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규의 달에서 화성까지] 달탐사 한 번만으론 부족…장기 계획 고민해야

2024. 8. 1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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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

지난달, 대학생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산학협력단에 속한 4개 팀이 일을 분담해 달 기지와 유인 탐사에 관한 보고서를 쓴다며 두 팀이 인터뷰를 요청했다. 한 팀은 대면, 또 다른 한 팀은 비대면으로 만났다. 독자들을 위해 그들이 한 재미난 질문을 몇 개 추려봤다.

학생들은 의식주에 관해 궁금해했다. “최근에는 우주복에 에어로젤 같은 소재를 쓰던데, 새로 나온 재질이 더 있나요?” 이번엔 먹거리다. “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식물재배 방법엔 어떤 게 있을까요?” 유독 달 기지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적도에서 볕이 드는 곳은 120도, 북극 크레이터는 영하 250도까지 떨어지죠. 반투명 소재로도 온도를 낮출 수 있을까요?” 단열이 잘 되는 소재가 나을 거라고 대답했다. 당황스러운 질문도 나왔다. “논문을 봤는데 ‘달 표면에서 수직 터파기는 2m, 다짐으로 수직 흙 쌓기는 1m가 가능하리라 추정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도 있다. “운석의 충돌 확률은 낮지만, 기지를 세울 때 온도 차 말고도 고려할 게 있나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지구 자기장은 0.5가우스,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은 300~500가우스라고 합니다. 지구 자기장은 태양풍을 막아주잖아요? 달에서 자기장을 만들어 태양풍을 막을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너무 돈이 많이 든다. “달 지진(월진)을 예측하는 일이 가능할까요?” 월진은 지구와 달이 밀고 당기는 조석력과 지질 구조 때문에 생긴다. 소행성 충돌도 한몫한다. 예측하기 어렵다. “달에서 스트레스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구에서처럼 깊은 잠을 잘 수 있나요?” 에너지원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유·무인 로버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핵 동력원은 얼마나 위험한가요?” 정치와 경제 이슈에 관한 질문들도 쏟아졌다. “지구처럼 국가별로 달에 거주 지역을 나눈다면 나중에 영토로 편입되는 건가요? 달 기지를 지으면 수용할 수 있는 인구는요?” UN의 우주조약 제2조는 우주에서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구는 단계별로 다를 거라고 예상한다.

「 지구궤도 위 생명과학 실험 제안
용암동굴 싱크홀로 달 지질 탐사
탐사차량 이용 유전자 변형 실험
지속가능한 우주탐사 모색할 때

달탐사 때 가능한 다양한 연구들

유럽우주국(ESA)이 구상하고 있는 유인 달 기지 ‘문 빌리지(Moon Village)’의 상상도. 2040년 100명 안팎이 달에 상주하는 것이 목표다. [사진 ESA]

지난달 중순, 부산에서 우주과학 분야의 최대 규모 학술대회인 국제우주연구위원회, 즉 코스파(COSPAR) 총회가 열렸다. 우주항공청과 미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등 여러 나라 우주기관을 포함해 60여 개국에서 3000여 명이 모였다. 유인 우주 임무를 위한 국내 연구자의 발표가 눈에 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지구궤도에서 새로운 생명과학 실험을 제안했으며, 연세대와 울산과학기술원에서는 미소 중력이 세균과 생물의 신경과 면역에 미치는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최근 언론에 자주 나오는 우주의학에 관한 발표가 잇달았다. 인하대에서는 쥐가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인지행동 변화를, 2개 국내 업체는 각각 달탐사 응급의료 차량과 중력을 이용한 유전자 실험을 소개했다. 그런가 하면 한림대에서는 장기체류 우주인의 심혈관질환 치료를 위한 의학실험을 제안했다. 김치볶음밥과 고추장·된장국과 녹차·라면과 같은 우주식을 만든 한국식품연구원은 우주식 개발 계획으로 관심을 끌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몇 가지 우주 소재 실험을 공개했다.

얼마 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은 우주항공청 지원으로 2032년 우리 달착륙선에 실어 보낼 과학 장비와 로버 기술을 탐색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우리는 국내 기업과 대학·연구소의 참여 의향과 아이디어를 담은 계획서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말 워크숍을 열어 22편의 발표를 들었다. 천문연구원은 로버에 스테레오 카메라를 실어 달 용암동굴의 3차원 구조를 밝히는 계획을 공유했다. 땅을 파봐야 그 지질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깊이 파는 게 어렵기 때문에 표면이 꺼져 함몰된 용암동굴의 싱크홀을 탐사하자는 거다. 과학자들은 열과 미소 운석으로 밀가루처럼 곱게 부서진 흙과 용암이 켜켜이 쌓인 달 지질 역사를 재구성한다. 그러면 공학자는 지층 단면을 보고 유인기지 건설을 위한 ‘터파기와 다지기’를 설계한다.

산·학·연 함께하는 우주 아이디어
싱크홀 탐사 계획은 이렇다. 달 착륙선이 탄소 케이블에 소형 2륜 로버를 매달아 그 입구에 투입한다. 케이블로는 전기를 공급하고 명령과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한편, 동굴 안을 샅샅이 찍는다. 국내 업체는 이에 꼭 맞는 2륜 로버의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전기연구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KAIST는 모터와 배터리 개발, 환경시험과 구조체를 맡는다는 계획이다. 용암동굴은 방사선과 운석, 일교차를 걱정할 필요 없는 훌륭한 피난처다. 그래서 기지를 설계할 때 방사선과 열 차폐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보다 경제적인 해법이 있을까? 그 밖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수소 채굴 실험장치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핵 연료전지를 제안했다.

한국에서는 지금, 우주에 관해 이처럼 다양한 요구가 넘친다. 이번에 발표된 22건의 제안 중에는 착상 단계에 머무는 것도, 그 수준이 탁월한 것도 많았다. 달 착륙선을 단 한 번만 보내기에는 아이디어가 너무 아깝다는 게 워크숍 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6월 말, 중국의 무인 달 착륙선 창어 6호는 달 남극 에이트켄 분지에서 흙을 캐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2026년과 2028년, 창어 7호와 8호를 연달아 보낸다. 다음은 유인 달착륙이다. 우리도 지속 가능한 우주탐사 장기계획을 고민할 때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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