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백혈병 노동자, 발병 1년만에 '사과·복직' 이뤘다
[김종철 기자]
▲ 지난해 9월 삼성 갤럭시 조립공장에서 일하다 급성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은 이승환씨의 모습. 반 년 넘게 이어진 항암 치료로 탈모가 오고 손이 검게 변했다. 승환씨의 부친은 "평소에 건강하던 아들이 입사 후 오로지 일과 공부밖에 몰랐다”면서 “백혈병 진단을 듣고 미안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고 말했다. |
ⓒ 이승환씨 가족 제공 |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이었다. 지난 4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하청업체인 케이엠텍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투병 사실이 알려진 이승환(21)씨의 아버지 이아무개씨다.
이씨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갑작스러운 발병 후 회사 쪽으로부터 1개월짜리 무급휴직과 함께 부당해고를 당해야 했다. 당시만해도 너무나 참담했고, 힘들었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난 5월 기자에게 "회사쪽에서 '피해자'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고, '백혈병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토로했었다(관련 기사 : [단독]"'백혈병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회사 말에 가슴 미어져" https://omn.kr/28nzi ).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특성화고교를 나온 수현씨는 케이엠텍에서 2021년 10월부터 현장 실습생 신분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2년만인 지난해 9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4개월동안 무급휴직 상태에서 생사를 오가며 항암치료를 받아왔다. 그 사이 회사는 휴직 끝나자 일방적으로 수현씨를 해고했고, 치료비 등을 지급하지도 않았다.
삼성 갤럭시 하청 백혈병 노동자
1년만에 회사로부터 공식사과와 복직, 작업환경개선 약속
21살 젊은 노동자의 억울한 투병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 시민사회와 노동단체 등이 일제히 비판성명과 함께 삼성전자와 하청업체의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2년 동안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다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은 21세 수현씨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
ⓒ 반올림 |
회사는 "이씨의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올해 2월 1일자로 복직조치했다"면서 "복직과 동시에 상병휴직처리해, 오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고용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씨의 산업재해 신청에 필요한 증명 사항 등에 최대한 협조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작업환경도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회사 쪽은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안전보건 교육 강화, 작업 시설 보완과 보건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직원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일할수 있는 사업장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4월 항암치료와 이식수술 이후 제대로 식사 못 해...건강 의지 강해 꾸준히 노력중"
승환씨의 아버지 이씨는 "회사와 어려운 협상의 시간을 거치면서, 경영진도 조금씩 변했고 앞으로 이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 대표가 약속한대로 산업재해 증명에 필요한 협조와 함께 공장 노동환경이 제대로 개선되는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현재 승환씨의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올 4월까지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진행했다"면서 "수술 이후 감염 우려로 조심스럽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아직 입맛이 돌아오지 않아 제대로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 승환씨 스스로 건강에 대한 의지도 강해, 최대한 식사도 하려고 노력하고, 저녁 무렵에는 집 주변 가벼운 산책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씨 가족을 대신해 회사 쪽과 협상해 온 반올림쪽은 10일 성명을 내고, "회사의 태도를 바꿔내기까지 고통스러운 투병 과정에서도 백혈병 피해 문제를 알리고, 시정을 요구해 온 당사자와 부모님의 적극적인 참여,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연대가 큰 힘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 지난 5월 케이엠텍 정문 앞에서 백혈병 산재 책임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
케이엠텍의 입장문 |
이승환 님의 완전한 쾌유와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를 기원합니다. 갑작스런 발병으로 병마와 힘들게 싸우고 있을 때 위로보다는 공감하지 못하는 해고 처리 등 일련의 상황으로 이승환 님과 가족 분들이 겪으셨을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회사 대표로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 책임을 통감합니다. 1. 회사는 이승환 님의 백혈병에 대하여 산업재해 신청에 필요한 자료를 원만하게 제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해고에 대하여도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2. 회사는 이승환님의 백혈병 치료에 대해서는 산업재해 신청 결과에 관계없이 치료 지원금을 합의와 동시에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향후 산업재해 인정 시에도 대위권(상계)을 행사하지 않겠습니다. 3. 회사는 이승환님의 해고를 철회하고, 2024년 2월 1일자로 복직조치 하였습니다. 또 복직과 동시에 상병휴직으로 처리하여 2025년 12월 31일까지 고용상태를 유지하겠습니다. 4. 앞으로도 회사는 산업재해 혹은 산업재해 신청 건의 발생 시에는 당해 사원에게 산업재해 증명에 필요한 사항들 중 회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도 더 개선하겠습니다. 5. 이를 위하여 아래 사항들에 대하여 개선을 약속드립니다. 1) 근로자들에게 안전보건정보에 대해 제대로 알권리를 제공하며 안전보건 표식이 더 크게 잘 보이도록 재부착하고, 정기적으로 맞춤형 안전보건교육을 강화하겠습니다. 2) 현장의 작업환경개선을 위한 조치로 배기/흡기 장치, 국소배기장치, 정화시설 등의 점검, 개선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여 관련 시설을 보완하고, 적절한 보호구 지급 등 안전보건 조치를 지금보다 더 강화하겠습니다. 3) 중대재해나 산재(의심질병포함), 안전사고 등의 경우 대표이사에게 즉시 보고하여 대표이사가 신속한 조치 및 책임지는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강화하겠습니다. 당사는 앞으로도 사원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세심히 살피겠습니다. 아픔을 겪고 있는 이승환 님의 빠른 쾌유를 빌며 다시 한 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024년 8월 9일 ㈜케이엠텍 대표이사 박창규, 윤경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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