신 초등교사(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장)는 “학생들의 미디어 노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점을 고려해 기존의 생활 계획표를 ‘미디어 생활계획표’로 변형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졌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인식하면 절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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