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공장' 영주댐에 녹조 에어로졸까지, 주민들 나서야
[정수근 기자]
▲ 9일 영주댐 전역이 심각한 녹조로 뒤덮였다. 조류대발생이란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슬기로운 천막생활, 낙동강에 가다 5 9일 영주댐 현장 상황을 그대로 담았고, 영주댐 앞에서 필자와 금강에서 달려온 금강낙동강영산강보철거시민행동의 임도훈 상활실장과의 현장 토크가 이어졌다. ⓒ 김병기 |
영주댐 녹조가 심각하다. 7월 말 벌써 조류대발생 수준인 남조류 세포수 100만 셀을 훌쩍 넘어 190만 셀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였는데, 이후 계속된 폭염에 지난 9일 다시 찾은 영주댐은 그야말로 녹조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있었다
9일 하늘에서 보니 어느 곳 하나 멀쩡한 곳이 없이 댐의 모든 곳이 녹조로 완전히 뒤덮였다. 주변 산지의 초록과 구분이 안돼 어느 곳이 산이고 어는 곳이 강인지조차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가까이 다가가면 악취마저 진동했다.
▲ 영주댐에 녹조가 창궐한 가운데 좌측에 새로 조성된 금강마을이 들어서 있다. 이들 주민들은 녹조 독 에어로졸을 일상적으로 들이마시게 된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러나 이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댐으로 인해 생기는 잦은 안개도 문제일 것이지만, 녹조 에어로졸의 직접적인 피해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녹조공장이 된 영주댐에서 올라오는 녹조 에어로졸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영남의 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은 부경대와 창원대 연구팀과 함께 금강마을과 평은마을 주변의 공기를 포집해 이곳 공기중에 녹조 독이 들어있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2023년 10월 12일 영주댐 금강마을에서 포집한 공기중에서는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1.47ng/m3이 검출됐고, 역시 같은 날 평은마을에서는 1.96ng/m3이 검출됐다. 이는 연구진이 비교 대상으로 삼는 미국 뉴헴프셔주 강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 최저 농도의 각각 113배, 150배 높은 수치다.
▲ 섬처럼 보이는 곳이 수몰된 금강마을 터다. 지금은 뒷산의 일부만 남았다. 이곳에 선조들 묘소가 일부 남아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우측 저 멀리 새로 조성된 평은마을이 보인다. 평은마을 주민들 또한 에어로졸로 날리는 녹조 독을 일상적으로 흡입하게 된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구조적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댐이 내성천의 중류에 들어서다 보니 상류에서 봉화와 영주를 거칠 수밖에 없고 그곳의 인간 삶터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원 모두를 차단하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수몰지 안의 예전 농경지에 오랜 세월 동안 쌓여 있던 인과 질소 성분이 계속해서 우려 나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 댐에는 녹조가 그득하고, 장마가 지난 지 얼마인데 아직까지 댐 아래에선 탁수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내성천엔 아직 탁수가 흐르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날 금강에서 달려와 함께 동행한 금강낙동강영산강보철거시민행동 임도훈 상황실장의 말이다.
임도훈 상황실장의 말대로 하루빨리 영주댐 해체를 선언하고 그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삽질'이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임 실장은 덧붙이길 "앞으로 '토건 삽질 실명제'를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삽질로 인해 피해가 생기게 될 경우 구상권을 발동해 책임을 묻도록 말이다"라고 했다.
▲ 금강마을 앞에 영주시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교량을 건설해뒀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정책위원의 설명이다. 이 정책위원은 녹조 사태가 점점 알려지면서 일게 될 이곳의 가치 하락, 즉 땅값 하락이라는 이곳 주민들의 현실적 우려에 대해서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지대의 가치 하락을 걱정들 하실 것인데 인식을 전환해서 오히려 댐을 해체하고 이 일대를 예전 모습으로 복구해서 내성천을 되살려 가령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만든다면 이곳의 가치는 더 상승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 하면 내성천도 살리고 사람도 사는 윈윈 전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수몰된 마을도 되찾을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해체된 댐의 역사를 쓸 때가 됐다. 그 1호가 영주댐이 되길 희망해본다."
영주댐 녹조 대란 사태... 결국 주민들이 나서야
▲ 수자원공사 영주댐관리단에서는 녹조 우심지역에 회전식 수차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화전식 수차를 돌리게 되면 녹조 에어로졸이 더욱 확산될 것이다. 위험천만한 짓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러니 이철재 정책위원의 설명대로 과감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용한 댐은 하루빨리 해체해서 강의 가치를 되살려주는 것이 그 강과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이로운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는 생태적 각성, 이것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그러니 이곳 주민들 인식의 전환을 기대해본다. 결국 주민들이 나서야 이 문제가 풀릴 것이므로.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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