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에 에어컨도 없이 물류작업… 쓰러지는 실내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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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방 설비가 미흡한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전의 한 물류센터에서 30대 직원이 무더위 속에서 작업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건설 현장 등 실외 작업 환경뿐 아니라 창고·물류센터 같은 실내 작업장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운수노조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폭염 가이드라인을 모든 물류센터에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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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요양보호사도 폭염에 고통
어르신 냉방 거부하면 대책 없어
연일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방 설비가 미흡한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전의 한 물류센터에서 30대 직원이 무더위 속에서 작업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건설 현장 등 실외 작업 환경뿐 아니라 창고·물류센터 같은 실내 작업장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공공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대전 유성구의 한진택배 메가허브 터미널에서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던 30대 근로자가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당시 구급대원이 두 차례 측정한 A씨의 체온은 각각 39.5도와 40.9도였다. 정부가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서 ‘위험’으로 분류하는 체감온도 38도보다 2도 이상 높은 수준이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의식을 되찾았다.
물류센터는 건축법상 창고 시설로 분류돼 냉난방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 정부는 실내 작업장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온습도계를 설치토록 하고, 체감온도별로 시간당 10~15분 휴식을 권고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온습도계가 설치된 장소는 실제 작업 공간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거대한 물류센터를 쉴 새 없이 오가는 작업자들의 체감온도를 온습도계가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공공운수노조는 “한진 메가허브 물류센터는 축구장 20개 규모의 초대형 거점 물류센터지만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없었다. 지난 6월부터 진행한 물류센터 실태조사에서도 한진택배 노동자 대다수가 가장 힘든 점으로 냉난방 문제를 꼽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는 지난달 제주의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가 심정지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도 폭염 속 장시간 노동에 따른 중대재해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공공운수노조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폭염 가이드라인을 모든 물류센터에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할 계획이다.
가정 방문 형태로 일하는 실내 노동자들도 여름이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특정 사업장이 아닌 누군가의 가정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냉방이나 환기를 요구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비스 이용자가 냉방 장치를 사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렵거나, 전기료 부담으로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방문 노동자들은 견디는 것밖에 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서울에서 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하는 B(44)씨는 “담당 어르신이 냉방을 전혀 하지 않는다. 온몸이 땀으로 젖으며 일하지만 센터에서는 어르신에게 최대한 맞춰보라는 말만 할 뿐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털어놨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요양기관장은 소속 요양보호사가 고충 해소를 요구할 경우 적절할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폭염 같은 노동환경은 ‘고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미영 돌봄노조 조합원은 “폭염 시에는 작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요양센터 측이 방문요양보호사에게 냉방용품이나 폭염수당을 지급토록 하는 규정이 신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신고현황을 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온열질환자는 누적 2141명이었다. 집계 기간이 남았음에도 2018년(4526명)과 지난해(2818명)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체 온열질환자의 20% 안팎은 실내에서 발생한 사례다. 지난해에도 온열질환자 575명(20.4%)이 실내에서 발생했다. 물류센터 같은 ‘실내 작업장’이 197명으로 가장 많았고 ‘집’이 171명으로 뒤를 이었다.
현재까지 폭염일수(최고기온 33도 이상)는 13.6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틀 늘었다. 기상청은 12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최고 35도 내외로 오르고 열대야가 나타나겠다고 예보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김승연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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