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이은 군 정보 전력의 기강해이, 총체적 쇄신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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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최근 금강·백두 정찰기 운용 정보 해킹까지
민·군 가리지 않는 정보 유출, 군내 분란 이어져
북한이 한국군의 정보 수집 자산인 금강과 백두 정찰기의 운용 정보를 해킹한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군은 전방 지역의 북한군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첨단 영상 장비를 탑재한 금강 정찰기를 운용하고 있다. 또 북한 전역의 무선통신을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백두라는 정찰기도 가동 중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에 의존했던 북한 지역의 영상과 무선통신 정보 자료를 군 자체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한국군의 눈과 귀 역할을 하게 한 핵심 정보 수집 수단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건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이를 정비하고 운용하는 자료가 넘어갔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북한엔 눈엣가시와 같은 감시자의 도발 대응 ‘방패’ 자료를 그대로 넘겨준 셈이다.
문제는 군 당국이 이런 상황의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는 듯하다는 점이다. 북한의 해킹 소식이 알려지자 방위사업청은 지난 9일 “정비·운용 교범 등 일반 자료가 해킹된 것은 확인됐으나, 핵심 기술 해킹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서둘러 무마에 나섰다. 방사청의 설명대로 유출된 자료가 아무것도 아니길 바라지만 과연 북한이 ‘아무것도 아닌 자료’를 애써 탈취하려 했는지도 의심스러울 뿐이다. 무엇보다 이런 핵심 정보 자료 관리의 체계에 구멍이 났다는 점 자체가 무마의 대상이 아니라 반성해야 할 사안이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우리 군의 정보 관리 기강 해이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군에선 드러나지 않아야 할 정보 요원의 신상 자료를 중국 조선족에게 넘기는 사고도 발생했다. 정보사령부의 사령관과 여단장은 서로 고소·고발을 하는 등 있을 수 없는 내분도 벌어졌다. 정보 관리 책임자들인 이들의 상호 고발 과정에서 서울시내 정보 수집 활동의 거점인 안가를 드러내고, 진행 중인 비밀 공작의 암호명까지 공개됐다. 차세대 먹거리인 KF-21 전투기 개발 정보가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에게 뚫린 정황이 포착된 데 이어 K-2 전차의 핵심 기술을 유출하려던 연구원들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군사 정보 관리의 총체적인 난국이다.
유사시 미래의 전장은 치밀하게 수집된 적의 사전 정보를 바탕으로 한 사이버 전쟁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사이버 보안회사인 레코디드 퓨처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년간 30억 달러(약 4조원) 이상의 가상화폐까지 해킹해 탈취했다. 2022년부터 추적한 북한 사이버 공격은 98억 건에 달하며, 공격 목적은 대부분 정보 탈취, 외화벌이였다. 첫 번째 주 타깃은 물론 한국이라는 게 이 회사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우리 정보 전력의 난맥상으론 이 같은 사이버전의 승리를 담보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즉각 정보 전력 분야의 와해된 기강을 바로잡고, 보안 대응 능력을 강화할 전면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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