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객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4. 8.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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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객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전기차 예약해놓은 것 다 취소하고 있어요. 어떻게 벤츠에 중국산 배터리를 쓸 수 있냐며, 배신감 든다고 화를 내는데 그저 죄송하다 할 수밖에요. 이 와중에 벤츠코리아 대표는 휴가 가서 연락도 안 되고. 본사가 나서서 뭔가 액션을 취해줘야 하는데….”

벤츠 한 딜러사 대표의 한숨 섞인 하소연입니다.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벤츠 EQE 차량 화재 사태로 불거진 배터리 파장이 어마어마합니다.

무엇보다 전기차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배터리를 어떤 제품을 썼는지 왜 공개하지 않는가가 제일선에 올라 있는 지적입니다. 왜 중국산을 썼는가보다 이게 더 중요한 이슈일 테죠. ‘중국산은 위험하고 한국산은 안전하다’ 이런 명제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어쨌든 정부가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를 검토 중이라니 지켜봐야겠습니다.

‘중국산이 위험하다’는 아니지만 벤츠가 왜 굳이 중국산 중에서도 이름이 빠지는 ‘파라시스’ 제품을 썼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벤츠 최대주주와 2대주주가 모두 중국 자동차 회사라는 사실을요. 2018년 중국 지리자동차 리슈푸 회장이 소유한 투자회사 TPIL이 벤츠 지분 9.69%를 사들여 벤츠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습니다. 2019년에는 베이징차가 벤츠 지분 9.97%를 확보해 새로이 최대주주가 됐죠. 그렇게 TPIL은 2대주주가 됐습니다. 2018년 벤츠 모회사 다임러는 중국 신생 업체 파라시스와 10년간 170GWh(기가와트시)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습니다. 2020년에는 벤츠가 아예 파라시스 지분 3%를 인수하며 협력을 한층 강화했고요. 중국 자본이 최대, 2대주주가 된 것과 상관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고요.

두 번째는 충전 중도 아니고 주행 중도 아닌, 주차 중이던 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무서워서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겠죠.

벤츠 측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불이 덜 나고 그러므로 훨씬 안전하다. 내연기관차가 더 위험하다”고 항변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만대당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화재 발생 건수는 2023년 기준 1.9건 대 1.3건으로 내연기관차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중요한 건 어떤 차가 더 불이 잘 나느냐가 아닙니다.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 나는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그렇다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가 관건이겠죠.

국립소방연구원이 밝힌 ‘2021~2023년 국내 전기차 화재 현황’에 따르면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 난 경우는 2021년 6건, 2022년 9건, 2023년 21건 등 총 36건에 달합니다.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 나는 게 아주 희귀한 일은 아니라는 거죠. 운행 중인 차량 68건에 비하면 적지만 충전 중인 차량 26건, 정차 중인 차량 5건보다 훨씬 많습니다. 주차 중인 전기차에서 불이 나는 게 꽤 일어나는 일이라면 포인트가 달라집니다. 스프링클러 관리를 더 철저히 하고 전기차 주차 장소에 대한 고민도 더 필요해 보입니다.

벤츠 전기차 화재 파장이 어디까지 더 미칠지 궁금해지네요(p.20 재계톡톡).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2호 (2024.08.14~2024.08.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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