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니, 쏘니” 파리 열기 덮은 런던의 함성

뮌헨 공격수 그나브리(왼쪽)의 돌파를 저지하는 토트넘의 손흥민. 후반 35분 벤치로 물러나던 중 옛 동료이자 절친인 뮌헨 골잡이 케인(아래 사진)과 포옹하며 정을 나눴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북부 지역은 온통 흰색 옷을 입은 인파로 뒤덮였다. 새 시즌엔 토트넘이 64년 만에 잉글랜드 1부 리그 우승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이날 런던 중심부 킹스크로스역에 내리니 토트넘의 상징인 흰색 유니폼을 입은 팬 수십 명이 무리 지어 이동을 준비 중이었다.

오는 19일 개막하는 프리미어리그 2024~25 정규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은 이날 홈구장인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선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불러 마지막 프리시즌 경기를 치렀다. 경기는 오후 6시에 시작인데 이미 오후 1~2시 경부터 북런던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안전사고를 우려한 경찰 이 런던 북부 지하철역인 세븐시스터즈역부터 경기장 인근 화이트하트레인역까지 2~3㎞ 구간을 폐쇄하자 수천 명의 토트넘 팬들은 기꺼이 40여 분을 걸었다. 거리에는 마치 대규모 시위라도 벌어진 것처럼 응원 구호와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군가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의 이름을 외치면 여기저기서 “손! 손! 손!”을 따라 외치며 응원가를 불렀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선 김민재의 소속팀 뮌헨이 손흥민의 토트넘을 상대로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일주일 만의 리턴매치였다. 뮌헨과 토트넘은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 경기를 치렀는데, 당시에도 뮌헨이 토트넘에 2-1로 이겼다. 10일 런던 경기에서 손흥민은 2선 중앙 자원으로 나섰고, 뮌헨 수비수 김민재는 다요 우파메카노와 센터백 조합을 맞춰 선발 출전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토트넘의 선발 라인업 중 ‘캡틴’ 손흥민의 이름을 가장 마지막으로 소개하자 한국 대표팀의 A매치 경기 현장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다.

케인

후반 35분 손흥민은 윌 랭크셔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고, 뮌헨 김민재는 후반 43분 무릎을 잠시 부여잡은 뒤 교체됐다. ‘손-케 듀오’로 활약했던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맞대결은 무산됐다. 후반 35분 벤치로 들어가는 손흥민과 이제 막 그라운드를 밟은 케인은 서로를 꼭 안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손흥민과 케인은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최고의 듀오로 활약했던 사이다. 케인이 2023~24시즌을 앞두고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둘은 헤어졌다. 경기 후에도 손흥민과 케인은 라커룸 복도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손흥민은 “케인을 다시 봐서 기뻤다. 새 시즌엔 좋은 활약을 했으면 좋겠고, 우승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케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게 항상 특별했던 곳으로 돌아와 기뻤다. 열렬하게 환영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토트넘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손흥민은 파리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혼신의 힘을 다해 뛴 대한민국 선수단에 응원과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대한민국 선수단의 활약상을 들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올림픽에 출전하신 분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인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여러분의 땀 한 방울 한 방울이 대한민국에 큰 힘 주셨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모두 대단한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어 “선수 여러분이 땀을 흘리는 모습을 영국과 한국에서 TV 중계로 봤다. 양궁을 시작으로 탁구·배드민턴·유도 등 모두 멋진 활약을 펼쳤다”며 “온몸에 테이프를 칭칭 감고 (나라를 위해) 뛰는 모습을 보고 정말 자랑스러웠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런던=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