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현대판 로빈 후드, 뱅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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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영웅전의 공통점은 민초들을 위한 서사라는 점이다.
로빈 후드의 서사는 미국인들의 슈퍼히어로인 배트맨과 스파이더맨 영화에도 영감을 줬는데 공통점은 아웃사이더로서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자신들의 방식, 즉 물리력을 통해 해결한다는 점이다.
몰래 공개된 곳에 작품을 만들고 사라진다는 점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의적' 로빈 후드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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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영웅전의 공통점은 민초들을 위한 서사라는 점이다. 조선의 홍길동, 중국 수호전의 송강, 일본의 이시카와 고에몬, 스페인의 엘 시드 등은 부당한 권력과 사회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 중에 영국의 로빈 후드만큼 문학작품 곳곳에 종횡무진 출연하는 영웅도 드물다. 한국인들에 가장 익숙한 하워드 파일의 소설 ‘로빈 후드의 유쾌한 모험’과 월터 스콧의 ‘아이반호’는 물론 14세기 랭글랜드의 장편시 ‘농부 피어스의 환상’에도 등장한다. 이는 12~13세기 영국 정복자인 노르만족과 그들에 빌붙어 살아가는 봉건귀족들의 착취에 시달리는 민중들이 자신들을 구원해줄 영웅이 얼마나 절실했었던지를 반영한다. 글을 모르는 무지렁이 민중들에게 로빈 후드의 전설은 수 세기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오면서 백설공주나 신데렐라처럼 고정된 이미지로 굳어졌다. 로빈 후드의 서사는 미국인들의 슈퍼히어로인 배트맨과 스파이더맨 영화에도 영감을 줬는데 공통점은 아웃사이더로서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자신들의 방식, 즉 물리력을 통해 해결한다는 점이다.
요즘 영국인들에게 얼굴 없는 그래피티 예술가 뱅크시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몰래 공개된 곳에 작품을 만들고 사라진다는 점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의적’ 로빈 후드를 닮았다. 물리력을 통한 정의 실현 대신 예술이 동원된 게 다를 뿐이다. 뱅크시는 지난 5일 염소 그림을 비롯해 고양이 그림을 공개한 10일까지 런던 시내 곳곳에 모두 6점의 동물 벽화를 그린 뒤 사라졌다. 이 같은 릴레이 벽화를 두고 최근의 극우 폭동을 비판하거나 가자 전쟁으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위로한 것이라는 해석이 잇따른다. 그는 누군가 훔쳐간 자신의 벽화가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되면 자연 파쇄되도록 하는 등 물질만능주의와 허례허식을 서슴없이 비판하기도 한다. 영국 언론들은 뱅크시의 활동에 대해 “우울한 시대에 대중들을 응원”한다고 평했다. 그의 작품이 저항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분쟁에 몰두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길 기대해 본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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