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진정한 과학기술의 광복, 미래 소재로부터 시작

2024. 8.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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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진 한국재료연구원 원장

2019년 일본은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제조 과정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시행했다. 이에 정부와 산학연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집중 투자와 핵심기술 개발로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였다.

필자는 대학원 시절 모 교수님이 “선진국은 예외 없이 소재 분야의 높은 기술력을 가졌고, 앞으로 소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신 게 떠올랐다. 선진국이면서 과학기술 강국인 미국, 일본, 독일 등은 현재 독자적 소재기술 기반을 보유 중이다. 특히 일본은 모노즈쿠리(monozukuri,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자세) 정신을 바탕으로 소재 원천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몇 년 전, 일본의 소재 전문기업인 도레이사의 회사소개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1926년 설립된 도레이사는 세계 최초로 생산한 제품이 10개, 도레이사에서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7개,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 최고인 제품이 21개라는 사실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100여 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소재 기업이 그간 축적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첨단소재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사실이 놀라웠다.

최근 신냉전 시대에 따른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첨단 핵심소재는 전략 품목으로 분류되고, 각 선진국은 이들 소재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 이후, 70여 년의 짧은 시간 내 산업화를 이뤄 세계 10위 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 이면에는 팔로우업(Follow-up) 기술개발을 통한 완성품 위주의 제조 산업에 기반한 바가 크다. 하지만 세계 5위권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신기술에 의한 산업혁신과 미래 소재 기술 개발이 필수라는 전문가 견해가 있다.

일본 도레이사의 사례처럼, 우리도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 독보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만 한다. 정부와 기업, 학계와 연구기관이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미래 소재는 차세대 반도체, 2차 전지, 바이오, 차세대 원전 산업 등의 핵심소재로서, 이러한 미래 소재의 선점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전 세계적 기술 패권을 가질 것이 명확하다.

우리나라도 진정한 기술 강국과 기술 광복을 이루려면, 미래 소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국내 연구개발 역량의 효율적 결집이 절실하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술혁신과 투자가 지속될 때, 우리는 비로소 세계적 경쟁력과 함께 진정한 과학기술 독립의 광복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최철진 한국재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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