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언론, 수해 피해 날조”…조목조목 이례적 비난

이유정, 박현주 2024. 8. 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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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9일 폭우로 큰 피해를 본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 현장을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이재민들이 머무르는 천막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쓰레기 언론들은 날조 자료를 계속 조작해내면서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수해 피해를 본 이재민들을 만나 “세상 어느 나라도 이런 터무니없는 날조를 조작해 부풀려 내는 것을 일삼는 언론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며 한국 언론을 맹비난했다. 북한 주민들이 접근하기 힘든 남측 기사를 최고지도자가 열거하며 반박하는 것은 수해로 인한 민심 이반 가능성에 대한 조바심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까지 이틀에 걸쳐 김정은이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폭염 속에 천막으로 만든 임시 거처에서 지내는 이재민들을 위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피해 복구 기간 이들을 평양으로 데려가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을 남측 언론 비방에 할애했다. 그는 “피해 지역 실종자가 1000명이 넘는다느니, 구조 중 직승기(헬기) 여러 대가 추락한 사실이 정보 당국에 의해 파악됐다느니 하는 날조 자료를 계속 조작한다”며 “수해 지역에서 인명 피해자가 발생하는 속에서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전승절 행사를 진행했다는 억지 낭설까지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 2일에도 북한 내 수해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가 1000명을 넘었다는 보도와 구조 헬기가 추락했다는 보도에 대해 “날조됐다”며 한국 언론을 “쓰레기”라고 비방했다.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에 싣고 온 구호 물품. [뉴스1]

김정은이 한국 언론 보도를 반복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주민은 정상적 경로로는 한국 언론 보도를 접할 수 없는데도 김정은 ‘날조 보도’ 내용까지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의 이날 연설은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는 대내 매체인 노동신문에 실렸다.

그만큼 북한이 최근 본격화한 대북 전단,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통한 외부 정보 유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군에 따르면 확성기를 통해 북한 고위 외교관의 탈북, 폭발 사고로 인한 북한군 다수 사망 소식 등이 송출되고 있다. 경제난에 수해까지 겹치며 민심 이반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진 것으로 보인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국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측면에 대해 김정은이 조목조목 반박하고 스스로 입장을 밝히는 게 국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뉴스 등 콘텐트가 널리 퍼지는 현상 또한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지난 10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오물 풍선 240여 개를 또다시 날려 보내 10여 개가 경기도 북부 지역에 떨어졌다고 합동참모본부가 11일 밝혔다. 성공률이 5% 정도이다. 나머지 풍선들은 북측 영토 또는 비무장지대(DMZ)에 낙하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바람이 북쪽으로 부는데도 풍선 살포를 강행한 건 ‘풍선 대 확성기’가 반복되는 구도에서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한 채 남북이 신경전을 거듭 중이라는 방증일 수 있다.

합참은 이날 “확인된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류·플라스틱병 등 쓰레기”라면서 “현재까지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지난 5월 28일 이후 이번이 11번째다.

이유정·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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